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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Nov 11. 2024

사랑보다 우정인가?

시월의 멋진 만남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하루종일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하노이의 비와 사뭇 다른 빗소리가 너무 좋다.

아파트 단지 내 소나무에 방울방울

맺혀있는 빗방울이 보석처럼 빛난다.


"친구야 우리 얼굴 볼까?"

"비가 오니... 한국 춥다?


갈까? 말까? 그럴 땐 간다.

연천에 세컨드하우스에 가자고 친구가 꼬신다.

광명역으로 나를 데리러 올 테니

천안 아산역에서 ktx 타고 얼른 오란다.


그럴까? 말까? 망설임도 잠시 분주해졌다.

반가움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대충 1박 2일 짐을 챙겨

천안아산역으로 나갔다.


그 유명한 흑미 호두과자를 한 상자 사들었다.

이미 눈도 입도 즐거움이 시작되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설렘 가득이다.

비는 액세서리가 되어 줄 뿐이었다.


둘이서 빗속을 뚫고 광명역 주차장에서 만났다.

반갑다 친구야  어서 와~~~ 포옹을 다.

눈빛만 봐도 표정 만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36 된 친구다.


둘이서 빗속을 뚫고 휴전선이 가깝다는

경기도 연천에 무사히 도착했다.

기모바지를 내어주고 뽀글이 점퍼를 입힌다

열대지방에서 왔으니 추울 거라며...


보일러도 빵빵하게 틀어주고

실내화까지 꼼꼼히 챙기는 천사표 친구다.

이 나이에 누가 나를 이렇게 살뜰히 챙길까?

남편도 아들도 아닌 친구가 최고다.


역시 사랑보다 우정이... 더 좋을 때인가?


쌀을 씻어 밥통에 넣고 버튼을 누른다.

밑반찬을 챙겨 왔다며  금세 상을 차린다.

그리고 우산을 쓰고 텃밭으로 나가

삐뚤빼뚤 심긴 배추를 심었다며 자랑한다.


배추밭 근처에 진 분홍색 붓꽃이 쪼르르...

비를 맞고 축 늘어져 있다. 주인 닮아 예쁘다.

물안개가 자욱한 전원주택  란다에서

따뜻한 커피  잔에 온몸이 사르르 녹는다.


얼떨결에 한국에 따라온 코코넛 비스킷은

베트남산 과자인데 흠 ~~ 끼여 주었다.

흐린 날씨에 마음속은 쨍쨍 빛을 품었다.

비가 온어떠하리~~ 빗소리 마저 운치 있다.


코코넛 과자와 커피한잔

텃밭 배추는 아직 1년이 안된 농사꾼 (친구)의

솜씨다. 사랑 정성으로 배추가 꽃처럼  예쁘게 심겨 있었다. 잘 자라지 못한 못난이 배추는

오늘 친구의 손에 손님맞이용으로  선발되었다.



시골살이의 참맛을 시찰 중이다.


작은 배추 한 포기를 뽑았다. 밭으로 다시

도망칠까 봐 부지런히 집안으로 데려왔다.

저녁을 준비하는 친구의  손길이 바쁘다.

쫑알쫑알 참새가 되어 수다를 떤다.


친구가 차린 시골밥상

짜잔~~ 어느새 상차링이 완성되었다.

닭다리찜에 여러 가지 고추들

(초록 생고추, 절임고추, 멸치조림고추)ㅎㅎ

친구와 둘이서 비가 오는 가을날

맛난 저녁마주하게 될 줄이야 ~~~


맛난 쌈장에 싱싱한 배춧잎을 아삭아삭

씹으며 우리는 그 아름답다는 사랑도 행복도

우정도 맛나게 씹어 삼켰다.

긴 세월 울고 웃었던 날들을 함께 지내며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주며 기뻐했다.


시골집에서 밤새 수다 떨며 지난날들

추억했다. 천사친구 옆에 나란히 누우니

어느새 스르르 단잠에 빠져 들었다.

그날밤 코를 귀엽게 골았다는 친구의 증언...


난 모르세...


선물 같은 1박 2일~~

사랑보다  달콤한 우정을 나누었다.

이 만큼 살고 나니 내 삶도 친구의 삶도

그리 많이 차이가 없다.


언제나 베풀고 나누는 천사 같은

친구가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기도한다.

공간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함께였음에

어제 만난 듯 반갑고 좋았다.


둘이서 함께 한 1박 2일의 아름다운

추억이 저장되었다. 힘들었던 날들이

바람처럼 지나갔고 또 그런 날이 올지라도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함께 이겨낼 것이다.


누군가의 친구가 된다는 건

진정한 마음부자 란걸....

비 오는 시월의 멋진 날에

친구가 있어 행복했다.


나팔꽃도 나란히 친구처럼 피어난 듯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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