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생명력을 지닌 리듬의 반복 - 음악치료자의 관점
나는 '반복'이라는 말을 접할 때 느껴지는 것은 첫째로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다. 왜 그럴까? 반복이라는 말은 어린 시절 내게 엄마의 잔소리, 숙제하라는 말씀 양치질 하라, 피아노 연습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하시는 엄마를 연상시키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이 반복이라는 것의 first Impression(첫인상)은 왠지 나에게는 힘이 없는 '지루함'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반복은 그런 엄마의 '하라'라는 단순한 반복적 언어가 아니라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의미와 깊이가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시작했다.
오늘도 숨을 쉬고 오늘도 밥을 먹고 오늘도 걸어 다니며 내 눈으로 보고 듣고 노래 부르며 운동도 하기도 한다. 나는 살아있는 것이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리듬으로 인한 생명의 요동 아니면 세포들의 의한 생명의 노동에 의한 것인지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심장이 반복적으로 어제만 뛰었던 것이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뛰고 우리가 죽지 않는 한 내 몸속의 혈류가 혈관을 따라 끊임없이 돌아가고 계속해서 영양소를 나르고 하는 이 리듬이 얼마나 중요한가. 바로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 육체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의 리듬이 규칙적으로 역동적으로 반복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가 있다. 내 안에 흐르는 음악을 한 번 고요히 들어보면 인체의 신비안에 새겨진 창조자의 능력을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일 년은 52주와 1일이나 2일이 된다고 한다. 나는 일주일이 7일인 것 그리고 한 달이 대게 30일이나 31일 ( 2월을 제외)인 것이 너무나도 좋다. 작심살일이라고 계획을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면 다음 주에 시작하면 되니 항상 안심이 된다. 그리고 이 달에 실행하지 못한 계획들 그다음 달에 시작할 수 있어 좋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세팅되어 있는 날짜들 우리가 이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새로움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날짜의 묶음이 없고 그냥 만삼천삼일 십오만 삼천사일이라고 숫자를 세어나간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허망할까 생각되어 몸소리가 끼친다. 이러한 날짜의 리듬으로 인해 우리는 희망을 보고 꿈을 꾸고 미래를 본다.
세상에서 많은 성공한 사람들을 본다. 운동선수들, 음악인들, 정치인들, 사업가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그냥 알 수 있다. 바로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반복을 한 것일 거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훈련과 운동과 연구는 그 분야에서 자유스러움에 이르게 하고 그 자유스러움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전문기술이 되어버린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봤을 때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봤을 때 우와 정말 쉽게 자연스럽게 표현하신다. 저렇게 자연스러우니 나도 이렇게 하면 되겠지. 그러고 시도를 해봤는데 자연스러움 근처도 못 가고 몇 시간을, 며칠을, 수 백번을 연습하고 겨우 자연스러움을 연출한 적이 있다. 자연스러움은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쉬워 보이지만 그 자연스러움의 매력 그 화려함을 을 표현하기 위한 그 뒤에 무수한 깨어짐과 피땀 어린 노력이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반복, 이 계속적인 노동은 너무나도 장엄하고 고귀하다.
우주 거대한 우주. 태양의 중력은 행성들이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힘이 있다. 또한 관성의 법칙으로 일정한 속도로 반복적으로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우주의 안정성은 태양계가 형성된 이후 현재까지 수십억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반복을 쉬는 날엔 모든 태양계가 혼돈과 무질서에 빠져들어 세상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
나는 음악을 전공했고 음악연주자이며 작곡가이며 음악치료사이다. 음악치료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통해 임상즉흥연주( Clinical Improvisation)이라는 것을 한다. 이 임상즉흥연주는 보통 흔히 말하는 재즈의 즉흥연주와는 좀 다르다. 임상 즉흥 기법은 Client(내담자)의 필요를 채워주는 음악적 goal에 맞추어 제공되는 것이다. 나는 자폐아동( Autism Spectrum Disorder)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임상 즉흥연주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음악을 통한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반복적은 음악의 테마(Main Theme)를 알려줌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음악은 기본적인 작곡가의 주제적 테마가 있다 보통 첫 부분에 두세 마디 크게 8마디가 있겠다. 이 주제의 테마는 켓취성이 강하고 머리에 잘 익혀지고 강렬하고 노래로 내가 따라 부를 만큼 쉽고 심플하면 좋다. 이 주제의 테마를 인식시키려면 무엇보다도 계속적인 반복이다. 끊임없는 도돌이표의 반복적인 테마의 제공은 자폐아동들에게 리듬에 의해 멜로디의 높낮이에 의해 소리의 성질 Timbre ( 각각 악기마다의 소리가 다르다;타악기, 관악기, 현악기 등등) 소리의 다이내믹 Dynamic(세고 약한 소리의 강도)에 의해 인식되고 기억된다. 이것이 기억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반복을 통한 것이며 이 반복은 아이들에게 예측할 수 있게끔 만들어 안정감을 제공한다.
또한 자폐아동들과 음악을 자유스럽게 연주하다 보면 그들이 가고 싶어 하는 세계, 자신들만 있고 싶은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곳에 정착하고 싶고 내 맘대로 놀고 싶다. 그곳에서 같이 그들의 눈에 맞춰 한 참 놀다가도 음악적 테마를 다시 제공하며 함으로써 그들을 그들밖에 모르는 그들의 세상에서 나오게 만들 수 있고 나만 혼자 있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공유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음악의 메인 주제(Main Theme)를 통해 그들에게 알릴 수 있다.
음악은 아름다운 멜로디만 음악이 아니다라고 음악치료하는 사람들은 배우고 말한다. 어떠한 소리 나 어떠한 리듬이나 음악이 될 수 있고 음악이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몸속에 흐르는 물의 소리들 우리가 메디컬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수많은 몸의 리듬의 소리들은 다름이 아닌 음악이겠다. 세상의 모든 삶의 소리들 아침에 알람소리를 비롯하여 맨해튼의 요란스러운 자동차의 경적소리 지각하겠다고 지하철로 뛰어가는 소리들 반가운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 높은 억양으로 말하는 모든 음의 울림, 음파, 메아리, 음성들이 음악이겠다.
수많은 음색과 다양한 리듬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음악이며 그 음악으로 또 다른 소리의 웨이브, 리듬의 웨이브를 찾아나가고 반복을 통해 더 나은 음악을 구축해 나가는 음악가들이다. 인생의 끝자락에 서 있게 될 때 당신의 음악은 당신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내었는지 어떤 음악으로 당신의 삶의 피날레로 연주하게 될지 기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