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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상담사R Sep 21. 2020

소명의 개념에 대한 정리

종교에서 확장된 일에서의 소명의 의미

일과 소명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 나가고 있으며 관련된 글들도 쓰고 있는데 이에 앞서 소명에 대한 개념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이전에 작성한 글을 수정한 것이다. 소명의 개념은 종교적인 개념으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진로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진로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는 단계 정도의 수준으로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닌 일반 사람들의 경우는 여전히 종교적인 의미로 많이 생각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념정리를 먼저 해보려는 목적에서 작성한 글이다. 이 글은 논문을 준비하면서 정리한 개념들을 다시 정리해서 올리는 글임을 밝힌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소명이라고 하면 종교적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온라인 서점에서 소명에 관해 검색하면 주로 목사님들이 쓰신 책이 주로 나오고 종교적인 의미를 제외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점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소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약간 낯설고 종교의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들에서 사용하는 소명의 정의와 개념에 대해 먼저 정리하고 글들을 이어나가야겠다 싶어서 정리하고 알리는 차원에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사실 많은 단어들이 종교에서 시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학은 철학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학문이며 인류의 경험과 지혜의 정수를 모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명(Mission)과 같은 단어도 전도를 의미하는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소명은 영어로 Calling이라고 하기도 하고 Vocation이라고도 한다. Vocation의 경우는 아예 천직 즉, 신이 주신 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좁은 의미로는 성직자라는 직업을 가리키기도 한다고 한다. Vocation은 특정한 직업을 가리키는 느낌이 있고 Calling은 소명의식과 자신이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소명을 의미하는 좀 더 큰 범주의 단어라는 느낌이 있다. 앞으로 이야기할 소명은 Calling을 이야기한다고 보면 된다. 


소명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Luther의 종교개혁을 거치면서이다. Luther 이전의 소명은 오로지 성직자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하였다. Luther와 Calvin은 금욕을 추구하는 이상과 세속적인 직업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며 세속적인 직업들도 영적으로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Luther는 소명은 모든 일에 존재하며 자신의 일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으로 신을 기쁘게 하고 인류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소명이라고 주장하였다(김영완, 2018). 즉, Luther는 신이 당신을 있게 한 그 위치에서 이웃을 섬기는 것을 소명이라고 보았다(Dik & Duffy 2012).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양에서 일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일이란 세속적인 것이고 때로는 노예들이나 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루터 이후에 사제들의 묵상이 농부나 가구 제작자, 주부의 활동적인 삶보다 더 높거나 낮은 것이 아니며 모든 일이 도덕적으로 정당하기만 하면 신성한 것이 되었다(Dik & Duffy 2012). 


이러한 종교적인 관점이 여전히 서양에서는 일의 관점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Vocation이라는 단어가 흔히 직업이라는 일반적인 명사로도 사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종교적인 관점을 소명의 고전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현대에 오면서 소명에 대한 관점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점차 벗어나 확대되게 된다. 소명의 초기 개념은 도덕적으로 책임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신에게 부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해 왔다(Weber, 1958). Bellah 등(1986)은 일에 대한 세 가지 접근으로 진로(Career), 직업(Job), 소명(Calling)을 제시하였다. 이는 이전 글에서도 설명하였는데 직업은 일을 생계와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고 진로는 일을 직업에서의 승진이나 성취를 통해서 삶의 발전을 이뤄가는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다. 소명(Calling)은 일을 어떤 성과나 이익보다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가치있는 것으로서 보는 관점이다. 


현재의 소명에 대한 관점은 앞서 이야기한 종교적인 관점인 고전적인 관점을 제외하고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소명이 외적인 힘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사회적인 의무를 강조하는 신고전주의적인 관점과 소명이 외부적 부름보다는 소명은 내면으로부터 생겨나며 개인적인 행복을 강조하는 모더니즘적 관점이다(Dik & Duffy, 2012). Dobrow와 Tosti-Kharas(2011)은 소명을 "강렬하고, 의미를 갖는 열정적인 사람이 자신의 영역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소명을 정의하였는데 이와 같은 정의는 개인의 정체성과 같은 요소에 중점을 둔 것으로 소명에 대한 모더니즘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신고전주의적 관점은 외부적인 부름, 운명, 운명감 그리고 친사회적인 동기, 더 나아가 소명의 종교적,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는 소명 개념의 역사적 뿌리와 연결되어져 있는 관점이다(Duffy, et al, 2018). 이와 같은 맥락에서 Dikf과 Duffy(2009)는 소명을 "자기 너머의 어딘가에 원천으로부터 경험되는 초월적인 부름으로 동기의 주요한 원천으로서 타인을 위하는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목적의식이나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특정한 삶의 역할에 다가가려는 태도"로 정의하였다. 이런 정의가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말하면 소명을 신을 포함한 초월적인 부름, 즉, 때로는 가문의 뜻이나, 국가,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의 부름 등과 같은 부름에 따라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사회와 타인을 위한 방향으로 일을 해나가는 것 혹은 일을 통해 그런 것을 해나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명을 초월적 부름(Transcendent summon), 목적과 의미(Purpose/Meaning), 친사회적 동기(Prosocial Motivation)의 세개 차원으로 분류하기도 한다(Dik & Duffy, 2009; Dik, et at al., 2012; 심예린, 유성경, 2012).


소명에 대한 정의나 관점은 다양하지만 나는 Dik과 Duffy의 신고전주의적인 접근이 현재로서는 가장 소명을 설명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모더니즘적인 접근은 종교적인 부분을 거의 제외하여 소명의 원래 개념에 포함되는 누군가에게 부름을 받거나 친사회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거의 포함되지 않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는 열정이나 목표의식과 같은 개념들과 비슷해져 소명의 원래 의미를 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한편 종교적인 면이 강한 고전적인 접근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나 다른 종교를 믿는 경우, 그리고 현대사회의 일반적인 직업에 대한 인식 등을 고려했을 때 대중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신고전주의적 접근은 고전적인 접근과 모더니즘적인 접근의 중간 정도에 해당되는 관점으로 소명의 종교적, 역사적 맥락을 살리면서 친사회적인 동기, 부름 받았다는 느낌 등의 소명의 중요한 개념을 잘 살린다고 보인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내가 앞으로 소명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이 신고전주의적인 관점에서의 소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소명이라는 단어가 너무 종교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종교적으로만 비칠까 봐 이에 대한 정리를 하고 앞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에서 다소 길고 너무 학문적이긴 하지만 소명에 대해 정리하는 글을 작성하였다. 다른 글들을 보시는 분들이 이 내용을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소명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같이 작성하려고 하였으나 생각보다 글이 상당히 길어져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더더욱 심화되고 오로지 직업에서의 경제적 이득만을 중시하면서 인간성이나 일의 의미와 같은 중요한 가치들이 퇴색되어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소명은 우리가 일의 가치와 일과 삶에서 의미를 가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의 의미와 중요성, 정체성 등의 측면에서 소명이라는 개념이 보다 주목받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내가 조금이라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참고문헌

현재 준비중인 필자 자신의 논문

김영완 (2018) 조리종사자의 직무스트레스가 직무소진과 이직의도와의 관계: 직업소명의식을 조절변수로. 박사학위논문. 경기대학교.

심예린, 유성경 (2012) 한국판 소명 척도(CVQ-K) 타당화.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24(4), 847-872.

Bellah, R., N., Madsen, R., Sullivan, W., M., Swidler, A., & Tipton, S., M. (1986) Habits of the Heart: Individualism and Commitment in American Life. New York : Hparper & Row.

Dik, B. J., & Duffy R. D. (2009) Calling and vocation at work: definitions and prospects for research and practice. The Counseling Psychologist, 37(3), 424-450.

Dik, B. J., Eldridge, B. M., Steger, M. F., & Duffy, R. D. (2012)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the calling and vocation questionnaire (CVQ) and brief calling scale (BCS). Journal of Career Assessment, 20(3), 242-263.

Dik, B. J., & Duffy R. D. (2016) 나의 일을 의미있게 만드는 방법(박정민, 지승희 역, Make your job a calling). PA: Templeton Foundation Press. 서울: 박영스토리. (원저 2012년 발행).

Duffy, R. D., Dik, B. J., Douglass, R. P., England, J. W., & Vetez, B., L. (2018). Work as a calling: a theoretical model.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65(4), 423-439.

Dobrow, S. R., Tosti-Kharas (2011) Calling: the development of a scale measure. Personnel Psychology, 64(4), 1001-1049.

Weber, M. (1958) 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 NY: Scrib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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