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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상담사R Jan 21. 2021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과정을 마치는 소감..

Phinally Done...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하였는데요.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하여 다른 일은 거의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마무리가 되어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한 소감을 남겨보려고 합니다.사실 소감이야 학위논문을 마무리했을 때 작성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정신이 없어서.. 이제서야 글을 써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다른 글에서도 쓴 적이 있습니다만 인터넷상에서 박사학위를 뜻하는 Ph.D(Doctor of Philosophy)를 Phinally Done으로 적어놓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드디어 끝났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Finally Done을 Ph.D에 맞춰서 바꿔서 쓴 장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에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치고 나니 정말 드디어 끝이구나라는 마음이 절로 들더군요. 심지어는 구글 검색을 해보니 Phinally Don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카드도 팔더군요.. 그리고 더 나아가 Phucking Done이라고 하기도 하고 Phinish.D.라고 하기도 하고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더군요. 


그만큼 박사과정이라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내의 시간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글을 찾아보다 보니 정말 재미있는 이미지들이 많았는데 원작자의 허락을 맡고 사진을 가져오기가 어려워 그냥 말로 전달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구글에 Ph.D를 검색해보면 재미있는 이미지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정말 인내의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는 분이 박사학위를 끝내는 것이 결국 자신의 무능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그것을 견뎌내는 시간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박사과정을 하면서 계속해서 생각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논문이나 연구라는 것이 완벽할 수 없고 게다가 처음 박사학위논문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요구되는 요구치는 매우 높다고 느껴지죠. 그렇다 보니 정말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계속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지적받고 수정하는 과정을 아~~~~주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박사학위과정을 정신수양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학문적인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지식을 얻는 공부만이 목적이라면 학위과정을 할 필요 없이 그야말로 책을 많이 보고 강의도 많이 듣고 하면 공부는 더 많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연구주제를 스스로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 또 그 과정을 심사를 통해 검증받는 과정은 정말 인고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른 차원의 배움을 주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박사학위논문이라는 것이 주는 무게감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규모를 가지고 연구를 하려고 하고 또한 최대한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무능감을 계속해서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는 경험을 적어도 1~2년 혹은 그 이상 동안 상당한 밀도로 지속적으로 하게 되는 것은 박사학위과정이 아니면 아마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학문적으로 배운 것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인격수양(?)에 더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빈정거림이 아니라 정말 진심입니다. 그야말로 겸손할 줄 아는 것을 배웠고 정말 내가 아는 것이 많다고 이야기하기 어렵고 어떤 것도 확정적으로 내가 안다 혹은 맞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위논문 심사를 받으면서 뼈아픈 지적을 받기도 하고 그것을 어떻게든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겪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더 공부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학부를 졸업하면 전공분야에 대해 내가 뭔가를 안다고 착각을 하게 되고 박사학위를 따면 내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연구한 분야 혹은 주제에 한정해서만 남들보다 약간 더 공부를 했다는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안다고 하였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말이 이해가 된다. 누군가 그래서 무엇을 배웠냐고 물으면 참고, 좌절하지 않으며 계속 해나가는 것을 배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사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상당히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삶 속에서 계속해서 어떤 실패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참고 견디거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서 돌파해내는 것이 삶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과 진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일에서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것도 비슷한 태도를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보면 박사과정이 삶에 있어서 큰 공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박사학위논문과 박사과정을 통해 배운 지식들도 제게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상담사로, 교육자로, 연구자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박사과정의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이제 정말로 끝났다는 마음이 들고 앞으로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보려고 합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학위과정을 마치면서 마치 군대에서 유격훈련을 끝마쳤을 때와 같이 묘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주저하던 것들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있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이제 뭔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것, 이것도 박사과정을 통해 얻은 것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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