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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상담사R Feb 09. 2021

청소년기의 진로와 대인관계, 부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이후 심리치료, 심리상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프로이트는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것이 전부이다(Love and Work, Work and Love That's all there is)"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문구는 영화 인턴에서 첫 머리에 인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하였는데요. 삶에서 사랑과 일이 전부라고 이야기한 것인데 상당히 동의가 되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꼭 연인과의 사랑이 아닌 대인관계에서 경험하는 애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 연인과의 사랑 등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함께 일을 이야기하였는데요. 일이란 사람의 삶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면 이름 다음으로 물어보게 되는 것이 직업입니다. 그만큼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프로이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프로이트는 또한 심리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랑하고 일하는 능력의 증진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심리치료 혹은 심리상담이 사람의 현재에서의 적응적인 삶을 사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한다면 결국 일하고 사랑하는 능력이 잘 발휘된다면 적응적인 삶을 살고 나아가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사로 일하다 보면 결국 프로이트가 말하는 일과 사랑이 결국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느끼게 됩니다. 심리상담에서 주로 다뤄지는 이슈는 대부분 대인관계와 연관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관계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는 고부갈등이라든지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터에서 상사와의 갈등, 동료와의 갈등 등 우리에게 어려움을 만드는 것은 대부분 관계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관계의 어려움을 잘 다루는 능력을 갖춘다면 삶에서 대부분의 어려움이 해소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한편 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일은 생존과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일차적으로는 엄청난 재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이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기본요소가 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일은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스스로 일을 자신의 정체감 혹은 삶의 의미에까지도 연결시키기도 합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 흥미 등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지위나 명예를 중요시한다면 그에 맞는 직업을 가지지 못한다면 스스로 못났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정년퇴직 후 커다란 공허함과 정체감의 혼란 등을 경험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은 우리 삶의 의미, 자신의 정체성 등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삶에서 큰 구성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일은 사랑과 서로 관련되는데 일터에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 수도 있고 업무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애정과 사랑을 받는 것으로 느껴져 삶의 보람과 의미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중요한 두 개의 축을 일과 사랑이라고 한다면 청소년들에게는 어떨까요? 청소년에게는 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청소년에게 주된 일은 일단은 학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청소년에게 학업이 주된 일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예체능과 같은 진로를 잡는 다면 아무래도 학업보다 더 우선시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청소년에게는 일이란 보다 큰 관점에서 진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성인기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성인이 된다는 것에서는 스스로 한 명의 성인으로서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무언가 자신의 일에 종사하는 것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바로 진로를 탐색하고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이 청소년기에 주로 신경써야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청소년에게 사랑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앞서 프로이트가 말한 사랑을 대인관계의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청소년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아기에는 무엇보다도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절대적입니다. 그러다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또래관계가 가장 중요하게 변해갑니다. 좀 더 지나서 성인 초기가 되어가면서는 또래관계, 부모와의 관계, 부모 이외의 성인과의 관계가 모두 중요하게 변화되어 가게 됩니다. 청소년기에는 특히나 또래관계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됩니다. 


사춘기의 특성이 나타나면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많은 갈등을 겪기도 하고 심지어는 부모와의 관계가 파탄 나서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에서 또래관계에서 성공경험을 하기도 하는 반면 학교폭력 등으로 큰 상처를 입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청소년기의 대인관계는 그야말로 지뢰밭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대응할 수 있는 대인관계 기술과 대인관계 패턴을 형성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청소년의 대인관계의 패턴이나 특성은 결국 부모와의 관계를 기반하여 형성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기, 그리고 청소년기 초기의 부모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관계를 잘 맺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아직 청소년기에는 성격 등이 형성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부모가 노력한다면 관계를 개선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청소년기에는 진로와 대인관계가 두 개의 큰 축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축 모두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진로의 경우는 자녀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직업이 됩니다. 그리고 부모의 직업에 대한 가치관은 그대로 자녀에게 전달되게 됩니다. 부모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관심 등이 그대로 자녀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진로에 대한 탐색이나 고민이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별생각 없이 부모의 직업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한편 부모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지속한다면 자녀는 어쩌면 일이라는 것이 고통스럽고 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최대한 안 하면 안 할수록 좋은 것이라고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부모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이 가지는 의미 등에 대해 자녀에게 설명해준다면 자녀도 비슷한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하거나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직업을 찾고 그 직업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인관계에서의 부모의 영향 역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로 학대받고 자란 아이가 학대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많은 경우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스스로는 맞고 자라면서 절대 자신은 때리지 않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하였다고 하지만 부모가 되어 자녀를 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실제 사례로 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방학습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관계에서 갈등 상황을 접하였을 때 해결방안으로 때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식을 보고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인관계 패턴이나 대인관계 기술은 우리 유전자에 들어 있어서 일정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처음 접하는 타인과의 관계는 부모와의 관계인데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대인관계 패턴이라는 것은 청소년기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관계 때문에 성공하기도 하고 관계 때문에 엄청난 실패를 하기도 하는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니까요. 


이처럼 청소년 자녀가 진로를 준비하고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자녀 양육에서 학업이나 입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그 외의 것들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학업과 입시도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것만을 강조해서는 자녀의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서는 자녀의 청소년기, 나아가 성인기를 완전히 망쳐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그런 사례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나 부모가 바쁘거나 노력해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는 경우 자녀에게도 오로지 공부나 성취만을 강조하고 통제하면서 자녀가 원하는 것이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과소평가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참아내면 나중에 행복해질 것이라는 식의 접근을 하기도 합니다.


이전 세대에서는 이런 접근이 실제로 어느 정도 잘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의 선호와 개성을 중시하는 현재의 풍토에서 이와 같은 접근은 파국을 부를 뿐입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부모가 혼내고 체벌을 하기도 하면서 부모의 가치관을 자녀에게 강조하는 경우 부모를 원망하면서도 노력을 해나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청소년들은 그런 상황에서 참지 않고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거나 반대로 매우 무기력해져 방에 틀어박혀 학교도 가지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가출하여 연락이 끊어졌다가 3, 4개월 후에 법원에서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연락을 부모가 받게 되기도 합니다.

청소년 상담을 통해 수많은 부모와 청소년들을 만나 오면서 어떤 문제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부모와의 상담이 잘되어 부모가 자녀 양육에 상담내용을 적용하는 경우 대부분 문제가 잘 해결되고 발전적으로 변화해나가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결국 청소년기에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관계와 부모의 양육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급격한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들을 자주 접하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상담이 잘 진행되는 경우 청소년과 부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심리상담의 이론적인 내용과 제가 경험한 것들을 종합하여 실제 청소년 자녀 양육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들에 대한 글을 계속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크게 진로와 대인관계로 나눠 개념적인 부분과 실제 부모가 해볼 수 있는 방안들로 구성하여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는 형식을 글들을 써나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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