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아, 모든 게 귀찮군. 오늘은 그냥 다 제껴!
그래서 제낀 날.
아침이면 부지런을 떨며 일어나는 나의 습관을 모른 척했다. 일어날 수도 있었던 몸을 내가 다시 눕혔다. 마음속 간절함을 읽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좀 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주는 상 같은. 그래서 늦은 아침을 맞고도 후회되지는 않았다. 감기기운이 돌아 몸이 내내 아팠고, 가래 끓는 기침으로 갈비뼈 쪽의 통증이 함께 찾아온 나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때로 감기를 핑계로 느슨해질 수도 있는 거였다. 나를 채찍질하며 사는 이유는 하루의 시간을 좀 알차게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재미있게 게임을 하듯 영어책 읽기 모임을 하고 그 일이 끝나면 뒤이은 영어공부를 간단하게 끝내고, 앱을 통해 큐티 묵상 시간을 주로 가졌다. 그리곤 하루일과를 적어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노트에 적었다. 아침에 글쓰기를 하다가 배가 고프면 식당에서 와플과 커피를 가져와 먹으며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즐겼는데, 이렇게 총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의 이 일과는 최대 하루 하이라이트가 된다.
오늘은 이 아침시간 모두를 날렸다. 통쾌하냐고? 통괘한 것 치고는 머리도 그다지 맑지 않고 또 감기약으로 대체하며 하루를 몽롱하게 시작해서인지 기분이 그저 그렇다. 몸이 쉬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으려나 싶어 그 희망만 붙들고 있을 뿐이다. 인지적 게으름의 시간이라고 해두자.
오랫동안 브런치를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브런치가 싫었다. 블로그만큼의 호응도 없고, 혼자서 떠드는 벽 같기만 했다. 유튜브도 해야지, 인스타그램도 해야지, 마음은 혼자 바빴는데 자꾸 변명할 여지만 만드는 것 같아 브런치라도 새로 단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쉴 겸 나를 돌아보는 일은 나쁘지 않은 거니까. 제낀다고 브런치도 제낄 줄 알았겠지만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다. 느슨함이 가져다주는 여유를 오늘은 조금 사치처럼 부려먹어 보기로 했다. 브런치가 벽 같아도 그럼 뭐 혼자 떠들어 보지 뭐, 하는 마음을 다시 살려본다. 나를 위해 글을 쓰고 나를 위해 성장시키고, 그리고 그다음은 누군가를 위한 일이 분명 될지도 모르니까.
그래, 오늘은 느근함이 나를 살렸다. 나는 나를 좀 이겨먹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