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따뜻한 물 샤워를 한다. 이런 사람의 특징은 잘 때도 얇은 천을 몸에 두르고 자야만 잠이 솔솔 잘 온다는 것. 대개는 몸에 찬기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나는 체질적으로 차갑다. 어릴 적에는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도 했지만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다.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의 경계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이유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절대 조화로울 수 없는 이 두 개의 만남이 이어지면 대개의 경우 황홀감에 빠지거나 감동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건 갓 구운 베이글에 차가운 크림치즈다. 혹은 일식집에서 후식으로 파는 아이스크림뎀뿌라가 그렇다. 뜨거운 감자구이 위로 올라오는 찬 사우어크림은 또 어떤가. 나는 왜 이게 좋지?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으나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것과 통하게 된다. 바로 지금처럼.
반전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온기에 대한 이야기니까 다시 따뜻함으로 돌아가 보자. 샤워를 오래 하는 이유는 그 따뜻함 때문이다. 노곤하게 지친 하루의 피로를 안아주는 것만 같다. 오래 할수록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많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일단 K가 알아주기를). 생각해 보면 사람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마음의 온도를 가진 사람 옆에 있으면 그 다정함 때문에 자리 뜨기 싫어 괜한 농담도 건네고픈 사람이 있다.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일까?
뜨거운 국물 한 수저 꿀꺽하고는 ‘아, 시원해’ 말하는 오래된 사람(?)이지만 내 속을 만져주는 그 다정한 온기는 누구나에게 시원하고 통쾌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