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뉴스와 토론 등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날마다 쏟아지는 뉴스를 따라가기가 벅찰 만큼 '다이내믹 코리아'다. 먹잇감이 너무 많아 자칫 과식이 되지 않을까 조심하면서 본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다음 뉴스의 맥락을 짚기가 곤란한 경우도 있다. 호주로 대사를 발령 낸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연일 뉴스에서 보도하는데 한 번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엔 호주로 발령난 사람을 호주 대사가 아닌 '도주 대사'라고 부르는지 몰랐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이전에 있었던 '해병대 채수근 사망 사건'을 알아야 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조국 대표의 조국혁신당을 '극단적인 세력'이라고 말하자, 조국 대표는 '27자리 비번'이야말로 극단적인 비번이라고 되받아쳤다. 그 맥락을 알기 위해서는 또 무엇을 알아야 할까.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 그러니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가려내어 나의 잘못을 고치라고 했다. 최근 나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정치인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구체적으로는 리더십을 배운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고, 정치인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다만, 정치인에게서 교사로서의 리더십 내지는 나 자신을 리드하기 위한 길을 찾는다.
정치인의 좋은 점과 긍정적인 면을 정면교사(正面敎師)로 삼는다. 나쁜 점과 닮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여긴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정치인이 된 사람, 멸문지화를 당하고도 굴복하지 않고 우뚝 선 정치인도 있다. 정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기자회견장이나 연단에 선 정치인의 연설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정치 철학이나 국민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주요 관심사 등을 알 수 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했던가,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준다. 정치인은 어떻게 국민을 만나는가. 국민은 어떻게 정치인을 만나는가. 국민은 정치인의 말로 만난다.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말, 국민에게 희망과 힘을 주는 말, 그런 정치인을 기대한다.
반면에 반면교사도 자주 눈에 띈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자기를 키워준 터전을 걷어차고 '가출'을 결행한 사람도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익을 위해 남용하는 사람도 있다. 자리가 사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는 경우다. 이 뿐인가. 정치놀음에 취해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각종 설화(舌禍)로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공천이 되었더라도 나중에 드러나는 설화로 인하여 공천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설화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니 공천이 취소되었다고 하여 그 사람 자체의 모든 인격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인간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내 고향의 친구 동생이 국회의원 후보가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잘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오늘, 공천이 취소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재산 보유 현황을 허위로 신고했다고 한다. 허위 신고는 명백히 부적절하다. 아까운 한 석을 내주고 말았다.
또 하나, 요사이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의대정원증설이다. 어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두 집단이 충돌했다고 한다. 두 세력은 어느 누구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하고 있으니 그걸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우화가 있다. 바로 염소이야기.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염소가 뿔을 들이대면서 자기가 가던 길을 고집한다. 급기야 둘 다 다리밑으로 떨어져 거센 물살에 휩쓸려 가고 만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의사, 둘 다 강대강으로만 치닫다가는 어느 누구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협상과 타협, 누가 할 일인가. 정치인이 가져야 할 큰 덕목이 아닌가. 증원만 시켜 놓으면 다인가. 증원된 학생을 가르칠 교수가 확보되어야 하지 않나. 의대 학생 증원을 배정받은 학교에서는 교수 증원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 이미 예견된 일이 아닐까.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대화로 풀어야 할 일이다. 서로 뿔만 들이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읽는 동화에서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정치인이 낙마하거나 좌천되거나 공천이 취소되는 등의 정치적인 타격을 입었을 때, 언론은 그의 부적절한 면을 국민에게 보여준다. 정치인이 되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일이다. 문제는 그런 일을 당한 정치인이 보여주는 태도가 정면교사가 되기도 하고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과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면 국민은 그가 재기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고집을 부리고 자기 입장을 고수하면 국민은 등을 돌릴 것이다. 정책을 실행하기 전에는 각 분야의 사람들과 진정 어린 대화를 하여 가장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잡음이 없다. 간혹 실행을 하여 부작용이 발생하면 바로 고치고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산다. 이러다가는 다 죽는다. 속히 대화의 묘(妙)를 발휘하여 온나라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