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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영 Jul 23. 2024

어떤 백일몽

남자가 누워 있다. 팔베개를 한 채로. 하얀 셔츠를 입었는데 단추 두 개가 풀려있다. 짙은 청색 슈트가 날씬한 그의 몸을 받쳐준다. 여자가 옆에 누워서 그의 손을 만져 본다. 작고 보드랍다. 여자가 옆에 앉았다. 눈길을 돌리니 남자의 바지가 위로 올라가서 다리가 드러나 있는 게 보인다. 다리에 수술 자국이 있다. 뭐지? 여자는 흠칫한다.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다. 남자는 천장만 응시한다. 남자는 여자가 무얼 보고 있는지 무얼 궁금해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여자가 옅은 숨을 내뱉고 그의 옆에 눕는다. 둘 다 침묵한다. 다만 이제 서로 얼굴은 본다. 뭔가 할 말이 있긴 한데, 두 사람은 말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혹시 누가 들을까 봐서? 양심에 떳떳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만나온 사이인 듯, 친밀한 느낌이다. 말없이도 통하는 사이인가?  당최 알 수 없다.


잠에서 깼다. 완벽한 백일몽이다.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오랜만에 낮잠을 달게 잤다. 아직도 옆에 그가 누워있는 것 같다. 그의 숨소리, 그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오래전에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은 있다. 그가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무슨 꿈인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나 먼 사람이다. 아니, 현실에서는 1도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다. 그를 만나기 위해 강연 동영상을 접속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 음성도 들었다.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 책을 검색했고, 그가 쓴 책을 결제했다. 책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는 '큰 산'이다. (2024. 7. 23)


*** 그 책은 바로 유시민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이었음을 밝힙니다.(2024. 8. 15)



계룡산의 여름(출처:국립공원공단)


꿈꾸는 사람(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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