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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Jul 20. 2023

편집의 노예

함께 작업하는 촬감이자 에디터인 모 대표와 통화할 때마다 서로 묻는 게 있다. 'X대표~ 편노야?' '아이 형님 그렇습니다~' 혹은 반대로도 많이 물어본다. '형님 편노이십니까?' '물론이지~' 항상 일에 치여 서로 전화로 자주 통화하는 동생이지만 서로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아마 영상 작업을 안해보신 많은 분들은 영상 하나가 나오기 위해 어느정도로 시간이 소요되는지 감을 잘 못잡으실터라. 간단하게만 설명해보자면, 1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들때 촬영 1시간, 편집 1시간의 노고가 들어간다. 거기다 대본을 작성하는 시간까지 하면 수시간이 소요된다. 그와중에도 대본이 가장 어려운 이유는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본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대본에 맞추어 연기를 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본은 언제나 고통스럽지는 않다. 일종의 '정답'이 없기 떄문이다. 하지만 대본은 가혹하다. 어쨌든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촬영을 잘하고 편집을 잘하더라도 대본 자체가 좋지 않으면 결과는 절대로 도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본을 쓸 때는 '이거 대박 날거야!'라는 희망고문 따위 없이. '그냥 하자~'라는 마음으로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편집은 그렇지 않다. 뭔가 하나 아다리가 안 맞으면 새로 다시 찍어야 된다. 그러기에 항시 촬영할 떄 혹시 문제가 생길만한 지점은 없는지 잘 체크해야 된다.


또한 편집은 집에서 혼자하는 일이다보니. 정말 지독하게 고독하다. 극E까진 아니어도 꽤나 E 성향이 강한 나로서는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다.


그래서 편집 해야 되는데 해야 되는데, 하면서 차일 피일 미루다보면 어느샌가 수북히 쌓여있게 된다. 종국에는 날을 잡아 편집을 몰아서 해야지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1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 1시간이 소요되다보니. 정말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는 편집하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마다 '편노'라는 단어를 자주 쓰게 된다. 물론 부정적으로 쓰이기 보다는 이 힘들면서 고독한 작업을 조금은 희화화해서 즐기기 위해 장난스럽게 던지는 말이지만. 가끔씩은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며, 한숨이 절로 나올 떄가 더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의 맛은 다 끝났을 때다. 끝나고 나서 '완성이다!'라고 소리치는 순간의 짜릿한 희열. 그게 편집의 묘미다. 거기다 내가 생각했던 그 그림으로 엔딩이 나왔을 때는 더욱 더 신이나 방방 뛰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도파민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분비된다는 말이 있다. 내가 계속 영화를 만들고 대본을 쓰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이유는. 종국에 느끼게 될 도파민이라는 희열 때문이라 본다. 그래서 유재석과 박진영이 성공하려면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해야된다라고 말 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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