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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다움 Jan 07. 2024

아빠는 삼성에서 어떻게 25년 일했어?

★누적 조회수 4만★

아빠는 삼성전자 연구원을 시작으로, 다른 계열사 1곳까지 포함 총 25년간 '삼성'에서 일했다. 반면에 나는 3.5 년 만에 첫 회사를 나와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나의 행보와는 사뭇 달랐던 아빠의 직장생활에 대해 문득 경외심이 생겼고, 작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이로써 '직장, 회사, 일'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가 됐는데,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인사이트가 될까 하여 그 내용을 공유해보려 한다.


* 참고로, 본문은 한 사람의 주관과 경험담인 점을 고려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아빠는 삼성에서 어떻게 25년 일했어?


어렸을 땐 몰랐는데 내가 사회인이 되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존경받아야 마땅한 일인지, 동시에 힘든 일인지 점점 깨닫고 있다. 아빠의 직장생활 스토리를 한껏 듣고 난 후 정리해 보니, 3가지 답이 나왔다.



1순위. 회사가 주는 보상 

4~5년마다 값진 보상이 찾아왔다. 입사 4년 만에 미국 지역전문가로 파견, 1년 간의 미국생활 후 돌아와서 일에 매진하다가. 약 5년 뒤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류인 삼성 계열사로 자원해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 4년 뒤 사업 확장의 기회. 그리고 300명을 거느리는 리더가 되기까지, 2번의 특진.


회사가 주는 보상이라 썼지만, 사실은 결국 계속해서 성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보상. 여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회사에 보상을 주기 바랄 것'이 아니라, '회사가 보상을 해주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즉,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결국 성과를 내는 사람.



2순위. 잘하니까 좋아하게 된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스타트한 나와는 다르게, 아빠는 '잘하는 일'로 시작해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대학생 때부터 특출 났던 분야이기에 직업으로 이어졌고, 하다 보니 너무 재밌었고 성과가 나니 자다가도 일어나서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고, 맥주 한 잔 하다가도 회사로 복귀하고.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다면 베스트지만) 다르다면 '잘하는 일'을 하자고 스스로 다짐한 적이 있다. 이번 계기로 또 한 번 굳히게 됐다. 일은 자고로 좋아하기만 하면 될 것이 아니라, 잘하기까지 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만 '오래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3순위. 평생직장 문화 

그때만 해도 만연해있던 '첫 회사 = 평생직장'이라는 가치관을 아빠도 가지고 있었다. 이직은 곧, '회사에서 쫓겨난다'는 의미였다. 자발적으로 이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커리어는 곧, '그 회사 안에서 승진하고 임원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다.




2. 그래서 아빠에게 'OO' 이란?

위 질문을 마친 뒤, 아래의 추가질문을 하면서 내용들을 조금 더 정리해 봤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답변들도 있었고, 예전과 달라진 생각들도 있었다.


(1) 아빠에게 '회사'란? 

인생 → 삶의 수단.

'인생' 이었던 때가 있었기도 했고, 지금은 삶의 수단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정받으면서 일하던 순간들은 회사가 인생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업무가 점점 '관리' 직으로 바뀌면서 실무(하고 싶은 일)와 멀어졌고, 일은 그 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2) 아빠에게 '이직'이란?

쫓겨난다 → 도전

자발적으로 이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쫓겨나지 않으면 평생 다녔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이직은 '또 다른 삶을 위한 도전이자, 더 좋은 조건(일, 돈, 위치, 조직 등)을 위한 용기와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더불어 결국에는.. '돈'을 따라가게 된다고 웃으면서 마무리했다.



(3) 아빠에게 '승진'이란? 

목표

승진을 하면 연봉이 높아지고, 일하는 룸도 달라지며, 타인의 시선, 명예, 회사의 지원 등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회사 안에서도 사람들이 '승진을 하고 싶게끔' 하는 인사팀 등의 여러 전략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사람들이 승진을 원하지 않는다. 승진을 할수록 실무보다는 관리를 맡게 되는데, 이건 이직을 할 때 유리하지 않고 오히려 일의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열심히 해도 결국 저렇게 되는구나..'를 많이 봐오면서 윗 세대한테 질리고 승진의 폭이 너무 좁다는 걸 관찰해 온 젊은 세대들. 롤모델의 부재.  



(4) 아빠에게 '커리어'란?

승진을 위한 조건

신기하다. 나에게 커리어란 '이직, 그리고 전문성'을 위한 것인데, 승진을 위함이었다니. 임원이 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 모든 일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이자 커리어였다고 한다.



(5) 아빠에게 '적성과 성향'이란?

그때도 지금도 중요한 요소  

그때도 이게 중요했다고 한다. 물론 아빠는 적성이 잘 맞아서, 다른 업무로 전환하는 고민은 해보지 않았지만 리더로서 팀원들의 서로 다른 성향과 능력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분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미션이었다고 한다.



(6) 아빠에게 '상사(사수)'란?

승진을 위한 인맥

와우. 나에게 상사란 '배울 수 있는 사람' 인데... 한 회사 안에 충성하고, 승진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던 아빠에겐 조금 달랐던 것이 신기했다.








끝으로...

시대가 변하면서 직장생활에 대한 개념과 가치관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됐다.


커리어 개발과 연봉 상승을 위해 주기적으로 이직을 해야 하고, 충성심보다는 나 개인이 만족하는 일과 환경이 중요하며, 당장 눈앞의 승진보다는 배울 점이 많은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고, 회사 밖에서의 가치 창출도 필수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인사이트가 정말 많은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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