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의 부채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 부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학자금대출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대학을 다니기 위해 필수적으로 쓸 수 밖에 없는 생활비도 신용대출로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이상한데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만 있으면 되지 신용대출이 왜 필요해라는 생각요.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려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의 경우 공부도 해야 하고, 특히나 한국은 별도로 학원도 다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대한민국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검색을 해보면 조금은 심각한 실상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며, 생체실험 마루타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거나, 여학생들은 유흥업소에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부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내지 못해 휴학을 하거나 군대를 가기도 했다. 등록금 대출을 받은 후 이를 갚지 못해 연체된 사람들은 7만명이 넘었으며,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은 2만 5천명에 달해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학생들이 진학한다는 전문대는 4년제 대학교들보다 등록금 인상률이 더 높은데다 98%가 사립대여서 문제는 더 심각했다.'
그럼 대학생들의 연평균 등록금은 얼마일까요? 메트로신문 2020. 5. 26.자 기사를 보면 2020년 사립대학 연평균 등록금이 약 750만 원 정도입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알리미에 공개한 '2020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계열별 연평균 등록금은 ▲의학 계열(975만5700원)이 가장 높았고 ▲예·체능(774만2100원) ▲공학(720만4200원) ▲자연과학(679만원) ▲인문사회(592만8400원) 계열 순이다.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대학은 747만 9800원, 국공립대학은 418만 2700원이었다. 소재지별로는 수도권 대학은 760만 1100원, 비수도권 대학은 618만 7700원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최근에, 어떤 사람들은 요새는 교육 비용이 올라가면서 오히려 교육을 안 받고 무식한 채로 있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이 어려워지니 이런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한국의 교육에서는 실패에서 배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거꾸로 실패는 곧 죽음이라는 오징어 게임의 법칙만 가르친다는 우려도 같이 작용하고 있고요.
2. 대학 졸업과 부채의 연쇄고리
어떻든, 위와 같은 등록금을 학자금대출로 받은 대학생이 4년치 3,000만 원(750만 * 4)과 대학생활 중 발생한 신용대출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대학을 졸업하기는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부채의 연쇄고리에 걸린 채로 아니면 부채라는 짐을 짊어지고 세상으로 던져지는 존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이 친구들이 학자금대출을 변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학자금대출의 종류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학자금대출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취업 후 상환학자금과 일반상환 학자금인데요. 취업후 상환학자금은 취업하고 소득이 발생한 후에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는 것이고, 일반 상환 학자금은 거치기간 동안 이자를 내고 상환기간이 도래한 후에 원금과 이자를 분할상환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취직이 되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취직을 위해 학원을 다녀야 하고 자격증을 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어깨에 짊어졌던 학자금 대출, 신용대출에 더하여 취직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추가 신용대출을 양손에 쥐고서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3. 학자금 대출과 개인파산
그럼 이렇게 살아가던 친구들이 힘이들고 지쳐서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어떻게 될까요? 법원의 실무상 운용과는 별개로 법률에 규정된 부분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일반 상환 학자금대출은 개인파산에서 면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은 개인파산에서 비면책채권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학자금대출은 그 이율이나 상환조건 등이 일반대출보다 채무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고, 그 재원이 다수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사용하여야 하는 공공제적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것입니다. 타당한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이 대학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학 졸업생이 지은 잘못은 대학 졸업 후 최악의 구직난이 있을 줄 모르고 25년 전에 태어난 것 뿐입니다. 이 대학 졸업생은 자신이 태어나는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거기에 더하여 자신이 태어나고 25년 후에 최악의 구직난을 예상하고 살았어야 했던 것도 아닙니다. 이 대학생은 위에서 취업 후 상환학자금을 비면책채권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을수밖에 없습니다.
개인파산에서 비면책채권으로 규정된 것 중에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최소한 그 사람이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니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5년 후에 최악의 구직난을 예상하지 못하고 태어난 잘못을 탓하는 것은 존재에 의문을 던지는 입법체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이번에는 개인회생과 관련하여 보겠습니다. 개인회생 절차에서 일반 상환 학자금 및 취업 후 상환학자금 모두 면책이 가능합니다.
4. 학자금 대출과 개인회생
이에 대하여 취업 후 상환학자금을 면책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면 도덕적 해이란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영리한 개인이 시스템이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서 순진한 거래당사자로부터 이득을 취하려는 상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로 보험사고를 발생시키고 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빚으로 지은집, 이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열린책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은 대출 당시에 대학 졸업 후 취직하여 돈을 벌어 학자금을 갚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할 시기가 되니 기업에서 채용인원을 대폭으로 줄인 것입니다. 그래서 취직이 안되니 학자금대출은 계속하여 연체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친구들의 잘못은 무엇일까요?
앞서 본 것처럼, 이 대학 졸업생이 지은 잘못은 대학 졸업 후 최악의 구직난이 있을 줄 모르고 25년 전에 태어난 것 뿐입니다. 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다행히 2021. 12. 23. 금융위원회에서 '학자금대출 채무조정 신청 시 채무조정 수수료(개인 5만원)면제·원금감면(최대 30%)·연체이자 전부 감면·확대된 분할 상환 기간 적용(최대10→20년).(1월 27일 시행)'이라는 제도 수정을 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그 내용을 한번 더 확인해 볼까요?
아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에 수정된 제도 하에서도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은 의무상환 개시 이후, 그러니까 취업을 하고 대출금을 일부 갚기 시작해야 수정된 제도의 적용이 가능합니다. 물론 미취업 상태에서 일부 변제를 시작한 경우라면 수정된 제도의 적용이 가능한데 그럼 뭔가 조금 이상해지는게 아닐까요?
대학졸업 후 미취업분들의 개인회생, 개인파산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PS. 글 작성 후기
이 글에 대한 구상은 2017년이었습니다. 일반상환학자금은 면책되는데 왜 취업후상환학자금은 면책되지 않는다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납득할만한 해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새위원 워크숍에서 발표도 하고, 이런 저런 책의 집필에 참여하여 면책채권으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에 이 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금융위원회의 보도자료를 보고나서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취업후상환학자금을 면책대상 채권으로 변경한다는 개정법률안을 보고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어, 취업 후 상환학자금 대출에 대하여 2022. 1.부터 개인파산 비면책채권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제 면책 가능한 채권이라는 거죠.
그래도 대학졸업생들의 어깨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는 개선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담당 부서에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남은 어려움은 개인파산절차에서 젊은층에 대하여 엄격하게 접근하는 실무의 태도가 벽으로 남아있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