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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이 Dec 20. 2021

뼈다귀해장국과 채무자

뼈다귀해장국     

 겨울이 시작되면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조금 얼큰한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래기가 듬뿍 들어있으면 좋겠고, 잘 익은 감자를 호호 불면서 먹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뼈다귀해장국이 생각났습니다.      


 국물은 맑고 구수한 것을 좋아하지만 커다란 뼈에 살짝살짝 붙어있는 고기를 발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커다란 해장국 그릇에 가득 들어있는 뼈다귀를 하나 들고 먹기 시작해 봅니다.     


 그리고 고기를 발라 먹은 뼈다귀를 뼈 그릇에 모아두면 그새 해장국 그릇만큼 뼈 그릇이 가득 차오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나의 뱃속은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뼈 그릇은 가득 찬 포만감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수교차로     

 여기가 왜 막히는 거지? 20분 후에 교대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국립현충원을 지나서 사평대로를 따라 고가차도로 들어서면 막히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계산에 호기롭게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게 뭐지?    

 

 동작지하차도 위쪽의 교차로는 항상 막히는 구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만 지나가면 뻥 뚫린다는 확신에 가득한 경험치로 20분 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해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왜 막히지?     


 10여 분 차가 가는 것인지, 사람이 걷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서 있는 것인지 모를 속도로 사평대로 쪽 고가차도로 들어섰습니다. 입속에서는 ‘제발, 제발…….’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편으로는 ‘사고라도 났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고가차도 저 위쪽, 우측에 은색 차 한 대가 서 있었고, 두 개 차선 중에 한 차선에 차가 서 있으니 다른 차들은 그걸 피해가느라 계속 느리게 가고 있었습니다.      


 은색 차량 옆을 지나면서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보았는데 외제 차였고, 유리창은 짙은 썬팅을 해서 그런지 안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 차량은 시간이 좀, 많이, 오래된, 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차감

 몇 해 전에 차에서 내릴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는 차의 편안함 얘기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의해 보여지는 자신의 차와 자신의 차에서 내리는 자신의 모습을 말하는 의미라고 들었습니다.       


 자주 인용되는 얘기가 ‘기타노 다케시’일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던 포르셰를 산 영화감독은 친구에게 포르셰 운전을 맡기고 자신은 택시를 타고 뒤를 따라가면서 자신의 포르셰가 달리는 모습을 감상했다는 얘기 말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하차감을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실제 경험을 했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 친구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뚜렷한 직장이 없음에도 외제 차를 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에서 무엇을 채우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외면에서 무엇을 더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행동은 외제 차의 구매였습니다. 바로 카푸어의 시작이었습니다.           



캐피탈의 이자

카푸어가 되기 위해서는 자동차대출이 필요합니다.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지요. 인터넷 검색창에 자동차 대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거기에 캐피탈 이자와 관련한 여러 광고 사이트가 있고, 클릭해서 들어가면 ‘당일 대출’이라는 제목이 크게 보입니다. 그리고 역시 급전이 필요했는데 당일 대출이 되어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는 취지의 후기 글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곳의 검색창에는 또 하나 제공되는 기능이 있었는데, 바로 ‘대출계산기’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이율과 할부 개월을 입력하면 월 납부해야 할 원금과 이자가 계산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실험 삼아 3,000만 원을 연 10%, 48개월로 입력해보니 월 변제액이 760,877원으로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대학을 갓 졸업한 그 친구는 아마도 월 760,877원을 납부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신용이 좋지 않아 이자율이 높을 것이라 월 변제액이 더 높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 친구 원룸에 살면서 원룸 건물에 주차 면적이 없어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경우 월 정기권이 15~20만 원 정도 하고 있었습니다.       


원룸 거주비용은 대략 월세 50만 원에 관리비 10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합계 금액을 내보니 하루에 밥 한 끼 먹지 않고 원룸에 거주하면서 외제 차를 보유할 경우 대략 160만 원이 지출비용으로 계산되어 나옵니다. 다시 한번, 여기에 식비와 의류비용 기타, 다른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시 뼈다귀해장국     

뼈다귀해장국의 뼈를 다 먹고 나면 해장국 그릇에 국물과 시래기가 조금 남아있게 됩니다. 아직 식사의 시작 전인데 살을 발라 먹은 뼈다귀는 뼈 그릇에 가득 쌓여 있습니다. 이제 국물에 밥을 말아 시래기와 함께 탄수화물로 포만감 가득한 식사를 할 차례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그 친구는 뼈다귀해장국의 뼈만 먹은 상태입니다. 밥과 국물을 먹고 싶을 테지만 이미 월 지출액이 160만 원을 넘어섰으니 식비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해도 월 160만 원 이상을 벌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친구가 국물에 밥을 말아 시래기와 함께 탄수화물로 포만감 가득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신의 부채와 경제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요.  이때 개인회생도 그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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