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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Oct 16. 2024

김칫국도 한 걸음부터

가늘고 긴 글쓰기의 추억

작년 8월에 출판계약을 하고 1년도 넘게 시간이 흘렀다. 꼼꼼하게 점검하고 편집하신다고 사장님이 말씀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늦어졌다. 그래도 누구에게도 뭐라 할 수도 없는 것이 나름의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건강이 최우선

초고를 넘기고 4월 말, 목디스크 파열로 한 달간 병가에 들어갔다. 동시에 작업은 멈춤. 1개월이 연기되었다. 그리고 1,2차 수정 보완. 8월 사장님 만남, 중간 점검. 책제목 브레인스토밍까지 하고 속도가 붙는가 했더니 또다시 잠잠.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바라며 사장님께 조심스레 여쭤본다. 이번에는 출판사 건물에 비가 새서 갑작스러운 공사를 하느라 시간이 늦어졌다고.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몇 후, 편집된 책 가안이 나왔다. '오~ 제법 책의 형태가 나오는걸 .' 그림, 표, 오타 한번 점검하고 다시 출판사에 보냈다. 그리고 또다시 잠잠. 기다리다 답답해서 여쭤보니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허리디스크 때문에 치료하느라 늦어졌다고 하신다. 힘들고 어려운 작업인 걸 알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이럴 때는 괜히 속도를 냈다간 큰 일이다. 언제나 건강이 먼저다. 


제목이 중요해.

몇 가지 제목 후보가 출판사에서 왔다. 교무실 선생님들께 보여드리고 투표를 했다. 이것저것 조합해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본다.  한 끗차이로 느낌이 달라서 딱 맞는 걸 찾기 힘들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드디어 하나로 결정. 제법 그럴듯하다.

꼬불꼬불 돌아가는 재미가 있다.
가족과 읽고 친구와 체험하는 즐거움,

샛길독서


저작권이 부담스럽다.

이번 책은 독서법에 대한 것이다. 한 권의 천천히 읽으며 충분히 생각하고 궁금증이 생기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곳에 머무르며 다양한 샛길활동을 하는 샛길독서에 대한 글이다. 그렇다 보니 책의 인용이 많다. 인용한 부분에 대해 출판사에 알리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3년, 5년마다 사용 계약을 해야 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다시 내용을 삭제하고 축소해서 편집해야만 했다. 또 2~3주가 흘러간다.


초상권 동의서까지

책 내용이 학교, 마을공동체에서 읽었던 책과 활동이 주축이 되다 보니, 여러 사람의 사진과 독후활동 작품들이 책에 다수 포함된다. 동의를 받아야 할 사람의 수가 수백 명에 이른다. 학교 관리자님께 허락을 받고 학생들에게 동의서도 미리 받아둔다. 함께 했던 마을 가족에게는 온라인 동의서로 작성해 주십사 부탁해 두고. 챙겨할 것이 끝도 없다. 지금 낼 책에 꼭 싣지 않더라도 다음 책을 위해서 미리 챙겨 받아두기로 한다. 


화룡점정, 싸인과 문구

막내는 묻는다. "엄마, 책 언제 나와요?", "아마도 올해 안엔 나올걸." 예전에 이해인 수녀님 사인을 받아본 막내는 그때 색연필로 스티커로 책 앞면에 서명과 문구를 써주던 일을 기억하며 자기도 엄마책 사인회하면 옆에서 스티커 붙여주겠다고 벌써부터 성화다. 그 모습이 귀여워 미리 이쁜 스티커도 사두고 책 앞에 쓸 문구도 고민해 둔다.

밝은 달님의 정기를 받아랏!

오늘 막내와 저녁 먹고 산책하는데 그분이 오셨다. 작명의 신. 아마도 휘영청 밝은 보름달 덕분인 것  같다. 라임도 맞고 내용도 좋은 문구가 생각났다. 그분을 만난 것이다. 얼른 휴대폰에 메모해 둔다.

세상으로 항하는 샛길
나로 태어나는 새 길
당신의 모든 길을 응원합니다.

All ways are right,
Always bright,
You are right.

샛길독서, 윤병임

아. 왠지 뿌듯하다.

책도 안 나왔는데 김칫국인가.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오는 법. 실은 출판기념회 콘셉트와 포스터도 이미 구상이 끝났다. 책 출판이 시작되면 바로 장소 섭외 들어갈 예정. 공연해 줄 친구들과 지인, 제자들 명단도 내 마음대로 작성완료. 초대할 명단은 이미 머릿속에 쫙~~  정리되어 있다.


아, 벌써부터 설렌다.
내 책을 빨리 만나봤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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