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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dro Dec 31. 2021

11. 천안 사업장 장기 출장

일반적으로 목표했던 장비 개발이 끝나면 장비가 제대로 동작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품 양산 라인 공장에 개발된 장비가 투입이 된다. 우리가 개발한 장비도 역시 제품 생산 공장에 투입되었다. 정식 제품 생산 공장은 아니고 제품을 선행적으로 몇 샘플 정도 만들어 보는 pilot라인에 투입이 되었다. 공장은 천안에 있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천안으로 몇 달 정도 장기 출장을 가게 되었다. 주중에는 천안의 모텔에서 묵고 천안 사업장으로 출근을 하고 주말에 서울로 올라오는 패턴으로 생활했다. 난생처음으로 해보는 장기 출장이었다.


Pliot 양산 라인에 장비를 투입하고 셋업을 시작하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셋업을 시작하자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내가 개발한 패턴 추출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버그가 발견되었다. 버그 해결을 위해서 늦게까지 작업을 진행하기 일쑤였다. 일을 마치면 보통 밤 11시가 넘었고 어떤 때는 새벽 1시까지 작업을 하고 퇴근을 하기도 했다. 집을 떠나서 장기 출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팀 멤버들이 늦게 퇴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기도 했거니와 납기도 촉박하고 여러 가지 문제들도 해결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퇴근시간은 늦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패턴의 장기 출장은 여러 가지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로는 일단 늦게 퇴근하는 것 자체가 체력을 많이 소진하게 했다. 공장은 클린 시설이었기 때문에 방진복을 입고 출입을 해야 했다. 방진복을 입고 있으면 아주 많이 답답했다. 방진복을 하루 종일 입고 있는 상태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답답하기도 하고 매우 불편했다. 이 상태에서 하루 종일 문제를 찾기 위해 골몰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력이 소진됐다.

둘째는 잠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거의 회사 사람들과 보내는 것도 아주 많이 스트레스였다. 물론 그때는 문제를 찾기 위해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나를 괴롭히거나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계속 누군가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당시 나에게는 스트레스였다.

세 번째는 모텔에서 생활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집을 떠나서 낯선 숙소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우리 집이 제일 편했다.


힘든 장기 출장이었지만 다행히도 장비 셋업 및 샘플 생산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결국에는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고 정상적인 생활 패턴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 출장에 대한 약간에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 같다. 나중 얘기지만 더 길고 힘든 울산 장기 출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 일의 특성상 이러한 공장 생산 라인으로 장기 출장을 주기적으로 가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때부터 이직에 대한 동기가 조금씩 생기게 되었고 나중에 이직을 실행하게 된 동기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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