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나라사랑 동기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신입사원 때 어디 하나 마음 붙일 때 없을 때 가장 의지가 되는 것은 바로 입사동기이다. 결국 대화는 재테크 얘기, 연애 얘기, 게임 얘기 등등으로 시작해서 선배 험담으로 끝난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일로 엮이면 절대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다. 게다가 신입사원 때는 허점이 많고 선배에게 여러 가지로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한테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한 사람도 못 봤다. 아무리 인생에 도움이 되는 나의 개선점을 얘기해줘도 듣는 순간 나에게는 비난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선배 사원은 무조건 불편한 존재다.
반대로 입사동기는 사막 위에 오아시스라고 말해도 과연 이 아니리라. 신입사원 때는 서러운 일이 많다. 남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던 일이 많았다. 나는 어른이고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데 선배가 혼내고 가르치려고 들면 자존감 하락 및 설움이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때는 옆 팀의 동기를 휴게실로 불러내야 한다. 그리고 시원하게 선배 욕 한 사발을 해야 속이 후련해졌다.
그 무렵 우리 센터의 입사 동기는 10명 남짓이었다. 센터는 여러 개의 팀으로 구성된다. 입사 동기들은 각 팀으로 흩어져서 신입사원은 각 팀 당 1명씩 배치되었다. 배치 교육 때 함께 지낸 후에 교육이 끝나면 같이 회식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동기들은 각 팀으로 흩어지면 각자 업무에 바쁘게 되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동기 중에 케미가 잘 맞는 동기와 그냥 그런 동기가 갈리게 되고 나 같은 경우에는 결국 꾸준히 소통하며 서로 의지하게 된 동기는 나보다 1살 위의 형만 남게 되었다.
사람이 한없이 나쁠 수도 있지만 한없이 착할 수도 있다는 것은 그 형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단순히 착하다는 표현보다는 선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마음 쓰는 게 참 선한 형이었다. 배려가 몸에 배었고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해 주는 것이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그 당시 사회화가 덜되고 소위 말해서 개념 탑재가 부족해서 그런지 배려와 공감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 나를 그 형은 따뜻하게 잘 대해 주었다. 고민을 잘 들어주고 이상한 개똥철학에 감동해 주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큰 힘을 가지게 한다.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대해주는 것이 그때는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 돌이켜 생각해 보니 참 고맙고 힘이 되는 일이었던 것 같다. 무미건조하고 가시밭길 같은 회사 생활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 중에 하나가 바로 입사동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나도 이직을 했고 그 형도 이직을 했기 때문에 같은 조직에서 위로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서 그때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