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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인생의 재발견#03.근로수명을 늘려라(2)

(이미지 출처: unsplash)


“사전에 준비를 하는 거겠죠, 사전에. 막연하지만 누구나 생각은 해요.
뭔가 하기는 해야 되는데...
그런데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5%도 안 되는 거 같아요.” 


어느 50대 직장인의 고백이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퇴직 이후 삶을 위해 지금부터 뭔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래서 자기개발에 열심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퇴근 후에 학원을 다니면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거나, 창업 준비를 위해 시장 조사를 하거나 또는 동아리를 만들어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분들의 퇴직 후 적응이 훨씬 무난할 가능성이 높을 거다. 


근로수명을 늘려라

그런데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퇴직 이후 삶에 대한 준비가 현재의 직장생활이나 내 업무와 무관하다는 편견이 깔려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퇴직 준비가 현재 직장에서 생존 다툼과 정말 무관할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자기개발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회사는 일을 하는 무대다. 일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다. 이런 상황이라면 회사를 위해서 온 힘을 다 쏟을 필요는 없지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자신을 위해서 일하자는 것이다. 좀 더 독창적으로, 주도적으로,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년에게는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갈수록 ‘당신의 직위가 무엇이냐’보다 ‘무엇을 할 줄 아느냐’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50대 직장인은 이 질문을 자신에게 되물어야 할 때가 됐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러려면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개발이 필요하다. 참 피곤하고 힘든 세상이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 역할이 없어 무기력해진 삶보다 이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당신의 직위가 무엇이냐’보다 
'무엇을 할 줄 아느냐’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


이런 관점에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경록 소장의 이야기가 시사점을 준다. 우리 삶과 관련해서 네 가지 수명이 있단다. 기대수명, 건강수명, 근로수명, 돈의 수명이 그것이다. 아시다시피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3세로 남자는 80.3세, 여자는 86.3세다.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2년 이상 길고, 일본에 이어 2위 수준이다. 기대수명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해서 1960년에는 52.4세에 불과했던 것이 1990년에는 71.4세, 2016년에는 82.4세로 증가했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이제 100세를 넘어 한국인 평균수명은 120세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건강수명은 64.9세로 기대수명보다 훨씬 짧다(2016년 기준). 건강수명은 질병으로 인해 몸이 아픈 동안을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즉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실제 건강한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보다 훨씬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생의 마지막 17.5년은 건강문제로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50%를 생의 마지막 5년 동안 사용한다는 통계도 있다. 


근로수명은 49.1세다. 우리나라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을 한국고용정보원이 추산한 결과다(2017년 기준). 대학 졸업을 기준으로 20대 후반까지 교육을 받지만 막상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50세 무렵에는 중심부 일자리에서 밀려나 가교 일자리, 즉 계약직이나 임시직 같은 비정규직이 된다는 뜻이다. 이것을 산업은행이 추정한 대다수 유럽국가의 주된 일자리 은퇴 연령과 비교하면 10년 이상 빠른 나이다. 


또 기대수명에 비해서도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의 삶이 30년, 40년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자아실현과 건강, 사회기여 등의 이유로 뭔가 역할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직업세계에 머무르는 기간, 즉 일하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회사를 떠나 손에 쥔 퇴직금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자영업 이외에 많지 않다는 거다. 한국의 자영업 시장이 퇴직자들이 차린 치킨집, 편의점, 카페 등으로 극심한 레드오션을 이루는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더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이 돈의 수명이다. 은퇴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75세, 80세까지 고려해서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경제적 준비가 필수적이라는 거다. 그래서 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단다.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일까?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긍정적인 사고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공을 방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체중감량프로그램에 참가한 여성이 미래의 자기 모습을 어떻게 그리는지에 따라 체중 감량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단다. 즉 살이 많이 빠져서 더욱 아름다운 체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한 사람일수록 체중 감량 효과가 오히려 적게 나타났던 거다. 다른 사례도 있다. 좋은 학점을 기대하는 학생들, 자신은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얻더라는 거다. 긍정적인 사고가 오히려 자신의 기대를 실현하는데 방해가 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긍정적인 사고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긍정적인 사고는 오히려 사람들을 현실에 더욱 안주하게 만든다.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한 사람들은 목표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가기보다 이미 그 목표를 이룬 것처럼 행동했다. 따라서 이런 긍정적 사고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지 않지만 말이다. 여러 실험에서 가장 성과가 좋았던 사람들은 언제나 밝은 미래와 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제약을 동시에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까지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았다면,
이제는 직업인의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보자는 의미


부정적인 이슈를 길게 설명한 이유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 왔던 것처럼, 50대에도 여전히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거다. 지금까지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았다면, 이제는 직업인의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보자는 의미다. 너무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며 큰 틀에서 미래를 그려보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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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인생의 재발견'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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