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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15.빠르게 나이드는 한국 일하는 방식도 바꿔

(이미지출처: 매일경제)


우리 회사의 중위 연령은 몇 세?

우리 인생은 연령에 따라 한계 지워져 있다.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없으며, 50대 중년이 20대와 같은 신체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누구든지 7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남자는 20대에 입대하여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연령 단계별로 서로 다른 발달 과업들을 제시한 심리학자도 프로이드, 에릭슨, 레빈슨 등 여럿이 있다.


동양에서도 일찍이 공자 가라사대, 나이 40이면 불혹(不惑;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음), 50이면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앎), 60이면 이순(耳順; 성숙하게 남의 말을 받아들임)이라고 했다. 하지만 2500년 전 춘추시대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나이 40에도 여전히 유혹이 너무 많고, 나이 60에는 이순이 아니라 이명(耳鳴; 주변이 조용한데도 특정 소리가 들림) 증상이 생기는 게 현실이다.


개인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해서도 이런 연령 지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중위(中位) 연령이다. 이는 모든 국민을 나이순으로 정렬했을 때 가운데 위치하는 연령이다. 평균 연령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중위 연령이 그 국가의 노령화 정도를 더 잘 반영한다고 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역시 “인구 통계는 정확한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46세이다. 출생연도로 보면 1977년생이다. 과거 2000년에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32세였고, 2010년에는 38세였다. 향후 2030년에는 50세가 되리라 예상된다.

국가별 비교가 가능한 2020년 기준으로 보자면,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44세로 세계 11등이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중위 연령이 높은 국가는 일본으로 48세이고, 중국과 미국은 38세, 베트남은 32세, 인도는 28세이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2000년과 같은 중위 연령 상황인 것이다.


중위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의 의미

중위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은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이고, 노동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이 32세였던 2000년에 인터넷 벤처 열풍이 일어났던 것 역시 이와 무관할 수 없다. 30대 초반에는 뭐든 시도해 볼 수 있는 도전 정신이 충만하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중위 연령이 40대 중반이 넘은 상황에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 역시 2005년에 시작해서 2018년에 종영하였는데, 메인 진행자 유재석이 1972년생이니까, 그의 나이 33세에 시작해서, 46세에 그만 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우리나라 중위 연령과 같다. 46세쯤 되면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열심히 밤새워 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런 상황은 회사 역시 동일하다. 우리 회사의 중위 연령은 몇 세일까? 대기업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전체 결과보다 조금 낮은 40대 초중반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 회사가 더 이상 예전처럼 젊지 않다는 것이다. 40세 이전에는 입사 몇 년차라는 표현이 익숙하지만, 50세가 넘어가면 정년 몇 년 남았다는 말을 더 많이 한다. 입사를 기준으로 일 년씩 더해 세다가, 정년을 기준으로 일 년씩 빼서 세는 방식으로, 시간을 바라보는 조망이 달라진 것이다.


올해 한국 중위연령 46세 
2000년에 비해 14세 높아져 
기업 중위연령 40대 초중반 
체력 부족하고 도전 망설여 
구성원 연령별 심리특징 달라 
무조건 변화 강요하기보다 
최적화될 과업 찾아 제시를


회사의 중위 연령이 30대였던 20년 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로운 시도들을 했지만, 중위 연령 40대가 된 지금은 업무적으로 지시를 해도 낯선 방식을 주저하게 된다. 그런데 회사들은 이런 심리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계속 도전을 강조하고, 실수와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한다. 그게 쉬울까?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일단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성공의 기쁨보다는 실패의 두려움이 커지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불가피하다.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에 대한 단편적 지식을 변화에 적응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하지만 중년에도 멋있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은, 기초 체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지식보다 지혜를 활용할 줄 안다. 또한 자기 얘기를 반복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지만) 작은 변화들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어떠한가? 중위 연령이 40세를 넘었음에도 여전히 예전 방식을 적용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는 다르게 고민해야 한다.


구성원의 상황(연령)을 고려한 변화 시도가 필요

이와 관련해서 심리학자 폴 발테스(Paul Baltes)는 중년기의 심리학적 모형으로 선택(selection), 최적화(optimization), 보상(compensa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Arthur Rubenstein)의 언급이 적절한 예시가 된다.

 “나이가 많이 든 피아니스트로서, 저는 이제 몇몇 소수의 작품만을 연주하고(선택), 하나하나에 대해 예전보다 더 많이 연습한답니다(최적화). 그리고 공연 중에 아주 빠른 부분을 연주할 때는 그 바로 앞부분을 좀 더 느리게 함으로써 청중들이 실제보다 더 빠르게 느끼도록 합니다(보상).”

 

아무리 맞는 말이고 필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구성원의 심리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과 제도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변화를 꺼리는 중년기 중위 연령 구성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반복적인 강조는 오히려 사람들을 더 움츠리게 할 수도 있다. 이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 무수한 회사들에서 추진하고 있는 변화 과제들의 딜레마이다.


따라서 오히려 선행해야 하는 작업은,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개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충분히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다. 공감해도 움직일까 말까인데, 사전 공감대 없이 시도하는 변화 과제들은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나서, ① 시기별, 조직별로 우선순위(선택)를 정해야 하고, ② 선택한 과제를 성공하기 위한 물리적, 인적, 제도적 뒷받침(최적화)이 있어야 한다. ③ 나아가 변화의 작은 성공이 체감될 수 있는 심리적 장치(보상)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우리 회사의 중위 연령이 몇 세인지 확인하고, 그것을 고려한 변화 시도만이 성공 가능성을 그나마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필자가 속한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김도환박사가 매일경제(빠르게 나이드는 한국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 (mk.co.kr))에 기고한(2023.5.11)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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