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매일경제)
임원·팀장 리더십 워크샾 장면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변화·혁신’이다. 이 장면에서‘사람들은 변화를 좋아할까요’라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아니요’라고 답한다. 이유를 제시하기 전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변화가 불편하다는 감정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변화는 내 생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생존 본능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본능이다.
변화에는, 모든 움직임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고 인간은 에너지를 아끼고 보존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게으름을 피우고 빈둥거리는 성향을 보인다. 그 결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현상태를 유지하며, 새로운 시도나 변화에 일단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미루는 습관, 변화를 일단 거부하는 습관은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변화를 꺼리는 심리적 이유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생리학자인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만 39세가 되면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지 않을 확률이 95%, 35세가 될 때까지 먹지 않았던 음식을 이후로도 먹지 않을 확률이 95%, 23세가 될 때까지 입어보지 않았던 옷을 그 이후로도 입지 않을 확률이 95%라고 한다. 이 말은, 인간은 35세가 넘어가면 변화나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첫째 불안정성과 불예측성 때문이다. 인간이 가장 꺼리는 상황은 무언가 안정되지 않거나 예측할 수 없는 장면인데, 변화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증폭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머무르는 현재의 안정성과 확실성에 집착한다.
둘째, 변화 과정에서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득보다 손실에 극도로 민감하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최초의 심리학자인 다니엘 카네만 연구에 따르면 손실은 이득보다 평균 2.25배 더 큰 가중치를 지닌다. 그래서 주식투자에서 100만원 손실을 본 사람은 다음 번 투자에서 225만원 수익을 얻어야 먼저 잃은 100만원의 손실이 만회되었다고 느낀다. 이렇듯 대부분의 변화는 실패의 두려움이 성공의 기쁨보다 먼저 떠오르고, 따라서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잃을 수 있다는 손실의 가능성을 증가시키기에 변화를 싫어한다.
마지막으로 변화는 인간이 그토록 집착하는 자신의 통제가능성을 약화시킨다. 인간은 통제에 대한 본능과 열정을 타고났기 때문에, 뭔가를 통제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만족감을 준다. 그리고 어느 한 시점에서라도 통제력을 상실하면 인간은 불행하고 무력하며 우울해 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통제력을 변화의 과정에서는 누리기가 쉽지 않다. 아니 누리기는커녕 상실하기가 훨씬 더 쉽다.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는 핵심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은 변화를 꺼린다…하지만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 바뀐다
조직의 진보 이끌려면 구성원 요구 충족시켜주고 리더도 변하는 모습 보여야
인간의 변화를 만드는 핵심 기제
변화를 가로막는 몇 가지 이유(불안정성/불확실성 회피, 손실 회피/손실 혐오, 실패의 두려움, 통제력 상실의 우려) 때문에 변화를 거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변화한다. 첫 번째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타인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자기 주변에 긍정적 변화에 성공한 사람이 있거나 좋은 역할 모델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경우 사람들은 그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그래서 가정에서나 일터에서 부모나 리더의 솔선수범을 그렇게 강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태도가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설득할 때이다. 인간은 외부의 물리적 강제(파워)나 좋은 역할 모델을 통해서 변화의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변화의 범위나 기간이 가장 넓고 장기적인 것은 신뢰성 있는 사람이나 정보를 통한 자기 설득이다. 평소 술과 담배를 하면서 건강관리에 신경쓰지 않던 중년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생할습관을 바꾸고 건강식단으로 바꾸는 이유는 더 이상 외면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건강검진 결과 때문이다. 이 경우 자기의 변화 필요성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자기설득을 통한 내재화과정을 밟는 것이다.
일터에서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리더의 역할
“모든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지만,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없다.”톨스토이의 말이다. 현장에서 변화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의 첫 번째는 리더들의 변화에 대한 대처방식 때문이다. 실패하는 대부분의 변화에서 리더들은 자신들을 변화의 대상에서 열외로 둔다. 문제는 저 밖에 있다는 생각으로 변화의 대상인 구성원들에게 지시하고, 강요하고, 사후에 훈수를 두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는 내가 아닌 남이 해야 한다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예외없이 실패한다.
이너게임의 저자 티모시 골웨이(Timothy Gallway)의 언급이다. “변화를 리드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변화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 변화는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고, 학습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변화를 추진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변화시켜야 할 책임을 면제받는 것과 같다.”이렇듯 ‘우리와 그들’로 분리된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조종당한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저항이 일어난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일터에서 변화에 성공하고 싶다면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내가 만들려고 하는 변화는 구성원들 개인의 이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
둘째, 그 변화의 과정에 리더인 나는 포함되어 있는가?
변화의 핵심은 보존
우리는 흔히 변화와 보존을 반대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누군가 수 십년 피던 담배를 끊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을 위해서 혹은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기 때문이리라. 즉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을 보존하기 위하여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건강을 보존하려고 삼복더위에도 마스크를 쓰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가 쉽지 않을 때에는 당신이 그 변화를 통해 보존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리해 보는 작업도 도움이 된다. 변화는 액션아이템의 문제가 아닌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