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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22.5분마다 딴 생각…집중력 도둑맞은 직장인

(이미지 출처 : 매일경제)


주 52시간 근무제가 가져온 풍경은 일터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이제 주 52시간 근무는 당연한 근무형태로 자리 잡았고, 직장인들은 주 52시간이 아닌 40시간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조직에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과연 맞는지는 의문이다. 


2019년 2월 <비즈니스리더> 기사에 따르면 영국의 평균 노동자가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하루 3시간 미만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근무시간에 정신을 딴 데 두고 있다는 것인데, 정작 필요한 일에 집중적인 시간과 노력을 안배하지 못하고 한정된 시간을 다른 곳에서 낭비하는 이런 집중력의 부재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개인과 환경(상황)의 함수로 파악한다. 그리고 개인 행동에는 한 개인이 처해있는 상황의 힘이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상황 요인과 행동의 연관성은 70퍼센트 이상이다. 이 말을 집중력에 연결해보면 현재 집중력이 저하된 주요한 원인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나는 분산된다.

우리의 집중력과 몰입도를 약화시킨 가장 첫 번째 주범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다. 수시로 이메일, SNS, 일정, 좋아요, 실시간 뉴스 등이 우리를 자극한다. 2016년 7월 13일 인사이더 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스크린 타임은 3시간 15분이고, 24시간 동안 핸드폰을 2617번 만진다고 했다. 이렇게 끊임없는 자극과 간섭 속에 우리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약화되었고 한가지에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게 되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반응과 감정에도 다른 변화를 만들어 냈는데, 이 역시 집중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가 존재하기 전에는 어떠한 유형의 메시지에든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회답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나중일이었다. 시간을 내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편지나 전화로 응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세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많은 것들이 간섭받게 되고, 당연히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이런 즉각성은 우리의 감정표현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감정을 드러내고, 즉각적인 반응에만 치우치게 한 측면이 많다. 그냥 생각이 가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고, 발송을 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손편지였다면 쓰면서 생각을 더 했을 거고, 써놓고 나서도 보낼까 말까 고민도 더 했을 텐데, 즉각적인 반응의 익숙한 패턴이 집중력과 감정 관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눈앞의 스마트폰·인터넷
끊임없는 자극과 간섭 속에
사고력 얕고 짧고 가벼워져
디지털 디톡스로 회복 가능
폰과 거리두기 시도해보길


집중과 기억을 방해하는 멀티 태스킹

집중력을 방해하는 두 번째는 요인은 멀티태스킹이다.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멀티 태스킹을 많이 한다. 그러나 MIT신경과학자 얼 밀러는 “멀티태스킹은 인간적으로 불가능합니다.”라고 했다. 우리 뇌는 동시에 한두 개의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며, 이것은 뇌의 근본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멀티태스킹이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전환 비용 효과이다. 뇌는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이동할 때 재설정되며 이 경우 수행능력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진다. 작업 전환에 쓰는 시간은 뇌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휴렛팩커드 연구원 대상 실험에서 SNS, 이메일, 전화 등 기술의 방해가 직원들의 IQ를 평균 10점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 차원에서 IQ 10점 하락은 대마초를 피웠을 때 IQ에 가해지는 5점 하락의 2배나 된다. 한 번에 한 가지씩, 우리의 집중력과 성과를 위한 비결이다. 


종이 시대에서 화면 시대로, 얕고 가벼워진 사고들 

세 번째는 정보 처리 방식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가져온 지식과 정보 습득 방식은 문자 텍스트에서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동영상도 아주 짧은 쇼츠라는 형태로, 그리고 글을 보더라도 종이책을 읽지 않는 방식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었다. 웹서핑의 달인이 된 우리는 하이퍼링크를 사이를 끝없이 질주하며 다양한 자극에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노출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에 따르면 인터넷은 의도적으로 우리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컴퓨터를 켤 때마다 쌍방향성, 하이퍼링크, 검색 가능성, 멀티미디어 등의 방해 기술의 생태계에 빠져들게 한다. 


제이콥 닐슨은 2006년 232명의 인터넷 사용자 시선 추적 실험에서 어떤 참가자도 전형적인 책 읽기 방식인, 체계적으로 한 줄 한 줄 진행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문서를 읽지 않음을 발견했다. 대다수는 문서를 재빨리 훑었으며,  시선이 대략 알파벳 F의 형태를 띠며 페이지 아래를 향해 건너뛰는 식이었다. 즉 종이책을 읽듯이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카는 이런 이유를 우리가 링크와 마주칠 때마다 적어도 몇 분의 몇 초라도 멈추고 우리의 전전두엽피질이 그것을 클릭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판단토록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고와 판단의 질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더 중요한데, 이러한 간섭이 자주 반복되었을 때 이해력과 기억력은 저해된다.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예전 모 그룹에서는 회사 교육에 참가하는 모든 임직원들에게 휴대폰을 강의장 밖에 거치하도록 하고, 쉬는 시간에만 사용하게 했다. 당연히 수업의 집중력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이렇듯 집중력 유지를 위해 의도적인 거리두기나 어려운 일이지만 디지털 디톡스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집중력을 오랫동안 잘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너게임>의 저자 티모시 골웨이는 우리에게 역발상의 통찰을 제공해준다. “집중을 유지한다는 것은 집중을 절대로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중을 잃는 순간을 짧게 만드는 것이다. 즉, 집중 훈련의 목표는 빨리 집중 상태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것이다.”집중력을 절대로 잃지 않으려 애쓰기 보다, 집중에서 벗어났을 때 빨리 본궤도로 돌아오는 것, 기억해야 할 집중력 유지의 핵심 원리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최윤식박사가 매일경제(2024.03.13)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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