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매일경제)
리더십은 대화다. 대화를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전달자(메신저)와 내용(메시지)이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우리 속담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듣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번 신뢰를 잃은 사람은 그 후로 아무리 진실을 말하거나 정당한 일을 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쉽게 믿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실 여부보다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 인간의 마음을 보여준다.
설득의 3요소 :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24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라는 설득의 3요소를 제시했고, 오늘날에도 유효한 설득의 기본 원칙으로 인정받고 있다.
첫째, 로고스는 논리와 이성이다. 메시지의 일관성, 객관적 사실과 근거 등을 갖추지 못하면 설득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둘째, 파토스는 감정과 공감이다.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고 상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감정적 연결을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의 신뢰도로 설득하려는 사람의 성품, 명성과 매력, 카리스마나 진실성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서는 먼저 나의 성품과 진정성을 통해 상대방과 신뢰의 연결 고리를 만든 다음(에토스), 상대방이 나의 말과 생각을 받아들일 심리 상태가 되어 있을 때(파토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로고스)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에토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라고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하는 사람의 성품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설득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메시지보다 메신저 : 메신저의 에토스
'설득의 심리학' 공저자인 스티브 마틴과 행동심리학자 조지프 마크스는 '메신저'라는 책에서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끌리는 8가지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왜 사람들이 특정 메신저와 그들의 메시지에만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 또 반대의 경우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탐색했다. 이들은 지위와 자격을 중시하는 하드 메신저의 네 가지 요인으로 사회경제적 지위, 역량, 지배력, 매력을 꼽았고, 아울러 대중과의 유대감을 만드는 소프트 메신저로 온화함, 취약성, 신뢰성, 카리스마 등 네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이러한 메신저를 통해 사람들은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쌍방향 소통하려면
내용보다 '누가' 말하냐 중요
평소 성품이 설득력 좌우해
수평적인 태도로 친밀감 쌓고
업무에 부정적인 소식 들어도
화내기보다 포용할 줄 알아야
실수했을땐 진정성있는 사과를
에토스 증진을 위한 세 가지 tip
그렇다면 메신저의 신뢰도를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을까?
첫 번째, 상호 간 친밀감이 가장 중요한 토대다.
평소 구성원이 리더에게 편안하고 자유롭게 다가와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가가 친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내 방문은 항상 열려 있어. 언제든지 찾아오거나 연락해줘"라는 말로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소통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여전히 소통의 주도권은 리더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친밀감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렇게 했을 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지는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구성원이 느끼는 것이지, 리더의 선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리더들은 구성원'에게(to)' 얘기하지 구성원'들과(with)' 얘기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의 원래 의미가 '공유한다' '함께 나눈다'인데 핵심은 서로 공통의 경험을 나누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유를 위해서는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 교류가 필수적이다. 리더가 먼저 다가가는, 소통의 안전지대를 넓혀주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불편한 사실이나 정보를 어떻게 대하는가다.
이는 부정적 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일례로 "전령을 죽이지 마라(Don't shoot the messenger)"는 말은 기원전부터 패전 소식을 들고 갔던 전령을 처형하던 행위에서 유래된 말이다.
1931년 미국의 보험사고 분석관이었던 하인리히가 제시한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으로 제시되는데, 1개의 대형 사고에는 29개의 경미한 사고와 300개의 이상 징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부분의 대형 사고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이상 징후나 원인을 파악해 수정하지 못했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더가 이상 징후나 경미한 사고에 관한 불편한 사실이나 정보를 수용해서 조치를 취했더라면 대형 사고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을 죽이는 유산은 지금도 남아 있다.
세 번째는 솔직한 자기표현이다.
필요시 진정성 있는 사과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신뢰감을 증진시킨다. 우리는 사과할 때도 자기 방어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장면에서 '본의 아니게' '그럴 뜻은 없었지만' '억울하다, 안타깝다, 유감이다' 등의 문구를 덧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런 자기방어적인 표현들을 사용할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 해결보다 책임 소재 규명이나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기에 '자기 책임'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불편한 상황에서의 사과와 책임 수용은 메신저의 에토스를 드러내는 훌륭한 증거가 된다. 아울러 인간은 약간의 결점을 가진 사람을 더욱 좋아한다. 실수 효과(Pratfall effect)가 말해주는 것은 지위가 높고 능력이 많을수록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결점이 있다는 증거가 매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취약성을 적절한 방식으로 드러낼 때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리더에 대한 신뢰감은 더욱 커진다.
리더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인격과 성품 자체가 말이나 행동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까 못지않게 메신저의 에토스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소통과 교류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최윤식박사가 매일경제(맞는 말만 하는 상사라도 신뢰 없으면 불통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 (mk.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