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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27.임원 승진하기 싫다는 요즘 직장인

(이미지 출처 : 매일경제)


"지난주 금요일에 본부장님이 임원 후보에 저를 추천할 거라고 말씀하시길래, 평소 생각대로 저는 임원 안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은 영 개운하지 않네요. 저도 상무님 소리도 듣고 싶고, 남들보다 유능하다는 인정도 받고 싶거든요."


임원 승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임원이나 팀장 승진에 대한 열기가 과거만큼 뜨겁지 않아 보인다. 승진 경쟁이 치열할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이 중시하는 가치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모 취업포털 기관이 직장인 1084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조사한 결과 '직급 상관없이 정년까지 보장받는 안정적인 직장생활'(24.4%)이 1위, '업무 경력을 쌓아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23.9%)이 2위를 차지했다. 또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54.8%는 임원 승진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영원히 '대리'로 머무른다는 뜻의 '웰빙대리(웰빙+대리)'라는 말까지 유행한단다.


임원 승진을 기피하는 이유

요즘 직장인들이 임원 승진을 기피하는 것은 한마디로 '되기도 어렵고' '돼 봐야 별 볼일 없기 때문'이다.


첫째, 바늘구멍 뚫기다. 국내 주요 기업에서 임원이 되려면 130대1 정도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가 우리나라 100대 기업을 분석해 보니 임원 비율은 0.77%에 불과했다. 그만큼 임원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개인이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에 더해 무거운 책임을 감내해야 하고, 자신을 잊고 조직과 상사에게 올인하는 충성심도 보여주어야 한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희박한 확률의 승진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 참여해야 하는데, 요즘 다수의 직장인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둘째, 보상보다 그에 따른 위험이 너무 크다. 임원이 되면 연봉이나 성과급이 크게 상승한다. 문제는 임원의 수명이다. 임원이 되면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지위가 바뀌는데, 그러다 보니 1~2년 만에 짐을 싸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직과 일에 대한 헌신, 충성 그리고 능력에 대한 인정이자 보상으로 임원이 됐는데, 그렇지 않은 동료들보다 먼저 짐을 싸는 역설이 벌어질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 퇴직이 빨라지면 당연히 총소득도 줄어든다. 부장으로 정년을 채우는 경우가 총소득 면에서도 더 유리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정년 연장 문제와 해고가 어려운 한국의 노동 관련 법률이나 문화도 임원 승진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셋째, 임원들이 젊어지다 보니 승진을 포기하는 직원도 늘어난다. 최근 대기업 임원 인사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세대교체'다.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도인데, 회사의 이런 의도와 달리 임원 승진 포기족이 양산되면서 조직의 무력감이 더 커지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 모 부장의 경우 3년 후배들이 임원이 된 것을 보고 "지금까지 임원 승진을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임원 승진 연령이 낮아지면서 불이익을 받았다. 열심히 하면 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없다 보니 열심히 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임원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은 팀장 보직에 대한 기피로 이어진다. 임원은 급여도 오르고 권한도 커지지만, 팀장은 돈도 권한도 주어지지 않으면서 책임만 커지는 자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팀장이 되겠다는 사람도, 팀장이 되기 위해 열심히 성과를 내겠다는 직원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승진 기피 풍조는 결국 조직의 전반적인 활력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승진이 별 매력이 없는데, 굳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보상과 동기 부여로 활력 높여줘야
130대1 뚫고 임원 승진해도
자신을 잊고 조직 올인 등
개인이 치러야할 대가많아
심지어 계약직으로 바뀌어
보상보다 위험부담 너무 커
능력 뛰어나 임원된 직원들
합리적 이유없는 해고 안돼
급여·성과급 유리하게 해야


조직에 활력을 더하려면…

컬럼비아대학의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에 따르면 사람들이 목표를 추구하는 동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향상초점과 예방초점이 그것인데, 향상초점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 무엇인가 하려는 동기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예방초점은 원하지 않는 일을 방지하거나 안정감이나 손실 최소화에 우선순위를 둔다. 한마디로 좋아지는 데 초점을 두느냐, 나빠지지 않는 데 초점을 두느냐의 비교이다.


인간의 태도와 행동은 개인의 특성보다 상황의 특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 인간의 모든 선택은 '위험 대 보상'의 결정이다. 저성장 사회, 탈권위주의, 개인주의 확대와 삶의 균형 강조 같은 거시적인 변수들로 인해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고 인생 전반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그 결과 직장인의 심리가 향상초점에서 예방초점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짧고 굵게 보다 가늘고 길게, 위험이 있는 도전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선택을 선호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입장에서 볼 때 요즘 직장인들의 선택은 매우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인간의 이기심에 더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 조직 전반의 활력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향상초점 동기가 작동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유능하고 열심히 일해서 임원이 된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해고가 쉽다는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먼저 짐을 싸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또 총소득 면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급여, 성과급, 각종 혜택 등 여러 사안들을 검토해야 한다. 임원이 되는 것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생겨야 팀장 보직에 대한 기피도 줄어들 수 있고, 향상초점을 가진 직원들의 비율도 증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달라져도 조직이 생존하려면 성장해야 한다. 성장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가 아니라 쇠퇴한다는 점은 불편한 진실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더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직원들이 많은 조직은 성장할 것이고, 나빠지지 않는 데 집중하는 직원들이 많은 조직은 서서히 쇠퇴할 것이다. 당신이 속한 조직은 어떠한가?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로버트 퀸의 책 제목은 여전히 유효하다. Deep Change or Slow Death.



이 글은 저자가 매일경제(임원 승진하기 싫다는 요즘 직장인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 (mk.co.kr))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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