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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Feb 08. 2024

28화 'T'아빠가 'F'딸을 위로하는 방법

각자의 위로 방법


(1)


겨울은 참 길다.

봄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목이 빠질 정도이다.

쏘피가 끝내 보지 못하고 간 봄!

너무 늦게 오는 봄이 이제는 미울 정도이다.



근데, 찬바 속에서

그렇게 기다리던 따스한 햇살과 봄내음이

살금 느껴지는 날에는

왠지 서글프다.

산책하기 딱 좋은 그런 날이면

또 왠지 울적하다.



햇살이 참 좋은 그런 날,

집 앞 작은 공원에 나가면 신나게 냄새를 맡고 다니는 녀석이 어른거린다.

꼬리를 바짝 들고 살랑하며 걷는

녀석의 발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아! 14년의 시간은 너무 길었나 보다.

녀석이 참 보고 싶고, 보고 싶다.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울적해하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아들이 물어본다.


"엄마, 괜찮아요?"


"응? 엄마? 당연히 괜찮지!

강인어른이거든! 에헴!

그리고 난 눈물이 없는 여자얏!"


근엄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윙크를 날려준다.



"에휴!"


아들은 짧은 한숨을 쉬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던지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들은 쏘피를 보내고 온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슬픈 눈빛으로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3일째 되던 날 저녁 7시쯤

축구를 하러 나가겠다고 하더니,

11시까지 땀을 잔뜩 흘리고 집에 들어왔다.

한결 가벼워진 눈빛의 아들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쏘피가 소풍을 떠난 다음 날,

딸내미는 집에 있기 싫다고 했다. 아니 쏘피가 가득한 집에 있지 못하겠다고 했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겠기에,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 타이레놀을 먹고,

서울행 광역버스를 타고

꾸역꾸역 서울로 향했다.


캬아! 역시 SEOUL!

북적북적 외국사람도 많고, 맛집도 고, 구경거리도 많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좋다!

우리는 외국인 마냥 지도앱을 들고

덕수궁도 구경하고, 미술관도 가고, 마포 갈매기살도 먹고 발바닥이 후끈해질 정도로 돌아다니다가, 집에 오니 밤 11시다.



 다음 날부터 나도 딸내미도 심각한 몸살로 모두 뻗어버렸다.

그래도 몸이 무거우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3)


방학 때도 등교를 하는 고딩 딸내미의 

책상 위를 정리하다가

스케줄러에 쓰여있는 작은 글씨들이 보인다.


딸내미가 오늘 할 일을 적다가

문득 쏘피가 보고 싶었나 보다.




쏘피 ♡♡

보고 싶다.

안 아프게 잘 있지?

소피한테 푹 안겨서 누워있고 싶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이 딸내미의 스케줄러에 답그림을

남겨준 것을 발견했다.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온다.

 

딸내미의 작은 글 밑에

온 동네 개들을 잔뜩 그려놨다.

이름도 가관이다.


루피, 개피, 호피, 두피, 코피, 마피, 로피, 세피...


하!!!

참 새로운 위로법이다!


MBTI에서 대문자 T 인

남편의 위로 방법인 것 같다.


온 동네 개들을 다 줄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그런 뜻? 인 것 같다.


하아!!


.

.

.

.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살펴보며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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