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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된 Oct 20. 2020

스며들지 못하는 삶에 대해 인정하기로 했다_1편

인간관계의 속도와 욕심 그리고 순응


나는 항상 스며들지 못하는 삶이 불만족스러웠다.  학기가 다가오면 두려웠다. 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특히 일주일이 지나도 1년이 지난 사람들처럼 어울리는 친구들을 보며 항상 부러워했다. 나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이런 내가 싫었지만 이제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흘러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유년기는 깡시골에서 보냈다. 할머니 집에서 온 가족들이 지냈고, 아빠는 직장이 있어 타 지역에서 있어 자주 보지 못했다. 깡시골에서 나는 항상 인기 스타였다. 할머니들이 많은 시골에서 어린아이는 인기쟁이다. 어딜 가도 주목받고, "안녕하세요" 인사 한 번에 개그맨이 된다. 그 동네는 어린아이들도 많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1학년 1학기인 8살까지 내 세상이었다. 엄마가 아빠와 같이 일을 하게 면서, 깡시골보다 조금  발전이  촌으로 이사 왔다.


내가 정의한 깡시골과 촌의 차이점을 설명하면 깡시골은 슈퍼마켓 하나 없고 근처에는 논과 밭 그리고 동네의 사람들의 숫가락 개수를 다 알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다면, 촌은 근처에 걸어갈 수 있는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있고 내 또래 친구들이 더 많은 곳이다. 이런 동네에 1학년 2학기 시작하기 전에 할머니 손을 잡고 버스 타고 올라오는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변에는 공장이 많고, 생소한 풍경들이 창가로 지나가는 기억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애매한 시기에 전학을 왔다. 전학 온 학교는 이전 학교보다 컸다. 그랬어도 촌에 있는 학교라 한 학년당 1반뿐이지만, 30명이 넘게 있는 풍경을 나는 처음 봤다. 자기소개를 위해 선생님과 첫 교단에 올랐을 때의 감정이 아직도 마음을 친다.


친구들은 어디 한 부분씩 다쳐있었다. 지금에서야 8살짜리 애기들이 놀다가 다쳤구나 싶지만, 그때의 어린 나는 더 시골에서 왔지만, 시골에서  친구들보다  시골스러웠다. 얼굴에 상처가 나있고, 머리에 땜빵이 있고 전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쟤는 뭐지?"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무서웠다.


반 친구들은 벌써 친해져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이건 기억이 안 나지만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로 들은 8살의 나는) 처음 전학 온 나에게 관심을 표했다고 한다. 나는 첫인상이 무섭다 보니 친구들과 선뜻 친해지기 싫었던 것 같다. 8살의 기억은 인상 깊은 전학 첫날 기억 뿐이다.


 엄마는 내가 한참을 방황했다고 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쉬는 시간마다 도서관에 박혀 책만 읽었다고 했으니까. 부모님은 나를 위해 동네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근처에 있던 친구의 학부모와 어울렸다. 같이 여행도 가고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먹으니 자연스럽게 경계가 풀어지면서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되었다. 2학년 때까지 고생하다가 겨우 친해진 것 같다.


이런 경험이 트라우마가 됐는지 중학생이 된다는  무서웠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모르는 친구들을 만나는 게 설렘의 순간이 아니었다. 나는 중학교에 올라가기까지 한 학년당 1반뿐인 줄 알았다. 중학교 여자반은 6반 정도로 많았다. 초등학교 다니는 친구들과 같은 곳으로 지원했고 붙었지만, 반이 전부 떨어졌다.


다행히 친구 1명과 나는 같은 반을 쓰게 되었지만, 빨리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초등학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니가 다른 친구들을 데려와서 내가 같이 놀 수 있었어." 내가 이 이야기를 듣고 꽤나 놀랬다. 내가 그랬다고?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니? 낯을 많이 가리는 내가 먼저 용기를 내 친구들을 사귀었던 것이다.


먼저 다가가도 스며들진 못했다. 난 어색함을 느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던 이는 그 이야기를 전해준 친구였다. 항상 이 무리에 어울려야 한다는 강박과 불편함에 하교  집에서는 엄마한테 "학교 가기 싫어"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어울리지 못하고 학년을 마치고, 또다시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을 했다. 이런 감정이 싫었다. 항상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지내는 습관이 싫어서 익숙한 친구들과 떨어져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과는 아예 다른 학교를 진학했다.



2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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