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문학과 지성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길래 신청했다가 덜컥 당첨되어 읽게 된 책. 책을 읽는 데 소중한 시간을 써야 하기에 심사숙고해서 읽을 책을 고르는 편이고, 그런 의미에서 책이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지만..결론적로는 참 흥미롭게 읽었다.
누구보다도 자유분방하게 살고 있는 '피비', 한때 신학대학에 다닐 정도로 신과 가까웠지만 신에게서 멀어진 '윌', 북한 수용소에서 극한의 경험을 하고 신에 귀의한 '존릴'. 소설은 이 세 사람의 시선으로 이루어져있다. '윌'과 '피비'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함께 지내게 되는데, '피비'는 어느 날 나타난 '존 릴'을 만나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부모님의 이혼 후 미국으로 건너와 살던 어느 날 '피비'는 엄마와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내는데, 그 일은 그녀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존 릴'이 주도하는 제자모임에 간 피비는 모임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윌'은 '피비'를 잃지 않기 위해 함께 제자모임에 참여해 보기도 하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피비는 그를 떠난다.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인물이 서로의 결핍을 알아본 것처럼 사랑에 빠지고, 한 사람이 귀의했다 벗어난 것에, 다른 한 사람이 온전히 빠져드는 아이러니. '존 릴'이라는 인물의 등장을 분기점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가 되었다. 두 사람은 그렇다면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 걸까? 단순한 애정으로 수렴되지 않는 여러 겹의 감정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듯 하다. 서로에 대한 연민이라는 바탕에, 상대에 대한 질투, 미움, 분노, 안타까움, 죄책감까지.
한편 평범한 대학생이 여성 병원의 폭파범이 되기까지의, 그 간극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인간이 어떻게 종교에 의지하고 설득당하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대학 시절, 종교에 심취해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았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세상은 악하고 같은 신앙을 가진 자들의 세계는 정결하다는 신념을 가져, 모두와 거리를 두던 그녀. 그녀는 현재 종교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밝아졌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성적 존재라 자부하는 인간이 신에 의지하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바쳐 종교적 존재로 거듭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의 영역인 것 같다. 적당한 신앙인과 광신도의 경계는 또 어디인지. 그것 또한 난해하고 조심스러웠다.
주님, 저 아파요. 하지만 이제는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나님의 뜻은 곧 내게 내려진 은총이고, 나는 그것을 기뻐하겠어요. 믿음으로 행동한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258) (피비의 말)
이 책의 표지는 무언가 폭발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다. 베일에 싸인 이 책을 읽으며 표지가 무엇을 뜻하는지 참 궁금했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의미를 알 것 같다. 종교적 극단의 길을 간 한 인간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인간 존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도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책을 통해 오늘도 인간사의 다양한 모습을 본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조금씩 이해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