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숲
"다시 알현해보니 비로소 우리를 잘 대해주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떠나십니까?"
노단이 말하였다.
"무릇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나를 잘 대해주었으니, 반드시 다른 사람의 말에 따라 나에게 죄를 줄 것이다."
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나비의 애벌레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뱀을 보면 놀라고 나비의 애벌레를 보면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어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장어를 잡고 부녀자들은 태연히 누에를 친다. 이익이 있는 일이라면 모두 맹분이나 전제와 같이 용감해진다.
환공이 관중에게 물었다.
"부유함에도 한계가 있습니까?"
(관중이) 대답하였다.
"물이 한계에 이르면 그 물은 없다는 것이고, 부유함이 한계에 이르면 넉넉함에 만족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만족한 데에서 스스로 그치지 못한다면 그 부유함의 한계란 없는 것이겠지요!"
한비자 중간에 '설림'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소개해놓은 부분이 있습니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엮은 것은 아니고, 그냥 당시의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큰 생각 없이 쓱 살펴볼 수 있는데요. (물론 본인 주장에 부합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중에서 몇 가지 재미있었던 것들을 뽑아봤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흥미롭게 쭉 읽어볼 만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작은 조짐을 미리 살피라는 말과 통합니다. 나를 무시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나에게 갑자기 잘해준다면, 결국 나중에 내치는 것 역시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때문에 화를 피하기 위해 미리 떠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이익에 대한 것입니다. 사람은 이익이 걸리면 그게 무슨 일이든 합니다. 인용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례로 관을 만드는 사람이 나오는데요. 사람이 죽어야 관 만드는 일이 계속 생기고, 때문에 관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많이 죽으면 좋지만, 그건 그 사람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위하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결국 사람은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사례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 이익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이익을 잘 조율해서 전체의 최대 이익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이 군주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욕심에 관한 것인데요. 부유함은 상대적이고, 내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새겨들을만한 말이라 적어 봅니다.
도도라는 새가 있는데, 머리가 무겁고 꽁지가 굽어 물가에서 물을 마실 때마다 반드시 고꾸라진다. 그래서 다른 한 마리가 깃털을 물어주고 있는 상태에서 물을 마신다. 사람도 혼자 물을 마실 수 없다면 반드시 깃털을 받쳐주는 자를 찾아야 한다.
관중과 같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도 포숙의 도움에 기대야만 했으니, 이는 비슷한 속담에서 말하듯 "포로는 직접 가죽옷을 팔려고 해도 팔지 못하고, 선비가 스스로 아무리 훌륭하다고 칭찬해도 믿는 사람이 없다."라는 것이다.
사람은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인간(人間)'이라고 합니다. 유명한 말이죠. 혼자서 아무리 뛰어나 봤자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과 포숙처럼 서로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내 재능도 빛이 납니다. 포숙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친구라면 금상첨화겠죠.
관중의 뛰어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런 관중을 천거한 포숙의 눈도 중요하고, 그 천거를 받아서 관중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서 결국 춘추오패 중 한 사람이 된 제 환공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일의 성공은 어느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가끔 나 혼자서 잘나서 모든 성과를 냈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그건 불가능합니다. 대통령이 혼자 잘났다고 나라가 잘 되지도 않고요. 그 사람의 성과가 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을 겁니다. 성과에 대한 분배를 할 때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