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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현기 Aug 04. 2023

처갓집 외삼촌

  얼핏 보면 마동석을 닮았다고도 하겠다. 젊어서 화물업을 한 탓으로 어깨는 떡 벌어져 헬스 보이 뺨칠 정도의 덩치에다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거무튀튀해 산적 같다. 눈매는 양 꼬리가 처져있고 게슴츠레 뜬 작은 눈 때문에 웬만해서는 속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첫인상에서 거부감을 느낀다. 무뚝뚝한데다 말투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서 투박하고 생김도 그리 친근하지 못하니 누군들 친밀감 느끼며 다가오겠는가. 내가 장가 들던 날, 웬 깡패 닮은 사람이 앉아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재산 정도며 어떻게 살 건지 자식 계획은 가졌는지 첫 만남에서 난처한 기억만 남아있어서 그런 외삼촌을 늘 기억 언저리에 얹어 놓고 있었다. 대구와 서울로 오가며 사는 형편인지라 평소 자주 뵙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우연히 외삼촌을 만나는 일은 나에게도 특별한 일인 셈이다. 죽마고우 친구가 췌장암 판정을 받고 입원하게 되었다. 한 해에 한두 번 겨우 보는 참에 크게 맘먹고 대구를 내려왔다. 장인께 잠시 인사드리려 왔다가 이렇게 만난 것이다.


  몇 해 전 칠순을 넘기셨으니 이젠 청춘이라 부르기엔 조심스럽다. 젊어서는 화물연대 노동조합에서도 활동했었다. 가끔 명절에 얼굴을 뵐 때면 자식 얘기며 사회 얘기며 정치 얘기로 늘 분통을 터뜨리신다. 계시는 곳이 대구다 보니 외삼촌과 얘기가 통하시는 분이 많은가 보다. 늘 친구분들과 얘기 나누시느라 하루가 부족하신 듯 보였다. 언젠가 나와 논쟁이 있었던 적이 있다. 젊은 세대의 의식을 두고 신랄하게 비판하셨다. 나도 나름으로 생각이 있던 터라 삼촌에게 반론을 제기하며 대거리를 했던 모양이다. 경험상 논쟁 후에는 서로의 마음이 다친다. 올바른 논쟁, 아니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은 자기 성장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는 틀리고 나는 옳다는 생각으로 강요하거나 무리하게 설득하는 논쟁은 차라리 그 자리를 피하는 편이 낫다. 상대를 존중하고 나도 존중받는 공평하고 평등한 입장에서 주고받는 의견의 소통은 서로 귀담아듣게 된다. 그렇지 못하면 상대의 얘기를 중간에서 끊거나 가로막으며 나의 절대성을 강요하게 된다. 그 자리에선 나이 많음이 권력이 된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몇 해가 지났다. 비록 우연이지만 삼촌을 만나는 중에 어떤 무거운 공기가 서로를 가로막는다는 걸 서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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