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의 '21년 10월 서비스 현황 평가서
쿠팡은 자사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지난해 12월에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로켓 와우 멤버십의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월 2,900원에 콘텐츠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일까요? 쿠팡플레이는 런칭 1개월 만에 월 사용자수 52만 명, 8월에는 183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쿠팡플레이의 빠른 성장은 기존 멤버십 가입자의 덕이 큽니다. 만약 멤버십 가입자가 쿠팡플레이의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면, 글쎄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아직 쿠팡플레이를 사용하기 위해 사용료 별도로 지불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를 쿠팡플레이의 서비스 현황 분석을 통해 알려드릴게요.
그 전에 먼저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콘텐츠 사업까지 손을 뻗친 이유를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넷플릭스부터 디즈니 플러스까지 OTT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쿠팡은 왜 쿠팡플레이를 만들었을까요?
먼저, 가장 큰 이유는 아마존에 있습니다. 아마존은 2006년부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OTT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는 쇼핑 외에도 다양한 혜택이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혜택>
빠른 배송 서비스
콘텐츠 서비스 (비디오, 음악, 게임, 클라우드, 책)
쇼핑 혜택 (각종 할인)
아마존 멤버십에 가입하면 각종 서비스를 따로 구매할 때보다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서비스가 사용할 가치가 있다는 가정 하에 말이죠. 멤버십의 서브 서비스로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얼마나 괜찮은 서비스일까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미국에서 약 2.4만 편의 영화와 2,100개의 TV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는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4배 이상입니다. 넷플릭스만큼 오리지널 콘텐츠로 인기를 끌진 못하더라도 넓은 콘텐츠 선택권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고객의 시청시간도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아마존의 올해 초 실적 보도 자료에 의하면, 콘텐츠 재생시간이 작년에 비해 70% 이상 증가했습니다. 아마존에서 OTT 서비스가 주 수입원은 아니지만, 2006년부터 15년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꾸준히 서비스한 만큼 OTT 서비스가 아마존이 원하는 결과에 기여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멤버십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멤버십 충성도가 높아지고, 기존 이커머스 서비스도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쿠팡은 쿠팡플레이를 출시했습니다.
쿠팡플레이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벤치마킹한 서비스라면, 아마존에 비해 얼마나 잘하고 있을까요?
쿠팡플레이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비해 콘텐츠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아마존은 OTT 서비스를 10년 넘게 운영한 반면 쿠팡은 1년이 채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콘텐츠가 많이 없습니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한국 드라마는 1개, 예능은 19개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국내 서비스가 약하지만 21년에 제작한 콘텐츠가 100편은 수급되어 있습니다.
쿠팡은 특히 한국 드라마의 수급이 좋지 않습니다. 쿠팡플레이에 올라온 드라마 중 현재 방영 중인 건 "달리와 감자탕" 뿐입니다. 또한 최신 순으로 정렬했을 때 방영이 끝난 지 오래된 드라마가 대부분입니다. 대박 부동산의 경우 올해 6월 9일에 방영 종료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방송 프로그램 콘텐츠 수급에 집중해야 합니다. 쿠팡플레이 주요 사용자의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닐슨 디지털 나우에 따르면, 쿠팡플레이 사용자 중 30-40대의 비중이 높습니다. 또한, 그중 93%가 쿠팡 중복 사용자입니다. 쿠팡 사용자가 주로 구매하는 품목이 생활용품/주방용품, 식품인 만큼 생필품 구매 빈도가 높은, 가정을 이루고 사는 30-40대가 주요 고객층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IPTV에서 VOD 시청건수는 방송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특히 최신 방송일수록 시청건수가 높습니다. 쿠팡의 주요 고객층이 가정이 있는 30-40대라고 할 때 IPTV의 시청 층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쿠팡플레이는 방송 프로그램 수급률이 낮습니다. 사용자의 만족도와 시청 시간을 높이기 위해선 최근에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신생 OTT 서비스는 파급력을 CP사(콘텐츠 제작사)에게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콘텐츠 수급에 제약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IPTV는 3사가 국내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니 CP사가 플랫폼 보급률을 따졌을 때 콘텐츠를 적당한 가격에 파는 것이 이득이라 보겠죠. 신생 플랫폼은 보급률이 낮으니 가격과 수수료 비율 협상에 불리합니다.
또한, CP에서 티빙이나 디즈니 플러스와 같이 직접 OTT 플랫폼을 만드는 추세입니다. CP에서 신생 플랫폼에 콘텐츠를 팔기보다 자사 플랫폼에서 독점 공개하는 방향이 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콘텐츠 수급을 쉽게 협상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콘텐츠 가격이 비싸지는 추세입니다. CJ E&M은 올해 6월 프로그램 사용료를 IPTV 3사에게 전년 대비 25%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디즈니는 최근 한국에서 디즈니 플러스 출시를 준비하며 타사 월정액 서비스에서 자사 콘텐츠를 내렸습니다. 현재는 소장용으로만 구매 가능해 기본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렇게 콘텐츠/프로그램 제공 기업의 입김이 세지는 상황에서 신생 OTT 서비스가 수급 기반을 닦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쿠팡플레이가 처음으로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가 큰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SNL 코리아의 "인턴 기자"는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 회자되며 인기를 끌었죠.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SNL 코리아’ 1회가 공개된 9월 4일 쿠팡플레이의 일 사용자 수는 32.5만 명으로, 전달 같은 기간보다 약 10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쿠팡플레이의 구글플레이 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순위 또한 8월에는 28위에서 9월 27일 3위로 오를 만큼 콘텐츠 파워를 보여주었습니다. 3주 전에 올라온 "인턴 기자" 유튜브 하이라이트 영상은 조회수 545만 회를 찍을 정도였으니까요.
답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른 OTT에서 다루지 않는 "차별화된 콘텐츠"에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도 이를 알고 콘텐츠 출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먼저 쿠팡플레이는 타 OTT와 다르게 스포츠, 특히 축구 중계 콘텐츠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스포츠"가 앱의 최상단 메뉴의 세 번째에 위치할 만큼 중요한 카테고리로 취급됩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도전하는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다큐멘터리인 "로드 투 카타르(가제)"도 제작 중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월드컵에 관심이 모아질수록 쿠팡의 스포츠 콘텐츠의 실적도 좋아질 것입니다. 쿠팡플레이는 축구 중계와 다큐멘터리가 로켓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는 요인이 되고, 멤버십 가입자가 이커머스 서비스까지 확산되는 현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드라마 수급률을 오리지널 드라마로 보완하려는 노력도 보입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어느 날"은 김수현과 차승원 주연의 드라마로, 두 배우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올해 11월 공개될 예정입니다. 공개 일자가 얼마 남지 않아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 능력을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쿠팡플레이는 로켓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이므로 멤버십이 성장한다면 쿠팡플레이의 다운로드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에게 다운로드 수보다 중요한 건 서비스를 꾸준히 사용하는 사용자의 비율입니다. 몇 차례 사용하지 않는 가입자의 비율이 높다면 OTT 서비스가 멤버십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를 3개월 이상, 혹은 6개월 이상 꾸준히 사용한 가입자의 비율이 더 명확한 성공 지표이므로 추후 실적 발표 시에 이러한 데이터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쿠팡플레이는 경쟁력을 위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동시에 타사 콘텐츠 수급 확장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신 콘텐츠 수급이 어렵다면 오래된 콘텐츠 중 명작을 찾거나 관심을 유도해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인턴 기자"로 구독자를 얻었으니 유튜브 채널에서 구작 콘텐츠의 흥미를 유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쿠팡플레이는 가격 경쟁력이 높습니다. 사실 월 2,900원이라는 가격은 OTT 서비스 사용료만으로도 매우 낮습니다. 쿠팡플레이를 배송 혜택을 위해 로켓 와우를 가입한 사람에게 덤으로 주는 서비스라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은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멤버십 사용료를 올릴 계획이라면 쿠팡플레이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서비스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위시켓(요즘IT)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Appendix, 출처: 전체 OTT사 비교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