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동자의 철학 이야기 1
'인문 과학'과 '자연 과학'을 구분하던 시절, 인문 과학은 사람을 궁리하고 사람은 자유이고 몇 이런저런... 그런데 자연 과학은 자연을 궁리하고 자연은 필연 법칙에 의하여 존재하고 몇 이런저런... 그런데 이런 경계는 우리 사람이 아직 자연을 남으로 보던 시절의 이야기다. 사람은 인식의 주관이고 자연은 그저 인식의 대상으로 나와 떨어져 나의 앞에 나의 인식 대상으로 있단 말이다. 이런 생각은 자연히 자연을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무엇으로 판단해 버리기 쉽다. 자연은 능동적이지 않은 수동적 존재이고, 사람만이 신의 모상으로 능동적이니 사람이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조금은 건방진 생각까지 전개되니 말이다. 아직 뇌에 관하여 많은 것을 모르던 시절, 우리가 아는 뇌, 그 뇌는 20세기 이후 엄청나게 알게 된 것으로 19세기 이전까지 뇌에 관한 다양한 상상이 정말 과학이 된 것은 20세기 이후라고 난 생각한다. 그 뇌도 그저 나와 다른 나의 인식 대상으로 있다고 보던 시절, 그러니 마음이 아프면 모든 물리적 대상 혹은 존재로부터 분리된 영혼이 독하게 마음가짐을 다지면 해결될 것이라는 무지의 독선이 당연시되던 시절,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다. 당장 뇌에 관한 연구, 우리 감정에 관한 다양한 연구, 우리 사회와 우리 정체성에 관한 연구에서 뇌를 제외하기 힘들다. 나에게 그런 연구는 그저 19세기 이전 상상의 연장선일 뿐, 지금의 철학은 아니다. 지금의 철학, 지금의 형이상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이나 뉴턴의 물리학이 아닌 지금 이 시대, 물리학과 지금 이 시대, 뇌과학을 토대로 삼아야 하니 말이다. 그때 그 과학은 지금을 살아가는 지금의 사람에게 제대로 유용할 거다. 단지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닌 살아있는 지혜로 말이다.
유대칠
현직 철거 폐기물 관련 노동자이며, 동시에 철학 연구와 관련된 책 그리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대한민국 철학사>, <신성한 모독자>, <일반 형이상학 입문> 등이 있습니다. 경향신문사의 시민을 위한 강좌에 중세 철학 강사로, 광주의 시민자유대학에서도 중세 철학 강사로, 대구에선 대학 강사로 한동안 있었으며 여러 인문 강사로 있기도 했습니다. 현재 대구 지역에서 '신난 일꾼'으로 폐기물 및 철거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으며,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를 운영하며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만나 독서와 철학 관련 나눔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영어 강사이기도 합니다. 철학 서당 '슬기네 집' 수강을 원하시거나 대구 지역 인테리어 폐기물로 골치하프시거나 영어 선생이 필요하다면, 연락주세요. 010-4231-o266. 문자를 먼저 주시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