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대칠 자까 Nov 23. 2024

신뢰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유대칠과 라틴어 읽기 

Fides, ut anima, unde abiit, eo numquam redit.

(피데스, 웃 아니마, 운데 아비잇, 에오 눔쾀 레딧.)

신뢰란 마치 영혼처럼 떠난 자리,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영혼이 떠나면 죽음이 찾아온다. 그렇게 떠난 영혼은 다시 그 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설사 돌아온다 해도, 그 몸은 이미 썩어 없어진 후일 것이다. 그러므로 떠난 영혼은 돌아올 수도 없다. 신뢰도 마찬가지다. 한번 떠난 신뢰는 돌아오지 않으며, 돌아와도 과거와 같을 수 없다. 영혼이 상처로 인해 떠날 때 겪는 고통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신뢰가 우리 삶을 떠날 때의 마음의 상처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고, 단단한 벽이 되어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서 있다. 신뢰가 무너질 때, 그 대상에 대한 우리 영혼 속의 공간도 이미 사라지고, 그 공간을 향했던 문은 단단한 벽이 되어 막혀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아마도 너무나 아픈 배신의 상처가 다시 찾아올까 두려워하는 우리 영혼의 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     


푸블릴리우스 시루스(Publilius Syrus)가 말하고 유대칠이 들고 옮기고 생각하며 적는다.     


fidēs는 ‘신뢰’를 뜻하는 5 변화 여성 명사 fidēs, -ēī의 단수 주격이며, 지금 이 문장에선 주어다. 이어 등장한 ut는 ‘~처럼’이란 말이다. anima는 ‘영혼’을 뜻하는 1 변화 여성 명사 anima,-ae의 단수 주격이다. 이 글에선 ut와 함께 ‘영혼처럼’이란 뜻으로 읽힌다. ‘unde’는 관계부사 ‘그곳에’를 뜻하고, abiit란 ‘떠나다’를 뜻하는 abeō,-īre 동사의 직설법 능동태 완료 3인칭 단수형이다. eō ‘그곳에’를 뜻하는 부사이고, 앞선 unde와 연결되어 의해 읽힌다. numquam은 ‘결코 ~하지 않는’이란 뜻이고, redit를 부정한다. redit는 ‘돌아가다’란 뜻의 동사 redeō, -īre의 직설법 능동태 현재 3인칭 단수다. 


유대칠 옮기고 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