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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옹수엉 Apr 29. 2022

우리는 변할 수 있는가

<심리와 사회>

요즘 들어 MBTI 가 더 성행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틀 안에 가둬둔다는 우려가 든다. 우리는 상대와 자신을 이해하려 할 때 틀 안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우리의 뇌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상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면 인지적으로 많은 안정감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틀'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인간의 발전 가능성과 변화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우리는 바뀔 수 있을까?


사람은 고쳐 쓰지 않는 거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 말. 이 말이 우리를 어느 정도 지배하고 있을까.


나도 사람은 바뀔 수 없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프로이트의 트라우마 이론은 현재의 문제를 과거에서 찾는다. 애착 이론은 3세까지 형성된 주양육자와의 정서적 관계가 내적 작동 모델을 형성하여 이후 성인까지도 타인과 자신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틀로 작용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들을 공부한 이후로, 나는 과거에 의해 결정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내 과거가 현재의 나를 구성하고, 현재의 나에게 끊임없는 영향을 준다. 나는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나의 과거가 나에게 미친 영향들을 뼈저리게 깨닫고 거기에서 벗어나려 아등바등하다가, 남한테 너무나 쉬운 것이 나한테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 분해 운 적도 있었다. 이미 고착된 사고가 너무 자동적이어서, 나중에 돌아보면 또 이랬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치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을 느낀 적도 있다.


Main(1998)은 영아기 애착 유형이 6세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84%에 해당되며, 성장 과정에서 전체의 20% 정도만 유형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영아기 애착 유형과 성인기 애착 유형의 일치율이 72% 정도로 보고하고 있다(Waters, Merrick, Treboux, Crowell, & Albersheim, 2000)


하지만 20% 정도'만'이 아니라, 20% 정도'씩이나'는 아닐까?


우리는 결코 과거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틀에 박혀서 고정된 인간이 아니다.

나도 변할 수 있었고, 당신도 변할 수 있다.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믿으면서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뒤를 돌아봤을 때 정말 많은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의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느끼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나에 대해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리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우리의 무의식이 많은 작용을 한다. 나의 무의식을 파악하고, 나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 가족력, 과거의 경험들, 사회적 이념들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문제를 문제라고 의식하는 것이 시작이다. 문제가 있고,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를 알게 되면, 그때부터 고민을 하게 된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기에 이 방법만이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방법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연인과 친구에게 내 약한 점을 공유하고, 그들의 생각과 경험들을 들어보면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변하면서 나는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안 애착에서 안정애착으로 바뀔 수 있었고, 안정감과 행복감을 하루하루 더 느끼며 안정적으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더 이상 단점만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도 집중하게 되었으며, 나를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는 변할 수 있다고 믿는가? 나는 사회도 분명히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가 있고,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다른 세계의 방법들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보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수록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리라 믿는다.




Waters, E., Merrick, S., Treboux, D., Crowell, J., & Albersheim, L. (2000). Attachment security in infancy and early adulthood: A twenty‐year longitudinal study. Child development, 71(3), 684-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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