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은 너의 다섯 번째 생일이었단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너와의 첫 만남이 벌써 5년 전이라니,
엄마는 며칠 전부터 기분이 몽글몽글 이상했어.
으누가 엄마 뱃속에 찾아온 순간부터
우리 가족에게는 얼마나 행복이었는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온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축복을 보내주었는지 말해주었지.
엄마의 말을 한참 듣더니 네가 말했어.
"엄마, 으누가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엄마랑 으누랑 으쌰으쌰 힘들었죠?
그리고 엄마가 으누한테 '오복아 반가워'라고 말했죠?"
"그럼 그럼. 엄마가 우리 으누를 안아주면서
'우리 오복이 만나서 반가워.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해줬지.
우리 으누 그때 엄마 목소리 기억나?"
"네~ 으누도 엄마아빠 만나서 반갑고 기뻤어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너를 힘껏 안아주었어.
어쩜 이렇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스윗할까.
정말로 너도 그 순간을 기억하는 걸까?
책을 좋아하는 아이니 책에서 본 내용인 걸까?
그동안 엄마가 해준 말들을 기억하고 말하는 걸까?
이유가 어떻든 간에 너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엄마는 기쁘고 감동이었어. 언제 컸니 내 아가♡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랑 그때를 추억하는 거니.
으누가 태어난 날 다음날, 많은 가족들이 찾아와 주셨단다.
민망할 정도로 우르르 신생아실로 몰려가서 너를 찾으셨어.
세상세상~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30여 명의 아기들보다
눈에 띄게 예쁘다고, 이렇게나 예쁜 아기는 처음 본다고.
웅성웅성 으누를 반겨주시느라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뭐 얼마나 예쁜 아기길래 저러나 하고 몰려들었어.
맞아, 너는 참 예쁜 아가였단다.
쉬나 응가를 해도 잘 울지 않는 순둥이 아가였어.
혹시나 간호사 선생님들이 기저귀를 늦게 갈아주실까 봐,
그래서 엉덩이가 아플까 봐 초보엄마는 노심초사했었단다.
배가 고파도 살짝 찡그리는 게 다였어.
젖병을 물려주면 금방 배시시 웃으며 꿀떡꿀떡 먹고는
엄마와 눈을 맞추며 노는 그런 아가였단다.
너와의 조리원 생활 일주일이 엄마는 참 따스하게 기억돼.
오월의 햇살을 받으며,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했거든.
그때 엄마는 다짐했었어.
너를 참 많이 사랑해 줄 거라고.
사랑을 많이 주어서 사랑이 많은 아이로 키우겠다고.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그래서 웃는 날이 많길 바랐어.
그리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다짐도 했지.
과연 엄마가 너에게 '좋은 엄마'일까?
너는 엄마와의 5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욕심은 버릴 거야.
그 욕심이 엄마를 더 옭아매더구나.
그저 너를 보며 많이 웃어주는 엄마가 되어 줄게.
우리 아가를 언제나 안아줄 수 있는 따뜻한 엄마가 되어 줄게.
우리 으누가 어떤 길을 걸어가든 늘 응원해 주고
그 뒤에서 든든히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어 줄게.
너는 그저 지금처럼, 건강하고 해맑게만 자라면 된단다.
사랑한다 내 아기, 내 아들, 내 우주, 내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