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성시경 팬이 수만 번도 더 들은 노래 가사
나는 성시경 팬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으니 20년도 더 됐다. 대학교 시절, 기숙사 내 방에서는 하루종일 성시경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 20대 시절 전부를 성시경 노래와 함께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래는 참 힘이 세다. 그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시절과 장면들이 있다. 풋사랑에 가슴이 설렐 때도, 실연에 마음이 아플 때도, 인간관계에 힘이 들 때도, 사회초년생의 삶이 힘겨웠을 때도. 늘 함께했던 노래들은 켜켜이 쌓인 추억도 두터웁다.
이윽고 내가 한눈에 너를 알아봤을 때
모든 건 분명 달라지고 있었어
내 세상은 널 알기 전과 후로 나뉘어
성시경의 유명하지 않은 노래까지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손에 꼽게 좋아하는 일명 '이윽고'. 정말 수만 번도 더 들은 노래라서 가사를 통째로 외움은 물론 숨소리 하나까지도 모두 잘 아는 노래. 그런데 오늘은 이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났다. 그동안은 사랑 노래라고만 생각했던 이 노래가, 오빠와 데이트할 때 차 안에서 들으며 설렜던 이 노래가, 오늘은 참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아, 남녀 간의 사랑노래가 아니었구나!'
나는 있잖아 정말 빈틈없이 행복해
나는 있잖아 정말 남김없이 고마워
물끄러미 너를 들여다보곤 해
너를 보는 게 나에게는 사랑이니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차올라 나는, 온통 너로
노래를 듣는 내내 은우가 생각이 났다. 빈틈없이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존재, 내 온마음을 다해 남김없이 고마운 존재, 바라만 보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차오르는 존재.
20대의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연애의 감정에 설렜다면, 30대의 나는 이 이 노래를 들으며 사랑의 숭고함을 느낀다. 어떻게 살면서 이런 존재가 있을까 싶은 존재 말이다.
그 후로도 플레이 리스트에서는 늘 듣던 성시경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모든 노래에 은우를 대입하게 되었고, 예전에 들었던 사랑 노래보다 훨씬 더 깊게 가사가 느껴진다. 오늘 은우에게 꼭 불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