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10년 차, 결혼은 8년 차
우리 부부의 시작
2014년 3월 29일, 비 오는 날의 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났다. 꽤 선한 인상과 다정다감한 성격, 그냥저냥 나쁘지 않아 몇 번을 더 만났고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다.
만났을 당시 내 나이 28살, 남편 나이는 31살(한국 나이). 결혼을 생각한 만남이었고, 사귀면서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물 흐르듯 결혼 준비를 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결혼생활. 풍족하게 시작한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나는 내 주변사람들과 비교해서도 참 없이 시작했다. 아파트나 빌라는커녕, 50년도 더 된 낡은 주택의 2층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인천 한복판에서 전세 2500만 원짜리 집이었으니 상태가 오죽했을까.
흔한 결혼반지도 없이 커플링으로 끼던 큐빅 달린 반지로 대신했고, 남편이 타던 차를 팔아 냉장고와 세탁기를 샀다. 웬만한 세간 살림은 다이소에서 구매했고, 그저 소꿉장난처럼 시작한 신혼생활이었다.
가진 것 없던 10년 전의 어린 남편은 늘 그것에 미안해했고,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던 10년 전의 어린 나는 그저 헤헤 거리며 괜찮아했다.
"오빠, 나는 지금 우리 이렇게 없이 시작한 거 하나도 창피하지 않아. 좋은 집에서 갖추고 시작하는 친구들? 전혀 부럽지도 않아. 오빠는 그런 것들 없이도 나를 멋진 여자로 만들어주거든. 오빠 눈동자에 비친 나는 늘 반짝거리며 빛이 나! 나를 사랑받는 여자로 만들어줘서 참 고마워. 오빠랑 결혼하는 것은 나에게 자부심이고 자랑이야. 오빠가 내 남편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독기를 품었었다. 없이 시작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이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은 쪽팔린 일이니까. 나는 지금의 이 생활에 절대 만족하지 않고, 1년 안에 벗어나고야 말겠다고 독한 다짐을 했더랬다.
"오빠, 나 믿고 1년만 고생해 줄 수 있어? 1년만 우리 용돈 5만 원으로 살 거야. 괜찮겠어? 대신 1년 후에는 내가 꼭 결과로 보여줄게."
남편에게 선언을 했다. 1년만 나를 믿고 희생해 줄 수 있느냐고. 맞벌이 수입의 대부분을 저금을 했다. 아이가 없던 신혼 시절이라 돈 들어갈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했기에 식비 정도는 있어야 했는데, 추가 수입을 만들기 위해 남편과 밤마다 대리 운전을 했다.
남편이 손님을 태우고 손님차를 운전하면, 내가 그 뒤를 따라가는 2인조 대리 운전! 그렇게 하루에 2~3건 정도의 대리 운전을 하고, 새벽 1~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잠을 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고된 생활이었지만, 참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손님 콜을 기다리면서 먹던 국수, 손잡고 걷던 새벽의 공원, 까만 밤하늘을 보며 나누었던 대화들. 어느 이름 모를 신도시의 번쩍번쩍한 아파트들을 올려다보며, 우리 부부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지금의 고생을 헛고생으로 만들지 말자고.
그렇게 한 6개월을 고생했던가. 1월에 결혼식을 올린 우리 부부는 그 해 8월에 아파트를 계약했다. 구축의 28평 아파트! 우리의 첫 집! 간단한 리모델링을 마치고 11월에 이사를 하던 날, 꿈처럼 느껴질 만큼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동안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우리 집이 맞느냐며, 한참을 멍~하니 서로 쳐다보았다.
말도 안 되는 나의 요구들을 들어준 남편에게 고마웠다. 30대 직장인이 용돈 5만 원이 말이 되나. 후배들 커피도 못 사주고, 술친구들도 못 만나고, 개인적인 생활도 없이 사회생활을 어떻게 했을까. 그런데 남편은 5만 원에서 1만 원씩 적금을 들어 내 생일선물까지 사주었다.
눈물 없이는 풀어놓지 못하는 우리의 신혼생활! 결혼 6개월 만에 첫 집을 마련하였고, 안정을 찾자 아이가 생겼다. 아이를 오래되고 위험한 2층 주택이 아닌 쾌적한 아파트에서 키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부부가 그 고생을 했었나 보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우리의 신혼생활. 참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우리 부부. 10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가진 것은 없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10년 전보다 더 발전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원하는 것을 이루고야 마는 나는, 오늘도 여전히 독기 품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