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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Apr 05. 2024

육아도 공부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공부가 가장 쉬운 엄마의 착각

  학원강사 16년 차, 사교육의 중심에서 아이들 성적에 몰두한 세월이다. 시험점수 1~2점에 아이들 인생이 달렸다고 믿으며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것만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 성적을 얼마나 오르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나의 실력을 평가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꽤 잘했다. 제대로 된 사교육 없이 늘 상위권을 차지했었다. 선생님이라는 꿈을 이루려 사범대 교육학과에 진학했고, 학점관리를 열심히 해서 국어교육을 복수 전공했다. 그렇게 국어강사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 직업이 평생 업이 되었다.


  국어교육을 전공했지만 영, 수만 중시하는 분위기에 맞춰 수학강사로 전과를 하였다. 국어전공자가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숨겨야 할 단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나만의 특장점이 되었다. 때맞춰 수학 과목이 스토리텔링을 만나 국어적 요소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국어와 수학, 문과와 이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공부가 가장 쉬웠기 때문이다. 조금 잘난 척으로 들리려나? 하지만 나는 정말 '공부'밖에 할 줄 모른다. 삶이 무료해지면 취미로 강의를 수강하고, 휴식으로는 책을 읽으며, 특기로는 자격증을 따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게 교육학을 전공하고, 16년 동안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 '공부'가 가장 쉽다고 말하는, 그래서 왜 노력하면 될 일을 노력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조금은 재수 없는 사람. 뭐든지 이론을 먼저 익히고 실천을 하느라 조금은 느리지만, 꼭 해내고야 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나다.


  공부와 강의에 자신이 있던 나는 자칭타칭 '공부 전문가'로서 평생을 살았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자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겨났다. 그 욕심은 바로 '내 아이는 누구보다도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는 내적인 부분도 물론 포함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도 컸음을 인정한다. 학원강사를 하며 수천 명의 아이들을 만나는 동안 쌓인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 중 공부 잘하는 아이의 특징을 분석하여 내 아이에게 적용해보고 싶었다.


  아이 교육에 관심도 많고, 욕심도 많고, 열정도 많았던 나. 육아와 자녀교육 분야 역시도 열심히 공부했다. 아이의 나이 별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며 차근차근 완벽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자신만만했다.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육아'만큼은 공부로도 안 되는 영역임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도 무능한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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