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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Apr 09. 2024

내 아이에게는 수학을 가르치지 않겠습니다

16년 차 수학강사 엄마의 결단

  "이제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수학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까? 괜찮은 학원이나 문제집 추천해 줄 수 있어?"


  16년 경력의 학원강사인 내가 듣는 흔한 질문이다. 학부모들과의 수많은 상담을 했었기에 그들이 원하는 답변을 나는 안다. 분야별로 좋은 문제집을 추천해 주고, 수학 실력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학습법을 소개해주고, 연산 공부를 어떻게 반복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해 준다. 예전의 나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답변을 한다.

 

  "학교 들어가서 배우면 되는데 뭐 하러 벌써 가르쳐?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놔두고, 아이가 궁금한 게 생기면 그때 그 공부를 보충해 주면 돼. 그보다는 지금 독서가 더 중요하니까 책을 많이 볼 수 있게 도와줘. 학년 올라갈수록 책 읽을 시간이 없더라고. 초등 때는 책만 많이 읽혀도 돼!"


  그나마 독서를 권하면 좀 낫다. 책은커녕 놀이를 권할 때도 많다.


  "연산 공부보다는 블록놀이를 더 많이 시켜. 방정식 같은 연산 단원은 앉아서 가르치면 금방 실력이 늘지만, 도형 단원은 감각이 없으면 금방 익히기가 힘들거든. 가르치기도 훨씬 더 까다로운 단원이기도 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형 단원에서 성적이 갈리는 경우가 많아. 그러니 지금은 도형 감각을 익혀둘 수 있게 블록놀이를 많이 시키는 게 좋아."


  역시나 기대했던 답변이 아니었는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화가 급하게 마무리된다. 너는 아직 아이가 어려 그런 이상적인 말을 한다는 반응도 보인다. 나 역시도 아이가 학교에 다니게 되면 엄마로서 어떤 불안감이 생길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에서 말한 조언에서 크게 벗어난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생각은 없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 세상에서는 당장 덧뺄셈을 틀리지 않는 것보다, 수학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치열한 사교육의 중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끼고 얻은 것들이다.


  은우도 올해 7살이 되었다. 7살이 될 때까지 숫자를 세는 법이나 쓰는 법을 가르친 적이 없다. 덧뺄셈 하는 법도 역시나 가르치지 않았다. 미취학 아동 '필수'라고 광고하는 학습지나 문제집도 들여본 적이 없다. 수십 또는 수백만 원을 넘나드는 유명학 수학교구 또한 들이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붙잡고 '놀이를 가장한 학습'이라는 것을 시켜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은우는 4살에 구구단을 외우고, 5살에는 초등 5~6학년 수준의 도형 단원을 익히고, 6살에는 두 자릿수의 덧뺄셈을 암산으로 하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차례차례 풀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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