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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Mar 28. 2023

도대체 너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

10년 후 너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는 말이야, 엄마가 굉장히 잘난 사람인 줄 알았어.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야.

그저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야.


공부도, 운동도, 인간관계도, 

직장생활도, 연애도, 돈도.

모두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없더라. 

그래서 엄마는 인생이 참 쉬웠어.


나 하나 컨트롤하면 되었거든.

나 하나만 열심히 하면 다 얻었거든.

처음에는 서툴고 실수 투성이더라도, 

곧 숙련된다는 걸 알기에 그저 엄마는 열심히 살았어.

뭐든 열심히, 미련할 정도로 열심히.




그런데 서른이 넘어 너를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참 쉽지만은 않더라.


너를 만난 건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행복한 일이었지만...(이건 분명해!)

엄마가 되는 일은 참 녹록지 않더라고.


조리원에서 나온 첫날밤

엄마는 밤을 새워 울고 또 울었어.

2시간마다 깨서 이유 모를 울음을 우는 너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고 무서웠어.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작디작은 너를 안고 다루는 게 조심스러워 겁이 났고,

과연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했어.




어쩔 수야 있겠니.

엄마가 전부인 네가 엄마를 보며 웃어주는데, 

힘을 내야지.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니 서툴러서 그렇겠지.

열심히 하다 보면 곧 숙련되겠지.


그래서 엄마는 너를 열심히 키웠어.

잠 많은 엄마가 잠을 이겨내며,

그 좋아하는 것들도 미뤄가며,

좋다는 방향으로 너를 키웠어. 열심히.


그런데 1살, 2살, 3살... 6살.

네가 6살이 될 때 까지도 엄마는 결코 숙련되지가 않네.

엄마는 여전히 6살을 처음 키우는 '초보 엄마'야.


6살의 너는 또 다른 발달과업을 해내는 중이지.

엄마 역시도 6살을 처음 키우느라 헤매고 있어.

매일이 실수투성이, 엉망진창인 기분이야.

'내가 너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일까...?'

매일이 의문이고 막막하다. 정말.




어제 너를 들춰안고 경찰서로 달려갔지.

화가 나면 던지는 버릇이 생긴 

너의 나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고 싶었어.

엄마의 단호한 훈육에도 귀를 막고 듣지 않고,

오히려 엄마를 더 때리는 너를 두고 볼 수 없었어.


그래서 무작정 경찰서로 갔지.

가는 내내 울면서 잘못했다고 비는 너를 보며

엄마도 눈물이 났어.


그렇게 경찰서 주차장 구석에 차를 세우고

너에게 단호하게 다시 한번 주의를 주는데,

엄마가 너보다 더 눈물이 났어.


그래도 엄마니까,

너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엄마니까,

눈물을 꾸욱 참고 이야기를 이어갔어.


"으누야, 때리고 던지는 건 

그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아주아주 나쁜 행동이야.


엄마는 으누가 나쁜 행동을 하는 건

절대로 두고 볼 수가 없어.


엄마는 으누를 아주아주 사랑하니까

너한테 꼭 알려주고 싶어.

그런데 으누가 엄마 말을 안 들으려고 해서

경찰아저씨한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려고 온 거야.


으누가 이제 절대로 

때리고 던지는 걸 안 한다고 

약속할 수 있겠어?"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집에 돌아왔고,

다시 평화가 찾아온 듯했어.


그러다가 다시 양치하는 시간에

한바탕 난리가 났지.

약속을 안 지키고 고집부리는 너에게

평소처럼 화를 내는 대신에

잠시 앉아서 생각할 시간을 주었어.


아무 말 없이 엄마는 책을 읽었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마 책상에 같이 앉아

너는 아주 깊은 생각에 빠졌어.

한 30분이 지났을까?

너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어.


"엄마~ (잠깐 망설이다가)

엄마 공부 다 하셨으면

이제 화장실로 가서 양치할래요."


엄마는 왜 또 그 말에 눈물이 났을까.




잠자리에 들기 전

너를 안고 뽀뽀세례를 퍼부으면서

오늘 너에게 있었던 일들을 사과했어.


"으누야~ 아까 경찰서에 가는 거 무서웠어?"


"네, 엄마아빠를 못 볼까 봐 무서웠어요."


"사실 엄마도 너무 무서웠어.

엄마도 우리 으누를 못 보는 건 상상도 못 해.


엄마가 너를 잘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해.

그건 엄마가 으누를 겁주기 위한 행동이었어.

정말 미안해.


이제는 으누도, 엄마도 속상한 일을 만들지 않게

우리 서로 같이 노력하자."




서툰 엄마라 미안해.

좋은 엄마가 아니라 미안해.


오늘은 너에게 화를 안 내리라 다짐하지만

또 화를 내고야 말 엄마라서 미안해.


6살인 너도 아직 세상이 서툴 듯

아직 엄마 경력 6년 차인 엄마라

엄마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 미안해.


그래도 엄마는 오늘도 너를 

최선을 다해 사랑해 줄 거야.


너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하는 엄마니까^^




10년 후, 사춘기가 되었을 네가

이 편지를 꼭 읽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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