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번 왔다 갔다
"엄마, 으누 마음이 속상해요. 으누 안아주세요. 흐엉"
귀엽게 우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너.
평소처럼 번쩍 들어 안아주다가
엄마는 그만 슬픈 예감이 들었어.
'이렇게 너를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한 손을 안아도 엄마 품에 쏘옥 들어오던 아가는
이제는 힘껏 힘주어 두 팔로 안아주어도
다리는 저 멀러 뻗쳐 있더구나.
또 무겁기는 어찌나 무겁던지.
힘이 부쳐서 '으짜짜'하는 기합이 없이는
안아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엄마는 너무 슬펐어.
이제 곧 너를 번쩍 안아줄 수가 없겠구나.
아니, 너도 곧 내 품을 필요로 하지 않겠구나.
사실 엄마는 네가 빨리 크기만을 바랐었어.
엄마의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너를 키우기가 힘겹고 버거웠거든.
그리고 엄마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어.
육아라는 현실이 엄마의 꿈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철없는 엄마였나 봐.
그래서 너를 다 키워놓은 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놓으면서
네가 빨리 커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기를,
엄마의 손길이 덜 필요해지기를 기다렸어.
그런데 엄마는 어제 직면했지 뭐야.
이제 곧 너는 엄마가 덜 필요해지겠구나.
그리고 네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겠구나.
힘들고 속상한 날에도 엄마에게 안기는 것이 아닌
너 혼자 오롯이 감당해 내겠구나.
그런 날이 오면 기쁘고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엄마는 생각보다 슬프고 심란했어.
네가 빨리 크기만을 바랐던 게 후회가 되었어.
제발 천천히 크기를,
할 수만 있다면 잠시 멈추기를,
말도 안 되는 마음도 잠깐 들었어.
언제 이렇게 컸니 우리 아가야.
우리 아가.
"엄마! 으누 발이 18센티가 되었어요!"
센티미터 개념을 알게 된 후로
매일 아침마다 발 크기를 재는 너.
"으누가 밥을 많이 먹으면 20센티가 될 수 있어요?
그러면 엄마보다 발이 커질 수 있어요?"
하루하루 본인이 얼마나 컸는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대하는 너.
"어머나! 그렇네!
우리 으누 발이 벌써 18센티가 되었네.
대단하다 우리 으누. 오늘은 또 얼마나 클 거야!"
엄마는 그렇게 오늘도
너의 발을 쿰쿰 거리며 냄새를 맡지.
지금의 이 꼬순내를 기억하고 싶어서.
너를 엄마 힘으로 번쩍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 주어야겠다.
엄마아빠 껌딱지인 이 순간을
그저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네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열 일 제치고 달려가야겠다.
조금만 천천히 크렴 우리 아가.
엄마가 더 많이 사랑해 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