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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Apr 03. 2023

빨리 좀 커라, 아니 제발 천천히 커라

하루에도 수십 번 왔다 갔다

"엄마, 으누 마음이 속상해요. 으누 안아주세요. 흐엉"


귀엽게 우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너.

평소처럼 번쩍 들어 안아주다가

엄마는 그만 슬픈 예감이 들었어.


'이렇게 너를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한 손을 안아도 엄마 품에 쏘옥 들어오던 아가는

이제는 힘껏 힘주어 두 팔로 안아주어도

다리는 저 멀러 뻗쳐 있더구나.

또 무겁기는 어찌나 무겁던지.

힘이 부쳐서 '으짜짜'하는 기합이 없이는

안아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엄마는 너무 슬펐어.

이제 곧 너를 번쩍 안아줄 수가 없겠구나.

아니, 너도 곧 내 품을 필요로 하지 않겠구나.




사실 엄마는 네가 빨리 크기만을 바랐었어.

엄마의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너를 키우기가 힘겹고 버거웠거든.


그리고 엄마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어.

육아라는 현실이 엄마의 꿈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철없는 엄마였나 봐.


그래서 너를 다 키워놓은 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놓으면서

네가 빨리 커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기를,

엄마의 손길이 덜 필요해지기를 기다렸어.


그런데 엄마는 어제 직면했지 뭐야.


이제 곧 너는 엄마가 덜 필요해지겠구나.

그리고 네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겠구나.

힘들고 속상한 날에도 엄마에게 안기는 것이 아닌

너 혼자 오롯이 감당해 내겠구나.




그런 날이 오면 기쁘고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엄마는 생각보다 슬프고 심란했어.


네가 빨리 크기만을 바랐던 게 후회가 되었어.

제발 천천히 크기를, 

할 수만 있다면 잠시 멈추기를,

말도 안 되는 마음도 잠깐 들었어.


언제 이렇게 컸니 우리 아가야.

우리 아가.




"엄마! 으누 발이 18센티가 되었어요!"


센티미터 개념을 알게 된 후로

매일 아침마다 발 크기를 재는 너.


"으누가 밥을 많이 먹으면 20센티가 될 수 있어요?

그러면 엄마보다 발이 커질 수 있어요?"


하루하루 본인이 얼마나 컸는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대하는 너.


"어머나! 그렇네! 

우리 으누 발이 벌써 18센티가 되었네.

대단하다 우리 으누. 오늘은 또 얼마나 클 거야!"


엄마는 그렇게 오늘도

너의 발을 쿰쿰 거리며 냄새를 맡지.

지금의 이 꼬순내를 기억하고 싶어서.




너를 엄마 힘으로 번쩍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 주어야겠다.


엄마아빠 껌딱지인 이 순간을

그저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네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열 일 제치고 달려가야겠다.




조금만 천천히 크렴 우리 아가.

엄마가 더 많이 사랑해 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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