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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Apr 17. 2023

엄마, 12권은 너무 많지요?

행복한 실랑이

매일 밤마다 너와 행복한 실랑이를 벌이고 있어.

책 좋아하는 아이로 컸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대로

너는 책을 무지 좋아하는 아이로 크고 있거든.


집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은 너의 가장 좋은 놀잇감이지.

너는 책으로 도미노를 만들어 쓰러뜨리기를 반복하고,

높이높이 탑도 쌓았다가, 고가다리도 만들었다가,

징검다리를 만들어 밟고 다니지.


책을 밟고 다니다니... 

책을 아끼는 엄마의 눈에는 별로라서 말리고 싶지만

그 누구보다도 책을 좋아하는 너를 알기에

좋은 놀잇감으로 그냥 지켜보고 있어.


그렇게 하루 종일 책과 놀던 너는

저녁 무렵에는 책을 한 트럭 가지고

아빠에게 가지.


"아빠, 12권은 너무 많지요?"

기겁을 하는 아빠와 적당히 타협을 해

5~6권 정도의 책을 읽어.



이제 6살이 된 너의 책은 제법 줄글이 길어졌어.

그래서 한 권을 읽어주어도 한참 시간이 들더라고.


그렇게 아빠와 한참 책을 읽으면 너는 엄마에게 침실로 가자고 하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책들과도 한바탕 놀아야 하거든.

아직 글씨를 모르는 너는 내용을 줄줄 외운 건지,

그저 그림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건지,

한참을 혼자서 책을 들여다보다가

또 한 아름의 책을 낑낑거리고 들고 오지.



"엄마, 12권은 너무 많아요?"


"응... 너무 많을 것 같아..."


"엄마, 으누는 책 12권이 읽고 싶어요."



왜 꼭 12권일까? 12권이 엄마가 허용할 수 있는 최대치인 걸 아는 걸까?

너는 책을 꼬옥 안고 간절한 눈빛으로 엄마의 눈치를 살펴.


아니 세상에 만화 영화를 12편 보자는 것도 아니고,

장난감을 12개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어달라는 기특한 조름이 어디 있다고...

이런 행복한 실랑이가 어디 있다고...


엄마는 그렇게 너의 귀여운 부탁을 수락한단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실감 나게 책을 읽어주려 노력해.

너의 집중하는 눈빛에 힘든 줄도 모르고 책을 읽어주지.

한 번 읽어준 내용은 곧잘 기억해서

너와 함께 대사를 주고받는 티키타카도 재미있단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책을 읽어주면

너도 만족한다는 듯이 이부자리로 돌아가

이불을 푸욱 쓰고 잠을 청한단다.


너에게 책과 보내는 시간을 많이 주고 싶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책을 보게 해주고 싶어서,

엄마는 기관 대신 가정 보육을 선택했지.


그런 엄마의 바람대로 너는 책과 함께 잘 크고 있어.

지금의 이 습관들이 너의 삶에 큰 양분이 되기를 바랄게.


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지금 이렇게 엄마아빠 품에서 책을 읽으며 부비던 순간들을

따스하게 기억해 주길 바라며 :)



"으누야, 오늘도 12권 읽자! 12권 갖고 와!"


라고 오늘은 엄마가 먼저 말해줄게. 

그리고 더 실감 나고 재미있게 읽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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