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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Sep 04. 2024

너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뻐 보여요.

지금 학원가에는 학교 중간시험 준비한다고 한창입니다. 보통 중고등학교 시험이 9월 말에서 10월 초에 걸쳐서 있기 때문에, 보통 학원에서는 3~4주 동안 내신 준비를 한다. 초중고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나도, 며칠 전부터 중고등학생 내신 준비에 들어갔다. 


그중에서도 유독 신경 쓰이는 학년들이 있는데, 바로 중학교 1학년들이다. 다른 학년들은 이미 1학기 때, 시험을 몇 번 쳐봐서, 크게 걱정이 없는데, 이 지역 중1학년들은 1학기때, 자유 학기제를 했기 때문에, 시험이 없어서, 이번 학기에 학교 시험을 처음 치게 되는 학년이다.


중1 수업이 되어서, 수업을 시작하고 숙제를 확인하고 수업 중에, 학교 내신 관련 문제를 풀게 하면서, 질문도 받고 그러는 사이에, 숙제해 온 내용도, 한 명 한 명 불러서 숙제내용 확인도 한다. 학생들 중에서, 잔머리 굴리면서 공부를 안 하려고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은, 선생님 살살 보면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선생님들 눈에는 그런 모습들이 다 보이지만, 한 반 아이들을 동요시키지 않기 위해서, 별 이야기 하지 않고 놔두는 편이다. 


그런데, 반 아이들 중에서도 몇몇 친구들은, 남자 아이고 여자 아이고 간에, 공부하는 모습이 너무 이쁜 아이들이 있다. 얼굴이 이뻐서가 아니라, 공부하는 모습이 예쁘다. 뭐라도 해 보려고, 한 문제 한 문제 집중해서, 풀어보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 솔직히 너무 이쁘다. 


이렇게 학생들이 뭔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학원 강사라는 직업이, 너무 좋다. 이렇게 집중해서 공부하는 모습들을, 집에 있는 부모님들은 보기가 쉽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보통 집에서는, 공부하기보다는 쉬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공부를 안 하고 학교나 스터디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으니, 엄청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과 눈치를 보지만, 그런 눈치를 보면서도, 뭔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내는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뭔가 잠깐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을 잠시 멈추게 했다.




"얘들아, 잠시만, 샘이 이야기 좀 할게. 5분만 빌리자."


아이들은 풀던 문제를 멈추고, 연필을 놓고 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자, 한 달 전인가, 파리 올림픽 다들 봤죠? 메달을 따는 시상식을 본 사람도 있을 거고, 가족들이랑 같이 본 경기 본 사람들도 있지 싶은데, 메달 따는 걸 떠나서, 경기하고 있는 선수에게, '이와, 대박!'이라고, 박수를 쳤던 적은 없나요? 가족들이랑 보면서, "엄마, 저 선수, 진짜 대박이야. 진짜 대단하다"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나요? 이렇게 여러분이나 가족들이 어떤 선수들을 보고, 박수를 쳐 주고 싶었나요?"


"노력하는 선수요."

"힘든 거 이겨낸 선수요"

"최선을 다한 선수요"

.....


"그래요, 정말 선수들이, 메달을 떠나서, 진심으로 최선을 다 할 때, 우리들은 그 선수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심으로 박수를 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장면을 잠깐 바꾸어서, 나도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 여러분이 어떤 모습일 때, 박수를 치고 싶을까요?"


"열심히 할 때요" 

"최선을 다 할 때요"


"맞아요, 나도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들의 부모님들도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비단, 공부할 때가 아니더라도, 뭔가에 대해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본다면, 진심으로 여러분이 잘 되기를 바라며, 박수를 보내고 싶을 겁니다.


그러니, 국가대표 선수들도, 메달을 따면 더 좋겠지만, 메달은 결과입니다.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합니다. 그 모습에 우리는 감동을 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시험의 결과는 잘 모르겠지만, 물론, 마음속으로 바라는 점수는 다 있겠지만, 결과는 최선을 다 한 후에,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마음으로, 시험이 있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한다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겁니다. 자, 그럼 다른 질문 없으면, 각자 하던 거, 다시 합니다.!"


이렇게 말을 끝내니, 아이들의 볼펜 끝이 더 매섭게 느껴진다. 


나의 말들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진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 보라는 마음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몇 마디 했다. 


또한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청소년 아이들,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 너무 이쁘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학생들을 무시하진 않는다. 지금 당장 의지가 약하고,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학생들은 좋은 이야기해 주면서, 기다려준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좋은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다. 처음에는 공부할 의지가 전혀 없던 친구가 1년 기다려, 뭔가를 해 보려는 친구가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친구가 영어에 뭔가를 좀 알게 되었을 때, 또 다른 희열을 느낀다. 그럴때도, 난 우리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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