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들여다보는 습관
남성 가죽 가방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이미지는 포멀하고 빈티지한 스타일이나 투박하고 볼드한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다소 무거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캐주얼한 룩에 어우러지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는 가죽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고 가죽이란 소재 자체도 매우 좋아하지만 마음에 드는 가죽 가방이 없어 가방은 포터나 블랭코브 등에 다른 소재의 가방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캐주얼한 가죽 가방에 대한 갈증이 마음 한편에 항상 남아 있었다.
가방 제품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다소 무거운 가죽 가방의 이미지를 벗어나 캐주얼하면서도 가죽의 고급스러운 질감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가방을 만드는 것
이 부분의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현재에는 대중적인 신발 디자인으로 자리 잡은 독일군 스니커즈이다. 꽤 오랜 시간을 다수의 브랜드에서 출시한 독일군 스니커즈를 신었었는데 그 이유는 어느 스타일의 룩이든 밸런스를 잘 잡아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멀한 룩에 매치했을 때는 스니커즈답게 캐주얼한 분위기를 더해줘서 너무 무겁지 않게 만들어주고 캐주얼한 룩에 매치했을 때는 가죽 소재와 특유의 얄상한 라인에서 오는 포멀한 분위기가 더해져서 너무 가볍지 않게 스타일을 잘 살려준다. 보는 견해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러한 이유로 즐겨 신었고 같은 이유에서 지금은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서 대중적인 신발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차용할 수 있는 것은 소재와 디자인의 믹스매치인데 무거운 가죽 소재와 가벼운 스니커즈 디자인을 조합함으로써 서로에 장단점을 보안해주는 것, 매우 어려운 시도이고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제품이 탄생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많은 부분을 세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언뜻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타입의 소재가 조합된 제품일수록, 기존의 소재와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탈피하려 할수록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한 작업이 된다. 이처럼 이 제품은 어떤 연유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는지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볼수록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제품이 있다면 한번 더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는 습관을 길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