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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고양이 Nov 10. 2021

나 인턴, 라멘 먹고싶다

이것은 필사적으로 잠에서 깨기 위한 새끼 인턴의 과몰입7

배가 고픕니다.

오늘은 라멘이 먹고싶습니다.









날이 더 추워졌습니다. 가방을 든 손이 시렵습니다. 주머니에 넣자니 가방이 자꾸 어깨에서 흘러내립니다. 진눈깨비같은 비는 내리고, 날은 춥고, 배는 고프고. 오늘도 국물요리가 먹고싶지만 국밥은 엊그제 생각했으니 pass. 회사 근처 맛있는 곳을 생각하다 한 곳을 떠올립니다. 라멘집.


일본하면 생각나는 국물 요리는 나베(전골), 우동, 라멘 등이 있습니다. 왜 이 세개만 언급했냐고요? 요것들만 먹어봤으니까요. 사람은 경험에 기대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죠.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국물있는 우동에는 조예가 깊지 않으니 pass 합니다. 그럼 라멘이야기를 해봅시다. 라면은 한국라면이 제일이지만 라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라멘의 중요한 것은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 국물
2. 면
3. 차슈



  1. 국물

국물요리라하면 무조건 빠지지 않는 것이 국물이 얼마나 맛있느냐입니다. 제일 먼저 국물부터 떠먹어보지 않습니까. 라멘의 육수는 돼지뼈와 미소된장으로 만듭니다. 거기다 다시마랑 또 뭘 넣는 것 같지만 잘은 모릅니다. 일본영화 를 보고 어렴풋이 장면을 떠올릴 뿐입니다. 하도 해산물만 먹으니 질린 나머지 대원 중 하나가(대장격이었는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라멘이 너무너무 먹고싶다고 호소합니다. 라멘은 육고기로 만든 것이니까요. 쉐프는 그 남극에서 또 어떻게 돼지를 구해서 육수를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라멘은 간이 셉니다. 맵다는 뜻이 아니라 짜다는 뜻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나트륨 섭취를 많이하지만 매운 맛 때문에 그렇게 못느낀다는데, 우리 집 요리는 또 간이 그렇게 세지 않습니다. 싱겁게 먹는 편입니다. 그렇다보니 일본으로 여행갔을 때 다양한 짠맛의 향연에 놀랐습니다. 


한국 라멘집은 약간의 한국 패치가 되어있어서 매콤한 라멘도 매콤한 맛이 나지만 일본에 가서 먹는 라멘은 매운 맛이 '딱히...'라는 반응을 이끌어 낼 정도로 안 맵습니다. 그 사람들은 맵게 먹고 싶냐가 아니라 매운 맛이 존재하는 걸 먹고 싶냐고 물어본 걸 겁니다. 자극적인 걸 좋아해도 짠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따뜻한 물 반컵을 넣으면 간이 딱 맞춰집니다. 물론 주방장이 보지 않을 때 재빨리 넣어야합니다. 주방장이 보면 마음이 상하니까요. 하지만 짠 걸 어쩌나요.



 2. 면

라멘의 면은 밀가루로 만듭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면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간수를 넣어 반죽을 한다는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알칼리성인 간수를 넣고 반죽하면 일반적인 면과는 다른 맛과 식감이 난다나요. 영화 에서 간수를 구할 수 없어 고심하던 와중 한 대원이 이과적으로 간수를 만들어냅니다. 복잡한 화학식도 나왔던 것 같은데 그런 거 누가 기억합니까. 면을 만들 수 있다는 개연성만 있으면 되죠. 소설과 시나리오의 개연성 죽을 동 살동 매달려 봤자 사람들은 어차피 가슴 찢어지는 장면만 기억할걸요. 글쓰다 잘 풀리지 않는 마음을 심술궂게 여기다 풀어봅니다.



 3. 차슈

차슈는 중국 광둥 요리 중 하나로 돼지고기 덩어리에 양념을 하여 바비큐 형식으로 구운 요리라고 위키백과에서 말하고 있군요. 일본에서는 본래 육수를 낼 때 사용한 돼지고기를 다시 조리고 구워 고명으로 올린 것을 말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명'으로의 이미가 강해졌다고 합니다. 


고명으로는 죽순도 있고 라멘의 종류마다 다양합니다. 하지만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래도 차슈입니다. 큼지막한 돼지고기가 맛깔나게 굽고 조려져 따뜻한 국물위에 둥실 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어쩌면 반숙란 반개가 그 옆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 김 두어장이 있어도 좋습니다. 맛있겠군요.


항상 맛있는 것을 뒤에 먹는 버릇때문에 차슈 하나는 라멘과 함께 호로록 먹고, 나머지 하나는 식사를 끝마칠 때 쯤 입에 넣습니다. 기름기가 입에 가득 퍼지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라멘을 먹고 나면 꼭 그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싶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좀 맛있다 싶은 국물이나 소스만 있으면 볶아먹고 말아먹고 싶은지. 전생에 밥 못먹고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아니면 한국인의 DNA에 '밥을 먹어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통장잔고 사정이 여유로우면 차슈를 추가합니다. 맛있는 걸 두 배로 먹을 수록 맛은 두 배가 됩니다. 행복도 두 배가 되고요. 국자처럼 독특하게 생긴 숟가락에 면을 얹고 그 위를 차슈로 감싸 입에 넣습니다. 기름기와 면의 식감이 입 안에서 느껴질 때 국물 한 숟가락 호록 합니다. 농후한 맛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장아찌 따위로 입 안을 깔끔하게 씻어냅니다. 그리고 다시 면을 얹어 입에 넣습니다. 먹다보면 나는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벌써 면이 사라집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국물을 휘저으며 입맛을 다시죠. 다음엔 용기를 내어 꼭 공기밥을 추가하리라 다짐합니다.


배고파요.

라멘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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