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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고양이 Oct 30. 2022

돌봄일기 14

게워내기

토라는 것은 무어냐. 吐 입 옆에 흙. 입 위에는 흙이 있을 수 없다. 그랬다간 얼굴에 다 맞고 말테니.


요즘 하루걸러 하루 꼴로 토하고 있다. 


내 몸을 혐오하고 있다. 살이 찐 허벅지와 뱃살, 옆구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가 좋다고 먹어서 뒤룩뒤룩 살이나 찐건지, 그렇다고 움직이기를 하나, 덜 먹기를 하나. 다 업보다, 업보로다. 긍정적인 자아상과 몸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그건 나도 안다! 똑똑하 안다! 하지만 남에게는 건강하시군요, 라고 잘만 내뱉는 내 입이 거울을 보면 꾹 다물어버리는 까닭에 그저 토할 뿐이다. 


그렇다고 살이 빠지는가? 아니! 절대 아니! (대충....그 여튼 개그맨분 광고 찍은 아니! 라고 외치는 짤.)


양념은 고대로 먹은 것이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으니, 속만 상하고 살은 찐다. 아니면 붓거나. 책에서 스트레스받은 상태에서 섭취하면 살이 더 찐다는 연구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내가 마른 몸을 선망하는가? 그렇다. 근데 또 마른 몸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뚱뚱한, 몸집이 큰 몸에게 주어지는 시선들이 싫다. 게으르고, 많이 먹고, 욕심이 많을 것이며, 제기랄 이것들은 나의 편견이다! 타인의 시선이라 말하면서 내 스스로의 시선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를 바라보고있다. 하지만 맹세하건데 남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적 없다. 


이것은 타사의 건기식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 마케팅과 광고를 줄기차게 본 나의 탓인가? 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광고는 전부 다이어트, 건기식, 혈당케어 등등의 문구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질려버렸다. 무엇에 질렸는가? 모른다! 나는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토하고 나서 좋은 점은 더이상 자해를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해할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무런 분노도, 불안도, 우울도 느껴지지않고 조용히 박제되는 느낌이다. 나는 박제된 적이 있는가? 그 느낌을 아는 건가? 상상이 망상이 되어 현실로 착각하는건가? 이런 생각도 꼬리 물고 이어지면 이제는 귀찮다. 힘들다. 나는 내가 무표정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회사사람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무슨 일? 없어요! 정말이에요! 아무일도 없어요! 나는 이런 좋은 사람들을 두고 아무것도 하기 싫느니 이딴 생각을 하고 있자니 동료들과 상사들에게 미안할뿐이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눈을 뜨면 아무것도 모르던 4살때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때부터는 모든 걸 바른대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걸 바로잡을 겁니다. 입으로 싹둑싹둑 소리를 내며 종이를 자르고 놀았던 때로 돌아가고싶어요. 짜요짜요 딸기맛을 먹을까, 블루베리맛을 먹을가 고민했던 때로 돌아가고싶어요. 텐텐을 하나만 더 먹으려 몰래 찬장으로 손을 뻗던 때로 돌아가고싶어요. 나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나는 내일 개쓰레기요일이라고 월요일을 부르며 웃긴 짤들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고, 출근을 할테지요, 나는 그럴거에요! 왜냐하면 월세를 내야하고, 적금을 넣어야하고, 쓸모있게 살아야하니까요! 물건을 팔고 돈을 벌어야하니까요!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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