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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 Feb 16. 2023

내가 가장 두려운 것

해리포터 시리즈의 3편인 아즈카반의 죄수를 보면 주인공인 해리와 그의 친구들이 어둠의 마법 방어 술 수업 시간에 루핀 교수님과 함께 '보거트'를 방어하는 기술을 배운다.


네빌의 두려움은 스네이프 교수,,


영화에서 보거트는 마법사 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어떤 무언가로 변신한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실체로 마주쳤을 때 인간이 느끼는 극도의 공포감을 이용해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몬스터(?)랄까..

학생들이 차례차례 나와 보거트를 마주할 때, 보거트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거미, 서커스 인형, 뱀 등등 학생들 개개인이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있는 '두려움'을 형상화한다. 

그렇지만 영화 속 세상에서는 이런 두려움을 마법 주문 하나로 없애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무리 겁을 먹고 무섭더라도 지팡이를 휘리릭 휘두르며 멋있게 주문을 외치면 두려움을 가장한 몬스터는 사라진다.


가지 각색으로 변신하는 두려움을 마법 주문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이 장면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광팬인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손꼽을 수 있다.


만약 내가 보거트를 마주친다면 과연 그 보거트는 무엇으로 변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와 마주친 보거트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로 변신해 나에게 등을 돌릴 것 같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에게서의 '버려짐'일 테니까.

그렇게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한 보거트에게 나는 멋있게 마법 주문을 외칠 수 있을까?


삶을 살아가면서 힘들다고 느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소중히 여기던 관계가 무너지고 떠났을 때였다.

아주 어릴 때도, 중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누군가 나를 떠나는 일은 반복되어 왔는데 그 순간들이 나는 유독 힘들고 어려웠다.


쿨하게 털어내 버리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되는 사람이었다.

원인이 나에게 있던 상대방에게 있던 무너져 버린 관계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비워내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리고는 했다. 

그러다 보니 관계의 갈등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 최대한 갈등을 피하려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 웬만한 것들은 이해하고 참으며 지내왔다.


기본적으로 관계에서 내가 더 참고, 내가 더 이해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보니 관계가 무너지면 그로 인한 배신감과 좌절감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왜 자꾸만 사람들은 나를 떠나는 거지, 정말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룬 날도 있었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동굴 속에 들어가 몇 날 며칠을 세상과 소통을 단절한 채 지냈던 적도 있었다.

나를 떠나간 사람들을 원망하고 미워하다 어느 순간 마음을 비워내게 되면 그 자리는 까맣게 곪아 있었다.

하지만 곪아 있는 마음조차 보는 것이 어려워 회피하기를 일삼다 보니 나는 어느새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이 들어버렸다.


최근에도 관계가 정리되는 일을 겪었다.

원인이 전부 나에게 있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습관처럼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면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지인이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너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은 거 같아"


내가 너무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배신감도 좌절감도 더 깊게 느끼는 것 같다는 말에 순간 모든 사고가 멈춘 것 같았다.


나 스스로의 기준 때문에 상대방에게 관계에 대한 높은 기대를 하면서 내가 더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잣대를 또다시 들이대고 있었던 거다. 그러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버려졌다는 피해의식에 갇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우울증을 진단받고 스스로를 돌아볼 때마다 나는 왜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못살게 굴었나 싶기도 하다.

내가 나를 괴롭히며 발버둥 치는 스스로를 보며 불쌍히 여기는 이상한 자기 연민에 빠져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니 왜 모든 일은 벌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걸까 싶다.


나의 두려움은 결국 습관적인 감정의 수렁에서 비롯한 거였다.

사실 아직 완전히 '보거트'를 이겨 낼 자신은 없다.


하지만 또다시 '보거트'를 마주하는 순간 멋드러지게 외쳐보고는 싶다.


'리디큘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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