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렁색시 Aug 20. 2019

04. 두근거렸던 첫 가이드 행사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버스안 노래부르기

두근거렸던 첫 가이드 행사 가이드를 하고 싶어서 이력서와 나의 여행기가 담겨져 있는 자기소개서를 여행사에 보냈다.  얼마 후 바로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력서를 잘 보았다는 짧은 대답과 함께 바로 전화가 온 그 주 주말에 답사를 가라고 했다. 순간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가이드에 합격을 한 건가? 면접도 안보고? 뭘 보고? 답사하고 바로 가이드를 시켜주는 건가?'  온갖 궁금증을 갖게끔 하는 전화 한 통이었다. 그렇게 나는 전화가 온 그 주말에 다른 메인 가이드가 가는 여행에 보조 가이드로 동행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바로 내가 메인 가이드로 투입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가이드가 시작이 되었다. 첫 행사가 결정이 되고 그 주에 나는 너무나 떨렸고, 긴장됐다.  과연 내가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까? 언제 여행지 설명을 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한 주가 너무나도 순식간에 하루 하루 빠르게 지나갔다. 마치 드라마의 쪽 대본을 쓰듯이 나는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해야 할 하나하나의 멘트들을 마치 대본을 쓰듯이 계속 작성했고, 너무나도 많은 페이지여서 외우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그 대본이 내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찾아온 주말 아침 나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처음 만난 손님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인사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난번 다녀왔던 대관령 삼양목장과 월정사 전나무숲길로 가이드를 갔었다. 그날도 눈이 많이 내려서 대관령 삼양목장은 하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손님들은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때 당시는 인터넷으로만 홍보가 되던 국내여행사여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젊은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뭔가 무섭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떨고 있었다.  그렇게 어설프게 마이크 잡고 설명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내 첫 번째 손님들은 이해심이 컸던 분들이어서 다들 나를 좋게 봐주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손님들에게 비료푸대 썰매를 설명했고, 손님들 중 나보다 더 어렸던 막 20대가 되어 보이던 여자친구 두명이서 나에게 걸어왔다. "가이드님! 우리 비료푸대 같이 연결해서 타요! "  나는 흔쾌히 승낙했고, 우리는 비료푸대 3개를 연결해서 세 명이서 탔다.  비료푸대썰매는 세 명의 몸무게로 인해 가속도가 붙어서 더 빠르게 질주하듯이 눈길을 내려왔다. 정말 스릴 넘치는 썰매였다.  테마파크의 어떠한 썰매장보다 이보다 재미있고 풍경이 멋진 곳을 없을 것이다.  단연코 눈썰매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 내려오자마자 나는 그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또 타자! " 그렇게 우리는 세 명이서 계속 썰매를 탔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게 힘든 언덕을 오르면서 나는 첫 가이드의 시작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손님들과 놀고 나서 지난번에 먹었던 황태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식사를 하고 오니, 일찍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다 주었는데 아직도 그 음료수의 이름이 기억이 난다. "어린 녹차" 였다.  그분이 '어린 녹차' 캔을 건내면서 나에게  "가이드님 이미지랑 딱 맞아서 사왔어요^^"  그날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음료수를 사다 주었다.   그러면서 어떤 손님은 나에게 조용히 오더니 물었다.   "가이드 하신지 얼마 안되셨죠? "   그래서 대답했다. "네.. 티 많이 나나요? "   "네.. 티 많이 나요 "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첫 번째 손님들에게 풋풋한 이미지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유독 배가 아팠다. 신경을 써서 그랬던 탓일까..  버스 기사님께 배가 아프다고 했더니, 버스 기사님께서 배를 낫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버스 기사님이 운전석 쪽에 있는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더니 " 우리 가이드가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하는데, 이 배는 노래를 부르면 안 아프답니다. 그래서 우리 가이드가 노래를 할거에요~ "라고 공식적으로 버스에서 멘트를 하셨다.  나는 한사코 안 부르겠다고 했지만, 우리 손님들 노래를 하라며 계속 나를 쳐다보며 " 노래해~ 노래해~ " 음..  MT자리에서 볼 법한 장면이 연출이 되고 있었다. 서로 모르는 여행객들은 이때는 한 팀이 되어서 나에게 노래를 주문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좋아하나, 가사를 모르니 같이 불러달라고 하며,, 그렇게 첫 가이드 행사에 나는 노래를 불렀다.  다들 많이 아는 노래를 선정해서 다들 따라 부르게 유도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사가 떠오르지 않았고, 마침 두 번째 줄에 앉으신 손님이 따라 불러서, 나는 그분의 입 모양만 보고 따라 불렀다.  그렇게 나는 첫 가이드 신고식을 버스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다.  나중에 손님이 한마디를 하며 지나갔다. "가이드님~ 가사를 만들어서 부르시던데요~^^ "   하하..  그러게 나는 노래방세대라서,,, 자막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 벌써 십 년이 훨씬 지난 이날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같이 간 기사님의 이름도, 그리고 어린 녹차캔과 비료푸대 썰매를 함께 탄 모든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참! 첫 가이드를 다녀온 다음날 마치 누가 내 엉덩이를 걷어찬 것처럼 썰매를 많이 탄 후유증에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그날이 기억나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가이드는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