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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여자 Aug 23. 2015

세여자의 시선(8월 23일)

8월의 책: 허즈번드 시크릿

세여자 333 프로젝트 8월의 주제는 '남편'입니다.


그 주제에 맞춰 상품 리뷰(3일) 짜왕/ 영화 리뷰(13일) 나를 찾아줘/ 도서 리뷰(23일) 허즈번드 시크릿을 기획했습니다. 


23일인 오늘, 세 여자가 읽고 느낀 <허즈번드 시크릿>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작가소개


1966년 출생 호주 출신의 여성 작가. 

국내에는 이번 <허즈번드 시크릿>이 처음으로 번역된 작품이지만, 영미 문학계에서 전 세대 여성들이 공감하는 스토리텔러라고 인터넷 서점들이 소개하고 있다. 




줄거리


100페이지 정도 까지 읽어야 각각 등장하는 인물들이 겹치는 지점을 겨우 만날 수 있다. 작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주제는 실수와 죄의식, 용서에 대한 것으로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세여자는 입을모아 작가가 지나치게 친절하다(?)고 말했다.


사건과 묘사 중 사건에 더 비중을 둔 소설로 줄거리 요약이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등장하는 인물간의 관계도로 대신한다. 사실 다 읽고 나면 저 관계도가 별게 아닌데 여자 1은 이 책을 몇 달도 더 전에 사놓고 100페이지까지 읽지를 못해서 꽤나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가계도 형식을 가져왔으나 필요에 따라 여자1의 버전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디서 가계도를 그릴 때 절대로 저렇게 그리시면 안됩니다.)




여자 1의 시선


마지막 에필로그가 모든 것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지나치게 친절했기 때문에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문을 마지막에 마구마구 닫았다. 그래서 내용과 메세지에 대해 살펴보기 보다는, 읽는다는 것과 책의 영화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읽는다는 것의 괴로움과 즐거움 사이


나는 책을 좋아한다. 사고싶은 책을 고르는 과정부터가 취미로써 내 독서의 시작이다. 책을 만지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수집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역시 책을 읽는 순간이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모든 책이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독서를 즐기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서 애호가들도 어떤 책이건 '인내'의 시간 끝에 몰입과 기쁨을 발견한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00페이지 까지 참아야 끝까지 내달릴 수 있는 책이다. 



원작의 영화화


읽는동안 영화로 제작되면 참으로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나를 찾아줘>를 봤기 때문에 그런지 세실리아의 역할로 에이미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그래서 '테스'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굳이 영화에는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오히려 영화라는 한정된 시간안에 이야기를 끝내려면 테스가 빠져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다시 생각해봐도 에필로그와 함께 테스가 빠져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작가의 친절함이 아쉽다. 





여자 2의 시선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 빗댄 등장인물들의 삶


사람들은 늘 "ㅇㅇ했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가지고 산다. 주고받은 상처들을 판도라의 상자 혹은 베를린의 장벽 뒤편으로 꽁꽁 숨겨두고는 그것이 발각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그때의 후회와 상처들은 점점 퇴색되어져 가겠지만, 만약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린다면?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져버린다면? 딸 자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죄책감과 분노를 떠나보내야했던 레이첼도, 펠리시티를 멀리 보내고 다시 아들을 위해 남편과의 재결합을 결심한 테스도, 엄청난 비밀을 가졌던 남편과 장애를 가진 딸을 토닥이며 살아가야할 세실리아도 자신들의 장벽이 붕괴되면서 결국은 자신들을 괴롭혀 오던 비극을 일단락하고 새로은 희망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여자 3의 시선


#1. 용서 vs. 죄의식


레이첼은 딸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지 않았다. 아니 용서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냥 마음 정리를 하고 뉴욕으로 떠나려 한다, 자기 스스로의 죄의식 때문에.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다른 사람의 잘못은 나무랄 수 없는 것인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할까봐? 반대로 세실리아는 존 폴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본인의 죄의식 때문에 참는다. 그런 편이 훨씬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이건 지극히 소설의 장치 아닐까. 오히려 죄의식에 분노하고 큰 소리치는 우리네 모습이 떠오른다. 교통사고가 나면 큰 소리치는 사람이 이긴다는 삐뚤어진 인식 때문에 '괜찮냐, 미안하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소매를 걷고 뒷목을 잡으며, 집게 손가락을 칼처럼 빼 드는 모습 말이다. 우리는 죄의식 때문에라도 더 남을 추긍하고, 더 화를 내며 살고 있진 않았던가.


용서는 신의 영역이고, 죄의식은 적당껏 해 두는 걸로



#2. 비밀


    대학교 1학년 땐가 만난 외국인 친구가 친해지고 싶다며 다짜고짜 나의 비밀을 물었던 적이 있다. 비밀의 정의에 대해 혼란이 왔다. 비밀이란 나만 아는 건데, 이 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비밀은 뭐가 있을까. 어렸을 적 작은 실수 같은 걸 말하라는 건가, 아니면 전 남자친구 이야기? 아니면.. 아니면... 나라마다 다른 정서적 차이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비밀은 까라면 깔 수 있는 사탕같은 것이 아니었다. 외려 나에게 비밀은 내가 가진 ‘짐’을 내가 원하는 상대가 그것을 나눠 들어주려고 할 때 꺼낼 수 있는 그 무언가였다.  존 폴 피츠패트릭은 그가 가진 너무나도 무거운 짐을 이미 꺼내두고 그 위에 (자기는 먹지 않을) 오동통한 생선을 올려놓은 셈이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했던가. 그 쪽지를 열어본 순간부터 세실리아는 그 비밀의 무게를 함께 감당해야 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건 너무 많이 알게 되어서가 아닐까. 더 많이 알수록 무게는 더 해가는 것이 분명하다. 5년의 연애 끝에 곧 결혼이라는 새로운 관문을 만나게 된 나는 문득 오빠(예비 신랑)의 비밀들이 궁금하지만 아직은 묻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실수는 사람의 영역이고, 용서는 신의 영역이다.

알렉산더 포프 Alexander Pope


                                                                                                        Written by 여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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