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한 어느 예비부부의 몸부림
우리 부부는 올 11월로 결혼 1주년을 맞이했고, 결혼을 하고나면 뭔가 기념일을 드라마나 영화처럼 챙기게 될 줄 알았지만 기념일 보기를 돌같이 하는 나의 성격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았다. 결혼 1주년 기념일에 시댁에서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했고 이것이 굉장히 일상적인 보통날이라고 생각했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시어머님이 하늘나라로 가시면서 나는 이제 다시는 우리 어머님의 비빔국수를 먹지 못하는 며느리가 되었다.
절친이 결혼준비를 하며 웨딩 촬영, 데이트 스냅, 야구 유니폼 촬영까지 줄줄이 그 순간들을 남기는 것을 보며, 우리가 결혼식 준비를 하며 웨딩 촬영을 생략한 것이 제일 잘한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우리가 어떻게 그들 커플과 그렇게 친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3초 이상 말없이 응시하는 것 만큼이나 카메라 앞에서 표정을 짓고 포즈를 취하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쓰고나니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들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남들이 다 하는것 중에 단 하나를 생략했을 뿐인데도 주변에서 말이 많았었다. 심지어 우리 결혼식을 담당한 웨딩 업체에서조차 결혼식 당일날 장식할 플랭카드에 쓸 사진에는 아래 쌍따봉(?) 사진, 그리고 웨딩 테이블에 놓을 사진으로는 전문가가 찍은 데이트 스냅이 아니라 우리가 핸드폰으로 마구 찍은 사진들을 받고 깜짝 놀랐었더랬다.
결혼반지를 쓴 엄지손가락 위에는 결혼식 날짜와 장소, 우리의 이름을 적어서 모바일 청첩장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지금은 먼지가 소복이 쌓이고 이사 하느라 옮기면서 떨어져 나간 갖은 부품이 갑판 위에 널부러져 있지만, 작년 생일선물로 남편이 사준 레고! 나는 그렇게 드래곤이 가지고 싶다고 말했었지만, 남편은 용보다는 좀 스케일이 큰 것을 주고싶었나보다. 사진 속의 반지는 반짝반짝 빛나건만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반지는 어느덧 새것과 같은 반짝임은 많이 덜해졌지만 우리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졌다.
다시 읽어봐도 웃음이 나는 사진과 글이다. 나와 남편은 둘 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상황에 대한 역치가 현저히 낮은 편이라 결혼 전에 프로포즈를 한다거나 하는 이벤트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마지막 사진에 또치공주(?)가 청혼을 받아주고 말고 할거 없이 그냥 뭔가 물흐르듯이 당연하게 결혼을 하게된 것만 같다. 사실 결혼식 준비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었는데 그런 순간들이 1년이란 시간과 함께 잘 포장이 되었나보다.
1년이 지난 지금, 남편의 어머니를 잃었고 우리에겐 곧 9주를 맞이하는 쑥쑥이가 생겼다. 너무 많은 것이 빨리 변하고 있어서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가 처음 시작한 순간들을 더 많이 잊어버리겠지 싶어서 이제라도 기록을 남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놈의 사랑때문에 결혼은 참 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세 대출금과 직장 문제와 태어날 아이의 양육 문제 등 현실에서 넘어야 할 산은 엄청나게 많아서 산넘어 똥밭인게 현실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