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영화: 나를 찾아줘 (Gone Girl)
영화 정보는 세여자의 시선 (8월 13일) - 전반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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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시선은 영화 전반이나 특정 장면을 언급하며 표현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도 스포가 있습니다.
잔. 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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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하고도 30분의 러닝타임이 한시간 남짓되는 드라마 보듯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빠른 호흡으로 달려가는 초반부에 비해, 후반은 루즈한 감이 있었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광적으로 질주하는 에이미 덕에 혼이 쏙 빠졌다.
#1 이야기
최근에 봤던 연극 '필로우 맨'과 세여자가 선정한 8월의 영화 '나를 찾아줘'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작가라는 점, 그리고 그들 또는 그들의 지인이 글과 현실을 혼동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 SNS의 확산으로 과잉 정보에 허덕이는 우리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다 똑같아 보이는 정보의 홍수 속에 그만의 사건을 가진다는 것이 중요해졌다. 시장의 변화를 읽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마케팅업계에서도 스토리텔링을 담은 광고나 홍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그때문일테다. 더 감동적이거나 더 자극적이거나 더 특이한 그 뭔가가 필요한 것이다. 나를 찾아줘에서의 에이미는 부모의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에이미의 부모는 작가이고, 배우자도 작가이며, 그녀 스스로도 작가인데, 과연 그녀의 삶에 현실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부모는 사랑과 관심, 기대라는 명목하에 딸이 실패한 것들을 성공으로 포장해서 'Amazing Amy' 시리즈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작가로써 부와 명성을 얻는다. 삐뚤어진 부모의 애정이 말처럼 쉽게 휘발되지도 않을 글로 표현되어 아이가 오롯이 짊어지고 갈 일종의 규율서 같은 것을 만들어낸 셈이다. 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인줄 착각하게 되는 법인데, 에이미 삶에 있어 '이야기'가 아닌 순도 99.999%의 진실은 과연 얼마만큼이었을까.
작년 이맘때쯤 방영했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작가 재열(조인성 분)이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밤에 낙타를 나무에 묶어 둬. 그리고는 아침에 끈을 풀어주지.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묶여 있던 지난 밤을 기억하거든. 우리가 지나간 상처를 기억하듯 과거의 상처가 현재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지.
#2 환상에 대한 환상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의 배경은 늘 우리가 익숙한 공간이라 했던가. 결혼을 앞둔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에이미가 천하 없는 나쁜 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내 모습에 당황스럽다. 모두들 (나 역시) 결혼생활에 환상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 역시 환상이 아닐까. 무언가는 깨어지고 닳아질텐데 나는 괜찮다고 나는 다르다고 믿는 것 자체가 환상인 것이다. 결혼은 목을 긋느냐 견디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고 말하기에... 난 아직 식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사실... ㅠㅠ).
+ 뻘글
콜린스 역을 맡은 닐 패트릭 해리스는 미드 'How I met your mother'에서도 (명확한 출처는 알 수 없는 많은 돈을 가진) 부자로 나오더니 여기서도 직업은 모르겠지만 부자네. 부자상도 타고나는 건가. 예전에 트위터 팔로우했었는데, 올라오는 글이 꽤 재밌어서 한동안 좋아했었는데 이 영화 보고나니 왠지 싫어진다.
약은 약사에게 처방은 의사에게라고 하지.
그렇다면 난 이제 이런 구호를 외쳐보고 싶다. 서스펜스는 길리언과 핀처에게.
요 몇 년간 본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 볼 스릴러 중에 단연 손에 꼽을만한 영화였다!!
"무슨생각해? 기분이 어때? 너의 머리를 열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생각과 기분을 묻는다.
이야기의 처음은 따뜻하게 다가왔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탄탄한 스토리와 정말 미친것 같은 반전에 감탄을 자아내며 극에 몰두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허탈한 느낌은.. 뭐지? 알수없는 공포가 밀려들었다.
영화가 내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나는 주인공들의 직업이 작가임에 주목했다.
에이미의 부모들은 어메이징 에이미를 빚어냈다. 그들이 만든 어메이징 에이미로 인해 에이미는 현실에서조차 역할놀이를 해야했다.
에이미도 작가이다. 그녀는 어메이징 에이미의 완벽한 결혼생활이 무너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더이상 부모가 만들어 놓은 어메이징 에이미가 아니다. 이제는 주도적으로 그녀가 만들어 낸 에이미의 삶을 살기를 원한다.
결혼기념일의 보물찾기 단서들은 닉이 바람을 피웠던 장소를 지목한다. 결혼생활을 깨뜨린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닉의 외도를 가시화 시키면서 에이미는 닉의 배신을 원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닉의 파멸을 위한 폭로의 장치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5주년 결혼기념일의 보물찾기에서 닉이 찾아야 했던 보물은 결국 에이미가 아니었을까.
"Why would you even want this? Yes, I loved you, and then all we did was resent each other, try to control each other. we caused each other pain."
(대체 왜 이 짓거리를 계속하려는 거야? 그래, 예전엔 널 사랑했지. 근데 그 다음엔 우린 서로를 원망하고 조정하려하고 상처주려는 짓 밖에 한게 없잖아.)
"That's marriage."
(그게 결혼이야)
그들의 대화에서 나의 결혼에 대한 환상은 깨어져 버렸고, 행복 이면의 추악한 모습을 보고만다. 에이미가 결코 자신이 처음부터 완벽한 결혼의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닉은 에이미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결말로 혼란스러워했다. 영화의 뒷 이야기가 더 무서워지는 영화.. 하지만 닉도 결국 작가이다. 에이미와 함께 무시무시한 뒷 이야기를 쓰고 있을 것만 같은...
"무슨생각해? 기분이 어때? 너의 두개골을 부셔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생각과 기분을 묻는다.
이제는 당신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영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지점들이 있다. 짱시른(?) 벤 에플렉 말고, 어메이징 에이미에 대해 생각했던 몇몇 주제를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해 본다.
1.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영화를 다 보고 인터넷에 이 영화에 대해 찾아보면서 발견한 것은 닉과 에이미에 대해 '누구나 부러워하는' 등의 타인의 시선에 대한 수식이 붙는다는 것이다. 에이미가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남편을 살인범으로 만들고자 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이유는 어메이징 에이미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할 줄만 알았지 자기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을 얻고 싶으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얻고자 노력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미는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보다는, 그들의 부모가 만든 <어메이징 에이미>를 끊임없이 재창조 해내는 것으로 본인의 인생을 채워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보여지기 위한 순간'을 찍어서 남기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리라.
2. 이번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하면 다음 퀘스트를 갈 수가 없어
사랑이 끝났고 관계가 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에이미의 머릿 속엔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누구나 살면서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한다. 이 과정을 건강하게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에이미가 괴물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아픈 만큼 상대도 아파야 해."가 아니라, 사랑이 나에게 준 기쁨과 아픔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은 실전을 통해 계속해서 연습하는 수 밖에 없다. 인생이라는 게임 속에서 A라는 남자와의 이별을 건강하게 극복하지 못했다면, 다음 스테이지에 넘어가서도 결국 건강하게 극복하기란 어렵다. 끝판 대장을 피한다면 다음 퀘스트로 넘어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나?
3. 벗어날 수 없는 카메라
영화를 보다 보면, 에이미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이 너무 평범하다못해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경찰의 수사가 언론 보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실제로 영화 속에서 실종 이틀 째 되는 날부터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계속해서 언론은 사건에 대해 보도하며 단순히 사건의 추이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롭게 발견되는 증거에 자신들의 의견을 덧입혀 여론을 형성한다. 어릴 때 유선방송을 달지 않았던 시절엔 EBS를 포함해도 5개의 채널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수백개의 채널이 넘쳐나고 텔레비전 이외의 매체들도 매 분, 매 초마다 세상의 새로운 소식들을 쏟아낸다. 쏟아지는 그 뉴스들이 과연 객관적이고 양질의 정보일까?
언론이 오로지 사실만을 보도해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각자의 색깔과 관점으로 포장되어 배달되는 뉴스를 포장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똑똑한 시청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해 볼 문제들을 떠나서라도 영화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 답게 꽤나 볼만하다. 그래도 나는 참 벤 에플렉이 싫다. ㅋㅋㅋㅋㅋ 이제 다크나이트는 안녕 ㅠㅠ
세여자의 시선은 8월 23일 '허즈번드 시크릿' 으로 이어집니다.
Written by 여자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