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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의 단상 Jan 24. 2024

꿈꾸던 눈 덮인 설산 캐나다 로키투어

#로키투어 #캐나다워홀러

빙하가 서린 산에 하늘이 닿을 듯하다. 눈앞에서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고, 꿈에서 깨어났다. 침대 앞에 걸어둔 스위스 풍경의 패브릭 포스터를 폰으로 찍었더라. 진짜 나도 거짓말 같은데 실화라 웃겼다. 언젠가는 그런 웅장한 산을 보리라 다짐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로키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밴쿠버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있었던 나는 투어를 신청했다. 3박 4일 일정에, 아직은 그렇게 춥지 않은 날씨여서 가볍게 챙겨 출발했다. 출발지로 가는 길에 캐리어를 끌고 오시는 분도 계셔서 나 혼자 꼬질하게 다니는 건 아닐지 조금 흠칫했지만 뭐 어때.


버스에 들어서니 생각한 것보다 사람이 많았다. 그중에 혼자 온 젊은이들도 꽤나 보였다. 가이드님이 저기 말 없어 보이는 친구가 내 룸메이트란다. 화장실에 가면서 잠깐 대화했는데, 시원시원한 성격에 열심히 사는 친구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이제 군대를 막 전역하고 미국 멕시코를 돌아 캐나다에 여행 왔단다. 그땐 몰랐다 얘랑 소리 지르면서 맥주 마실 줄은..


창밖으로는 캐나다의 단풍들과 에메랄드빛 호수, 벌목되어있는 대량의 나무, 100개는 넘게 연결된 기차 등 이색적 풍경들이 눈에 뛰었다. 그러다 눈 덮인 새하얀 장관이 펼쳐졌다. 옆자리에 혼자 온 분은 이것도 모른 채 자고 있어서 알려줘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만뒀다.



눈이 세 마디쯤 쌓인 산등성이에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혼자 온 젊은이들과 어찌어찌 서먹하게 친해져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신난 개처럼 뛰어다녔다. 룸메이트의 휴대폰 잃어버림 이슈를 다행히 해결하고 조금은 친해져 다시 버스에 탑승했다.


다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얘기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한 분은 투어에서 제공하는 밀플랜(meal plan)을 신청해서 자유식인 우리 셋과 매번 같이 식사를 못하게 됐다. 그래도 우리 넷은 드문드문 얘기를 나누며 첫 숙소에 도착했다.


거의 10시간을 버스에서 보냈지만 아직도 로키에 도착하지 못했다. 캐나다가 크긴 크구나 느껴졌다. 우리는 한 숙소에 모여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 투어를 위해 잠에 들었다.


*캐나다에서는 큰 산사태를 막기 위해 대포를 쏴서 작은 산사태를 낸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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