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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btube Jul 04. 2022

D+108 독일에 정착하기

여유

오랜만에 또 브런치를 폈다. 그동안의 일상 기록도 할 겸, 그리고 자랑^_^도 할 겸 .. ㅎㅎ


그동안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항상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인생이지만,

오히려 지난 한 달 간이 더욱 더 나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난 한 달이었다. ㅋㅋㅋㅋ

벌써 7월 4일이라니. 벌써 2022년의 반 이상이 지났다니...


간단 요약하자면,

비자가 내 발목을 잡아 해외여행을 다니지 못하고 묶여있는 상태이고,

그래서 외국인청(?)에 수시로 방문했다가 더이상 방문하지 말라는 무례한 ㅡㅡ 소리까지 들었고,(그럼 빨리 해결해주던가. 독일에서 비자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3-4개월은 필요한 듯하다)

호숫가에 외국인 친구들과 놀러가서 다양한 스포츠도 하고, 독일 대학축제도 경험해보고

인턴을 20번 정도 지원했지만 줄줄이 떨어져서 한국가야하나 고민하던 마당에 결국 좋은 인턴십 기회에 하나 찰싹 붙었다. ೕ(˃̵ᴗ˂̵ ๑)



여유로운 사람은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여유를 너무 좇다가 막 뒤쳐져서도 안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상대방이 마음의 여유가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은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방금 mbti테스트에서 인생의 가치관이 뭐냐는 질문에 고민을 하던 와중에, 잠시 다이어트 약을 사러 약국에 들렀다.

독일에 와서 너무 다른 음식문화와 고칼로리 음식들로 살 찌는 것에 대해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결국 다이어트약을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xxxx약 주세요"

한국같으면 별 말 없이 약 하나 건네줬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많은 독일 약사분께서는 내가 이 약을 왜 먹으려고 하는지, 이 약은 어떤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은지, 너는 지금 충분히 건강한 몸인데 왜 먹느냐느니, 아 나도 호주에 살아보아서 해외살이할 때 살 찌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나도 이해한다느니,,,

한 5분은 떠들다가 온 것 같다. ㅋㅋㅋㅋ 오늘 그냥 조용히 특별할 것 없이 지나가는 하루였는데,

활발하게 떠들어주며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준 아주머니 덕분에 갑자기 활기가 도는 하루가 됐다.


독일 약국은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참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아마 독일 의료체계가 많이 달라서일 것이다. 한국과는 다르게 병원을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가지 않는다.

의사를 보러가기 위해서는 약속을 미리 잡아야하고 최소 2-3주를 기다리는게 보통이고 너무너무 오래걸리며 귀찮기 때문이다.

때문에 약사들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많이 활성화되어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약사들이 저렇지는 않다.


기분 좋은 약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수업을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강의실로 갔다.

여유롭고 친절한 약사 아주머니와, 적당한 날씨,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일상.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이 좋다. 일상 속에서 하나하나 소확행을 주워서 살아가는게 인생의 가치관이라면 가치관이겠다.

오늘 그래서 생각했다. 마음의 여유가 충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내 주변의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도 잠시나마 행복하게 바꾸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참 야속하다. 좋은 시간들은 항상 더 빨리 흘러가버린다.

벌써 내가 여기에 온지 100일이 지났고, 교환학생이 끝날 때까지 약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뮌헨의 크고 작은 골목과 상점들이 눈에 익고, 어디가 지름길인지 노하우를 깨달아갈 때쯤, 뮌헨을 떠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엄청난 내적 성장을 이룬 것 같다. 한국에서 본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유럽사람들의 생활방식과 마인드는 큰 영향을 끼쳤다.

처음에는 저녁 7시면 모두 문을 닫아버리는 유럽 근무제도에 화가 나고 불평하는 성급한 한국인이었지만, (물론 지금도 가끔 화가 난다 ^^,,,,,)

이제는 그런 여유들을 좋아하고 나도 그 여유를 누리면서 살아가고싶다.

굳이 일이나 현실과 계산에 쫓기며 조급하게 살아갈 이유가 전혀 없다.

최근에는 한국도 많이 변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아시아권의 문화나 사고방식은 ... 뭐 내가 어찌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 독일에 더 있기로 했습니다 ^_^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다. 독일이 너무 좋아서..도 아니다. 짧은 3개월간 관찰하며 유럽사람들의 사고/생활방식은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타지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큰 결정을 내릴만큼 충분히 관찰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인턴십 기회가 찾아와서이다...

스무 곳이 넘는 독일 기업들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cv와 커버레터를 쓰고, 매주 디벨롭하고,

지원분야에 따라 고치고 고치기를 반복하고...

그럼에도 독일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과 비자 문제 등등으로, 혹은 내가 정말 부족해서, 계속해서 서탈 통보만을 받고

자존심도 상하고 한국행 비행기표나 찾아보고 있을 무렵...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프로세스를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독일 딜로이트 m&a 부서에서 결국 인턴을 하게 됐다.


이번 기회에 느낀 것은... 위기나 기회는 언제든 인생에 찾아오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나에게 기회로 전환시키느냐는 온전히 나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20번 넘게 cv와 cover letter을 고치지 않았다면. 그래서 기회가 다가왔을 때 바로 내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면.

내 남자친구가 딜로이트에서 일한 한적이 없었더라면. 내가 평소에 계속해서 뉴스와 재무지식을 팔로업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등등

평소에 내가 얼마나 준비되어있느냐에 따라 우연히 지나가는 것을 기회로 잡을 수 있는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물론.. 난 정말.. 복도 많고 운도 좋은 사람이다. ㅋㅋㅋㅋ 정말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독일 딜로이트라니,,, 게다가 회계법인,,,,,,, 진짜..... 럭키걸....


오피스가 뒤셀도르프이기 때문에 이사가야 한다. 또 새로운 도시에서 생활해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완전 탐험가형인 나에게는 일단 설레기만 한 기회이다. 이제는 집도 알아보고 진짜 정착한다.

물론 여기서 직장생활하며 새로운 좌절을 경험할 할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의 6개월로 독일이라는 나라를 더 속속 알게 되겠지.

6개월 뒤의 내가 뭐라고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설렘으로 가득한 시작이고, 나는 준비되어있다.

나는 럭키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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